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복이 깃든 마음을 가꾸어주는 깨달음의 선화(禪話) 모음집 『마음공부』가 발간됐다. ‘명상만화’라는 전제와, ‘곁에 두면 마음이 맑아지는 책’이라는 부제를 단 것에서 알 수 있듯 빼어난 삽화와 청량음 같은 문장이 읽는 이의 마음을 덩달아 청량하게 만든다.
시대를 앞질러 살았으면서도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시대를 훌쩍 뛰어넘어 미래를 살다간 분들의 가르침. 땅을 일구며 사는 농부, 고기를 잡는 어부, 주고받으며 생활을 영위하는 상인, 무엇인가를 만드는 분, 학자, 선사(禪師), 친구, 어머니, 아버지, 형제자매, 삶 주변에서 늘 함께 살아가고 있는 모든 이들이 남긴 이야기들. 이런 소중한 일상의 편린들을 저자 김충현은 구슬 꿰듯 엮어 제자와 스승의 이야기로 꾸몄다.
서양철학과 불교학을 두루 섭렵했기에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그의 안목과 고민을 거쳐 새로운 생명력을, 그러니까 지혜를 낳는 교훈으로 바뀔 수 있었으리라. 저자는 평범한 일상을 소재로 삼아 교훈을 담은 특별한 이야기로 변주할 줄 아는 재주를 가진 이다. 언제 어디서나 만날 수 있고, 들을 수 있는 이야기들인데, 읽다보면 마음을 밝히기에 부족함이 없는 내용들이다. 평상심시도(平常心是道)라고 했던가. 덧댄 글이 그리 많지도 않지만 거기에 현혹되지 않고 그림과 이야기의 뼈대를 좇아가다 보면 뭔가 뭉클한 게 찾아지는 글들이다.

방에 아름다운 꽃병이 장식된 것을 본 스승이 제자에게 물었다.
“얘야, 이 화병은 웬 것이냐?”
“예, 들에 핀 꽃이 하도 아름다워 꺾어 왔습니다.”
“네가 참으로 꽃을 좋아하는 모양이구나.”
“예, 저는 꽃이 정말 사랑스럽습니다.”
그러자 스승이 물었다.
“그런데, 꽃도 너를 사랑하느냐?”
“……”
<이 책 39페이지, ‘꽃도 너를 사랑하느냐’ 전문>
저자는 말한다. 세상을 어지럽히는 모든 갈등과 반목은 자기 자신만을 내세우는데서 비롯된다고. 내 이익과 내 즐거움을 우선하는 행동은 남에게 눈물과 상처를 안겨 주기 십상이라고.저자는 아마도 몸통이 꺾이는 들꽃의 고통을 독자들에게 알려주고 싶었던 것이리라.저 꽃이 그냥 그대로 들판에 남아 있었다면, 더 오래, 더 아름다운 자태로 세상을 아름답게 장엄했을 것이라는 그런….
우리에게 익숙한 선사들의 화두를 재구성한 예화를, 서울대에서 동양화를 전공한 고성원 화가가 해학적이고 간결한 1∼3컷짜리 그림에 담아, 선지식들의 시대를 뛰어넘는 깨달음과 촌철살인의 지혜를 펼쳐 보이고 있는 것이다.
마음 열기, 마음 찾기, 마음 일깨우기, 마음 닦기, 마음 짓기 등 총 5장으로 구성된 이 책의 각각의 이야기들이, 옛 선사들의 어쩌면 고루해진 문답이 오늘날 어떻게 오늘의 펄펄 뛰는 생명력으로 부활하는지를 깨닫게 하고 있다면 지나친 찬사일까?
*김충현은?
성균관대에서 서양철학을 배웠고, 동국대 대학원에서 불교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논문으로 '승조의 보편적 인식체계 연구' '달라이 라마, 그는 누구인가'가 있고, 달라이 라마의 가르침이 담긴 '당신의 적이 당신의 스승입니다'와 '하바드의 달라이 라마' '쿤둔' 등과 '네발달린 명상가' '자비명상' 등의 책을 옮겼다.
*고성현은?
서울대학교 동양화과를 졸업하고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청소년과 어린이를 위한 책에 그림을 그리고 있다. '돼지가 한 마리도 죽지 않던 날' '해님이 누고 간 똥' '지치고 힘들 때 읽는 책' '아빠 행복하세요' 등에 그림을 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