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계교 연구
서본조진(西本照眞) 지음, 박부자 옮김, 운주사
716쪽, 3만5000원

삼계교는 중국의 수·당 시기에 말법시대라는 위기의식이 강하게 표출되면서 신행(信行, 540∼594년)에 의해서 창시된 새로운 불교를 말한다. 그 혁신성과 대중성으로 인해 수·당·송에 걸쳐 약 400년간 크게 번성하기도 하고, 엄청난 탄압으로 위축되기도 하면서 교세를 유지하다가 모습을 감추고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당시 정토교와 심한 마찰을 빚기도 한 삼계교는 실로 중국불교사상 그 유래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민중을 위한 혁신불교였으며, 한국과 일본 등 동아시아 불교에 끼친 영향력도 상당했다고 평가된다. 하지만 여러 번의 탄압으로 사승관계나 교의 등 그 족적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거의 인멸되어 잘 알려져 있지 않았으나, 금세기 초 돈황 문헌이 발견된 이후로는 일본을 중심으로 그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져왔다.

삼계교를 본격적인 불교 연구의 한 분야로 확고하게 자리매김한 일본학자는 시취경휘(矢吹慶輝)이다. 1920년대에 나온 그의 『삼계교의 연구(三階敎之硏究)』를 바탕으로 해 이 책의 저자 서본조진(西本照眞)은 삼계교에 관한 그간의 다양한 연구 성과들을 총정리하고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그는 이 연구로 1996년 3월 동경대학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저자의 말처럼 이 책은 “삼계교란 어떤 것인가?”에 대한 오늘날의 대답이다. 가히 삼계교 연구에 관한 결정판이라 할 만하다.

이 책은 서론 및 제1장 「삼계교의 성립」, 제2장 「삼계교의 전개」, 제3장 「삼계교의 제 문헌」, 제4장 「삼계교사상의 기본 구조」, 제5장 「삼계교의 교단규율」 등 다섯 장(章)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장의 중요한 방법론적 특징은, 제1장과 제2장은 역사학적 연구, 제3장은 문헌학적 연구, 제4장은 사상연구, 제5장은 종교적 실천에 초점을 맞춘 연구라고 하겠다.

우리말 번역을 맡은 이는 연세대를 졸업하고 단국대대학원에서 수학을 전공한 박부자 박사다. 나이 60에 그녀는 불교에 대해 좀 더 체계적으로 알고 싶어 동국대 대학원 불교학과 석사과정에 입학해 박사과정까지 수료했다. 중국불교를 전공하다 삼계교를 만나 연구하던 중 이 책을 번역했다.

박부자 박사는 역자 서문에서 “이 책을 통해, 도탄에 빠진 민중의 구제와 부처님의 참된 가르침을 펴려 했던 신행선사의 이상이, 우리나라 불교수행의 방향은 물론 사회 전반에 걸쳐 새로운 시대상을 창출하는 데 기여하길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