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봄날에 울지 마라
현진 지음, 담앤북스
288쪽, 1만4000원

책 제목이 낯설지 않다. 아니나 다를까 신달자 시인의 <아버지의 뒷모습> 중의 마지막 문장이다.

[울고 있는 딸의 손목을 잡으시고 아버지는 말씀하신다. “이런 좋은 봄에 울지 마라. 이렇게 우는 시간을 다른 데 쓰거라.” 아버지, 내 아버지의 지금 뒷모습은 눈물 그 이상은 아니다. 그저 한마디만 하고 싶다. 아버지 죄송합니다.]

이 문장에서 영감을 얻은 현진 스님은 “이렇게 화창한 봄날에 울고 있는 것은 주어진 시간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이라면서, “울고 있는 그 시간을 다른 생명의 에너지로 활용하라는 것이 찬란한 봄날의 가르침”(15쪽)이라고 해석했다.
 
책에는 직접 꽃나무와 농사를 돌보고 계절의 오감을 온몸으로 느끼며 청정하게 살고자 노력하는 스님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청주 마야사에서 텃밭 농사를 짓고 사찰 정원을 가꾸며 살고 있는 스님에게 꽃과 나무를 돌보는 일은 일상이자 수행이다. 마야사의 꽃밭을 보기 위해 사찰을 찾는 이들이 있을 정도로, 스님은 생명을 돌보는 일에 정성을 다한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다시 봄을 맞이하는 풍경을 담고 있는 사계를 따라 글을 읽다 보면, 마치 철마다 꽃과 나무가 피고 지는 광경을 보는 듯하다.

우리는 세상사에 치여 봄이 와도 봄이 오는지 모르고 지나갈 때가 많다. 스님은 “백 마디 말보다 자연의 풍광들이 말없이 우리에게 위로를 건넬 수 있다”는 점을 역설하면서, 우리를 자연의 자리로 초대한다. 책에는 비교하지 않는 삶에서 오는 행복, 타인을 미소로 대하는 태도 등 마음을 따스하게 하는 이야기들이 빼곡히 실려 있다.

“모름지기 심는 것이 많아야 좋은 인생”이라는 것이 현진 스님의 생각이다. 절을 지을 때도 절보다 나무를 먼저 심었다. 건물은 빨리 지을 수 있지만 나무는 시간의 깊이를 지녀야 해서다. 봄이면 백일홍과 황금아카시나무 등을 심고, 텃밭에는 고구마와 땅콩 등을 기르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으면서도, 농약을 치거나 함부로 가지를 잘라 내지 않는다. 하는 수 없이 베어 낼 때도 톱질하기 하루 전에 막걸리를 부어 놓고 나무를 쓰다듬으며 미안함을 전한다. 생명을 아끼는 스님의 태도와 생명이 새움을 틔우고 자라나는 과정을 엿보는 것 또한 이 책의 재미다.

『좋은 봄날에 울지 마라』에 실린 글은 이미 발표했던 『산 아래 작은 암자에는 작은 스님이 산다』 그 이후의 이야기다. 암자에 기대어 살면서 여기저기의 인연들과 주고받은 몇 년간의 소식들 52편을 묶은 것이다.

부처님오신날을 한 달 앞둔 4월 3일 교계기자들과 만난 현진 스님은 빈자일등(貧者一燈)의 가르침을 되새겼다. 이 일화가 일찍이 경전에 소개된 것은 마음이 가난해져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라는 것. “여기서 말하는 가난은 욕심 없는 마음을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만족하지 못하는 욕망의 삶이 행복을 방해하는 원인이라는 것을 연등 불빛아래서 새롭게 배워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