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언셀러 ‘해적’의 작가 김중태, 소설 ‘객승’ 펴내
작가 “독자들에게 진 빚, 갚기 위해 공들여 쓴 작품”
백만 부 대하소설 <해적>의 김중태 작가가 독자에게 진 빚을 갚기 위해 집필한 소설 <객승>이 출간됐다. <객승>은 일찍 부모를 여의고 운명적으로 출가한 승려의 남모르는 애환과 위대한 존재가 되기 위한 수행과 구도, 비정한 세태에 내던져진 여인의 고난과 그녀가 바치는 사랑의 뜨거운 침묵을 여과 없이 그리고 있다.
또한 이 소설은 수행자의 이상으로 알려진 깨달음이나 초월적 경지를 맹목적으로 추구하는 것을 거부한다. 부처가 되겠다는 것은 오히려 망상이며 끝없는 절망을 의미한다는 것을 작가는 역설한다.
부처의 진리는 고준한 경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보편적인 삶에 있으며, 진정한 구도는 운명적인 사랑과 민중 속에 있음을 유려한 문체로 이끌어간다. 나아가 이 소설은 선(禪)에 대해서, 성(性, sex)에 대해서 설파한다. 선의 실체는 보이지도, 손에 잡히지도 않는다. 사유 저 너머의 이상향(깨달음)의 실체로서 바람과 같다. 선수행은 사유의 희열을 통해 성찰과 탐욕으로부터 자유함을 얻게 한다. 또한 수행자들에게 제일 금기인 성(性, sex)을 혐오나 염오의 대상이 아닌 신성한 본능이라는 점에서 천착한다. 생식행위는 자연의 이치며, 태어난 생명은 순수 감동이라는 것, 그리고 그 생명의 신비는 영원히 알 수 없지만 그 알 수 없는 무엇이 사람을 미치게 하는 예술을 낳는다는 것을 소설의 두 주인공 유정과 나혜를 통해 실감나게 그려나간다.
소설 <객승>은 백만 부 대하소설 <해적>의 작가 김중태가 독자에게 진 빚을 갚기 위해 집필한 작품이다. 그는 <객승>을 집필하기 위해 직접 화계사 불교대학에서 불교를 체계적으로 공부하고, 많은 취재와 면담 등을 진행했다. 따라서 이 소설을 읽어가노라면 오늘날 한국불교가 가지고 있는 내밀한 문제, 고민, 골칫거리들이 가감 없이 드러난다. 어쩌면 이런 부분들이 불교계에서 불편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소설을 읽어 내려가면서 이런 걱정들은 조금씩 사라져간다. 불구부정, 부증불감의 세계가 저절로 체감되는 경험을 느낄 수 있다.
밀리언 셀러를 기록한 고명한 소설가 김중태 작가가 독자에게 진 빚은 무엇일까? 아마도 대하소설 <해적> 집필 이후 독자들을 작품을 통해 자주 만나지 못한 것일 게다. 그는 그 빚을 갚는 방법으로 불교를 소재로 집필한 소설 <객승>을 들고 나왔다. 오랜 침묵을 깨고 나온 그가 독자들에게, 조금은 조심스럽게 내놓은 소설 <객승>. 아슬아슬한 줄거리에도 불구하고 밀리언셀러의 내공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문학나무 펴냄, 15,000원
*작가 김중태는?
충남 부여에서 태어났다. 1980년 <현대문학>에 단편 <이주민>을 발표하며 문단에 나왔다. 주요 작품은 <쫓겨나는 사람들>(連作 1983, 1989 재판), <겨울나비>(1986), <당신들의 祝祭>(1988), <새와 유령>(1992), <꽃길>(1999) 이 있으며 장편소설로 <작은 도시>(1991), <장벽>(1994, 1997 재판), <설촌별곡>(1990, 1994 재판, 1997 3판), <겨울신화>(1997), <채팅>(2003), <황금노을>(2002), <태양은 지지 않는다>(1995), <꺽지>(전3권, 2001), <사막의 별들>(2005), <호수에 부는 바람>(2010). 대하장편소설 <해적>(전10권, 초판 1993. 1998년 개정판)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