먼 옛날 회양고을에 봉전이라는 자그마한 동네가 있었다. 이 부락에는 부지런하고 마음이 착한 노인 한 분이 살고 있었다.

 

어느 날 그는 땔나무를 해오려고 새벽밥을 지어먹고 구성동 골짜기로 들어갔다. 가는 도중 개울가에서 흰 옷차림에 파란 고깔을 쓴 초립 동자가 가는 것이 보였다. 궁금증이 들어 이 초립 동자를 계속 따라가 보았다. 그런데 갑자기 초립 동자는 보이지 않고 깊고 아늑한 구성동 굴이 보이고 그 속에 아담하게 지은 초당 하나만이 보일 뿐이었다. 노인은 하도 이상하여 초당으로 찾아가서 사방을 두루 살펴보니, 잘 다듬은 벼루 돌 같은 바위가 눈앞에 어른어른 나타나고 집 뜨락에는 신기하고 향기 그윽한 가지가지의 꽃나무들과 푸르싱싱한 풀들이 자라고 있었다. 그 한가운데로는 수정같이 맑고 깨끗한 물이 흘러 흰 폭포와 푸른 담소들이 이루어져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이 광경을 바라보던 노인은 그만 정신이 황홀해져서 서 있는데 갑자기 초당 문이 열리더니, 아름다운 처녀가 나왔다. 그 처녀는 자기가 이 구성동 골 안에 사는 월명수좌라고 하면서 노인을 반가이 맞이하였다. 그 뒤로 두 명의 처녀가 따라 나와 노인을 방으로 모셔 들이었다. 방 한가운데는 큰 상이 놓여 있었는데, 거기에는 향기로운 술과 산해진미의 안주들이 놓여 있었다. 노인은 처녀들의 따뜻한 환대에 감동되어 부어주는 술을 한잔 두잔 사양 없이 받아 마시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얼근히 취한 노인은 시름없이 즐기다가 문득 집 살림이 걱정되어 나무를 해 가지고 돌아가려고 하였다. 그러자 처녀들은 잠간만 기다리라고 만류하면서 콩 몇 알을 손에 쥐고 밖으로 나가는 것이었다.

 

 

 

노인은 부득이 기다리면서 할 일 없어 창문으로 바깥을 내다보았다. 초당 뒤의 둔덕진 곳에서 처녀들이 콩을 심고 있었다. 그런데 콩은 심자마자 싹이 돋고 푸른 잎이 무성하여 주렁주렁 열매를 맺으며 누렇게 익어갔다. 볼수록 신기하고 이상스러웠다. 노인의 머리에는 구성동 골 안에 신선이 산다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옳지, 저 처녀들이 바로 신선이로 구나” 이렇게 감탄하며 노인은 신선처녀들의 거동을 살피었다. 그런데 얼마 안 있어 처녀들은 다 익은 콩대를 한 아름 꺾어들고 안으로 들어왔다. 그들은 순식간에 콩을 까서 두부를 만들어 대접한 다음 길양식까지 챙겨서 꾸려주었다.

 

 

 

노인은 그 고마운 신선처녀들에게 거듭거듭 치하의 작별의 인사를 하고 초막을 떠나 저녁 편에 마을로 돌아왔다. 그런데 분명히 아침까지 있던 자기 집은 온데 간데  없고 빈자리에 잡초와 쑥대만이 무성할 뿐이었다.

 

노인은 기가 막히고 한편으로는 당황하여 어찌할 바를 모르다가 이웃 마을을 찾아갔다. 그런데 보는 사람마다 모두가 기억에 없는 낮선 얼굴들이었다. 노인은 하는 수 없이 그 마음에서 제일 오래 살았다는 집을 찾아 그 집주인 늙은이를 붙들고 안타까운 심정을 털어놓았다. 그의 말을 다 듣고 난 늙은이는 한참 무엇인가 더듬더니 ‘그때 살던 사람들은 다 늙어서 죽고 그 후손들이 이 마을에 살고 있답니다.”라고 꿈 이야기하듯 일러 주었다.

 

 

노인은 금강산의 아름다운 풍치를 감회 깊이 바라보며 생각하였다. 옛 말에 신선세상의 하루는 인간 세상의 수 백 년에 맞먹는다고 하더니 “내가 구성동 골 안에 들어가 즐긴 하루의 <신선놀음>에 어느덧 수 백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모양이로구나.”라고 되 뇌이면서 주인집 늙은이의 손을 뜨겁게 잡았다.
 
그 후로부터 이 노인이 살았던 봉전 마을을 “쑥밭마을”이라 하고 구성동 골 안의 신선 처녀 월명수좌가 콩을 심어 거둔 등판을 “월명수좌 콩밭 등”이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착하게 사는 사람이 해야 할 일은
인간세상의 덧없음을 깨달아야하는 것이라 깨우쳐준다.
또 그 깨달은 경지의 평온하고 행복함을 구성동 골짜기의 아름다운 모습으로 상징하여 알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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