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이연기설은 인간의 죽음은 진리에 대한 무지라고 설하고 있다
2. 십이연기설
1) 십이연기설의 내용
제법의 실상에 대한 알음을 불교에서는 지혜(般若)라고 부른다.
지금까지 살펴본 일체의 구조(십이처 ‧ 사대 ‧ 오온)와 속성(삼법인),
인과, 인연, 상의상관, 법칙성 등이 제법 실상의 내용이 될 것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법칙성에 대한 알음을 ‘명(明)'이라고 부른다.
‘vid'는 실제로 존재한다 또는 발견한다는 뜻을 가진 동사로서,
‘실재하는것, 발견된 것'이라는 뜻을 나타낸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그것을 ‘명' 즉 ‘밝힘'이라고 번역한 것이다.
이러한 명의 유무는 인간의 존재 방식을 근본적으로바꿔 놓은
결정적인 계기가 된다.
무상한 존재 속에 상주하는 법칙성을 발견한 자와 그렇지 못한
자의 존재 방식이 동일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명과 모순되는 개념은 무명(無明)이라고 부르는데,
무명을 연하여 행이 있고 행을 연하여 식이 있고 식을 연하여 명색이 있고
명색을 연하여 육처가 있고 육처를 연하여 촉이 있고 촉을 연하여
수가 있고 수를 연하여 애가 있고 애를 연하여 취가 있고 취를 연하여
유가 있고 유를 연하여 생이 있고 생을 연하여 노(老) 사(死) 우(憂)
비(悲) 뇌(惱) 고(苦)가 있게 된다.
그리하여 커다란 하나의 괴로운 온(蘊)의 집(集)이 있게 되는 것이다.(잡아함 권15)
명이 없는 사람에게는 죽음의 괴로움이 있게 되는 것이다.
죽음이 있게 되는 형성 과정을 열두 단계로 자세하게 분석해 보여 주고 있다.
이제 그 형성 과정을 살펴보면,
{1) 무명 : 명이 아닌것(非命) 또는 명이 없는 것(無明)의
두 가지로 해석되는데, 실재 아닌 것 또는 실재성이 없는 것을
자기의 실체로 착각한 망상이라고 말할 수가 있다. 주어진 존재의
일시적 형체를 나로 집착한 것이라고 보아도 좋다.
또한 진리에 대한 무지라고 말할 수도 있다.
{2) 행 : 무명을 연하여 ‘행(行)'이 있게 되는데 행은 ‘결합하는 작용‚이다.
무명에 의해 집착된 대상을 실재화 하려는 작용이다.
(3) 식 : 행에 의해 개체가 형성되면 그곳에 ‘식(識)'이 발생한다.
식은 불교에 쓰이는 중요한 술어 중의 하나인데 식별한다는 뜻을
가진 말이다. 개체가 형성되자, 그곳에 분별하는 인식이 발생한
것으로 볼 수가 있다.
(4) 명색(名色) : 식을 연하여 일어난다. 색은 물질적인 것을
말하고 명은 비물질적인 것을 말한다. 오온설로 설명하면
색온은 색에, 수 ‧ 상 ․ 행 ‧ 식온은 명에 해당된다. 명색(名色)의
발생은 물질적인것(形色)과 비물질적인 것이 결합된 상태를
말한다.
(5) 육처(六處) : 명색을 연하여 일어난다.
육처는 십이처설의 여섯 개의 감관, 즉 눈 귀 코 혀 몸 의지의
육근과 정확하게 일치하는 개념이다.
인간 실존(六根)의 근저를 이루는 것을 오취온으로 설명하고 있으므로,
명색(五蘊)의 다음에 육처의 발생을 설하는 것은 당연한 순서이다.
(6) 촉(觸) : 육처를 연하여 일어난다. 촉은 ‘접촉한다‚
충동한다’는 뜻을 갖고 있다. 경전의 설명에 의하면 육근과
육경과 육식(눈 귀 코 혀 몸 의지에 발생한 식)이 화합하는 것이다.
단순히 육처가 육경에 접촉하는 현상은 아닌 것이다.
(7) 수(受) : 촉을 연하여 일어난다. 수는 감각작용이라고 볼 수 있는데,
경전에는 그 내용으로 괴로움(苦), 즐거움(樂), 그리고 괴로움도
아니고 즐거움도 아닌 (不苦不樂) 중간 느낌(捨受)의 세 가지 종류이다.
접촉에 따른 필연적인 느낌이다.
( 8) 애(愛) : 수를 연하여 일어난다. 끝없는 갈애(渴愛)(thirst)를 뜻한다.
세 가지 느낌 중에서 즐거움의 대상을 추구하는 맹목적인 욕심이다.
무명은 지혜를 가로막는 장애(所知障)요, 애는 마음을 염착(染着)시키는
번뇌장(煩惱障)의 대표적인 것이다.
( 9) 취(取) : 애를 연하여 일어난다. 취(取)는 취득하여 병합하는 작용이다.
애에 의하여 추구된 대상을 완전히 자기 소유화하는 일이라고 볼 수가 있다.
이 취라는 술어는 오취온설에서 이미 나왔느데, 거기에서도 오온을
하나의 개체로 취착하는 작용을 나타내는 말임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10) 유(有) : 취를 연하여 발생한다. 유(bhava)라는 말는 ‘bhu(u장음)‚라는
동사에서 나온 명사형인데 ‘있다(be)’ ‘된다(become)’는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한 말이다. 생사(生死)하는 존재 그 자체가 형성된 것이다.
따라서 경전에서 유에는 세 가지가 있으니, 육계 색계 무색계(三界)의
세 가지 유가 곧 그것이라고 설명한다.
삼계는 생사의 범위를 벗어나지 못한 곳이다.
(11) 생(生) : 유에 연하여 발생한다. 생은 말 그대로 ‘생한다’는 뜻이다.
유가 생사(生死)하는 존재 자체의 형성을 뜻하면, 그것에 연하여 생이 있게
될 것은 말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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