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소리 30주년 맞아 여는 중도포럼2017에서 ‘중도’ 주제로
4월15일 9시30분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일반대중에겐 첫 선

30년 전부터 부처님의 원음이 담긴 빠알리 경전 역경불사를 소리 없이 진행해온 ‘고요한소리’의 회주 활성(活聲) 스님이 출가 이후 처음으로 대중법회에 나선다.

활성 스님은 오는 4월 15일 열리는 ‘고요한소리’ 창립 30주년을 기념해 ‘이 시대의 길, 중도(中道)’를 주제로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전통문화예술공연장에서 열리는 중도포럼 2017의 1부 순서의 창립 3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해 고요한소리 회원 대상이 아닌 일반 대중을 향해 처음으로 법문을 한다.

특히 올해는 활성 스님이 세수 80세가 되는 해이고, 고요한소리도 창립 30주년 맞는 해여서 그 어느 때보다도 의미가 각별한 해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활성 스님도 대중법문을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고요한소리 변영섭 대표(전 문화재청장)은 활성 스님의 일반대중을 대상으로 한 법문에 대해 “처음 있는 일”이라며 “스님은 고요한 소리 본부가 있는 서울에도 잘 올라오시지 않고, 남원 역경원에서만 회원들을 상대로 연 한 두 차례 법문을 하시는 것이 전부였던 분”이라고 소개했다.

활성 스님이 고요한소리 창립 30주년을 기념해 중도포럼2017을 여는 것은 부처님의 원음 전하기 위해 창립된 단체로서 현재의 한국불교가 그 본질을 다시 깊이 천착하고 이 시대에 맞게 다시 펼치려면 근본으로 돌아가야 하며, 이런 바탕아래 새롭게 지금까지의 모든 불교전통들을 깊이 있게 볼 수 있는 안목을 갖추기 위해 부처님의 원음을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는 평소의 소신에서 비롯됐다.
 
지난 30년 동안 고요한소리와 함께 한 길을 걸어온 활성 스님의 원력 등에 힘입어 한국불교에서도 초기불교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국내에서는 활성 스님이 고요한소리를 통해 큰 역할을 담당했고, 미산 스님, 김재성 교수 등 불교학자들이 해외로 유학해 초기불교를 전공자하는 등 초기불교를 전공한 불교학자들도 꽤 많아졌다.

이와 함께 전재성 박사, 각묵·대림 스님 등이 초기불전을 번역하는 대 불사를 진행하고 있고, 이런 일련의 노력을 통해서 대승불교와 선불교가 주류였던 한국불교에서도 초기불교의 간결하고 명료한 가르침과 초기불교의 수행방법들이 널리 확산되기에 이르렀다.

또한 재가수행자나 출가수행자들이 직접 미얀마 등 테라와다 불교권으로 가서 수행법을 공부하고 돌아오는 경우가 급증했다. 이런 흐름의 전부는 아니겠지만 활성 스님이 이끌어온 고요한소리의 지난 30년 동안 활동이 이런 흐름들의 바탕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단체 이름처럼 그동안 고요하게만 있던 고요한소리가 30주년을 맞아 중도포럼을 열면서 이번에 의미 있는 소리를 내는 것은 활성 스님의 제안으로 가능했다.

활성 스님은 이번 중도포럼을 오늘날 이 시대에 반드시 필요한 시대적 명제로 중도를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미산 스님은 “오늘날 왜 다시 중도인가? 결국 불교의 가르침은 중도로 귀결된다. 성철스님 백일법문의 핵심도 중도인 것처럼 중도가 불교의 핵심이다. 이 시대 너무나 분열되어 있고, 혼란에 빠져 있는 오늘의 한국 및 세계의 현실에서 부처님께서 제시해주신 중도가 하나의 중요한 이정표가 될 수 있겠다고 활성 스님은 생각하셨고, 우리 후학들이 그 뜻을 받아들여 4월 15일 중도를 주제로 학술세미나를 여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번 학술세미나에서도 물론 중도를 집중적으로 다룬다.
 
양형진, 홍창성 교수가 중도를 테마로 이 시대를 진단하고, 임승택, 백도수, 김재성 교수가 초기불교의 중도를 다룬다. 고요한소리는 중도를 오늘의 위기를 해결한 대안으로 내세워야 한다는 회주 활성 스님의 원력에 따라 내년 중도포럼에서는 ‘대승불교에서의 중도’에 관한 논의를 중론이나 유식 등의 전공학자를 초빙해 다룰 예정이다. 또한 후년에는 ‘선불교에서의 중도’를 주제로 다뤄볼 예정이다. 고요한소리의 중도포럼이 일정한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을 경우 계속해서 매년 중도 주제의 세미나를 열겠다는 내부 방침도 세워 놨다.

30대 후반 경봉스님을 은사로 비교적 늦깎이로 출가한 활성 스님은 고요한소리의 회주로서 회원들과 함께 부처님의 원음을 옮기는 불사를 30년 동안 진행해왔다. 남원의 지리산 역경원에서 주석하면서 수행하고 있고, 윤문도 하면서 세상에 드러내지 않고 조용히 수행해 왔다.

고요한소리 회원 대중과는 1년에 한 번 만난다. 활성 스님의 이름이 세상에 드러난 것은 10. 27법난 당시 누란의 위기에 처해 있던 조계종을 재건하는 일에 참여했을 때가 처음이다. 활성 스님은 10.27법난을 당한 이후 부처님 은혜를 갚는 것으로 일생을 살겠다고 결심했다. 
 
활성 스님은 출가하면서 3가지의 개인적인 원을 세운 것으로 알려진다. ‘주지를 하지 않겠다, 상좌를 두지 않겠다. 재를 지내기 위한 목탁을 들지 않겠다’는 것이 그것이다.

또한 고요한소리가 발간하고 있는 ‘보리수잎’ 시리즈와 ‘소리’ 시리즈, ‘법륜’ 시리즈 등의 책갑을 30년 전 정한 500원, 또는 1000원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이는 활성 스님의 ‘책값을 올리지 말고, 부처님의 원음을 전하는 고요한소리 정신이 계속 유지되도록 하라’는 확고한 의지의 결과다.

변영섭 고요한소리 대표는 “활성 스님께서는 자본주의나 지구촌의 흐름을 다 파악하고 계시는데도, 고요한 소리만큼은 계속해서 초심을 지키라고 말씀하신다”며 “고요한 소리는 지난 30년 동안 성장 보다는 질적 성숙, 내실에 중점을 두어왔다”고 설명했다.

외국에서 공부하지 않았지만 영어 능통하고, 팔리어도 독학으로 상당한 실력을 갖춘 것으로 알려진 활성 스님은 ‘천둥과 같은 침묵’으로 번역되는 유마의 침묵처럼 ‘고요한소리’를 통해 큰 울림으로 교계 안팎에 시나브로,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존재감이 커져왔다.

활성 스님은 초기경전에 의거해서, 그중에서도 <염신경(念身經)>을 중심으로 수행을 하고 있다. 부처님께서 선정(禪定) 공부를 지어가는 방법에 대해 설하신 경은 여럿이 있는데, 그 중 잘 알려져 있는 대표적인 것으로 <염처경>과 <출입식념경> 등이 있다. 그런데 이 두 경에 비해 주목을 덜 끌고 있는 <염신경(念身經)>은 용어나 내용으로 볼 때 선정공부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는 일련의 경들 중 가장 먼저 설해진 경으로 보인다. 짧은 내용이지만 선정수행의 주요한 점을 망라하고 있는 것이 이 경의 특징이다.

김재성 교수는 “활성스님께서는 선정수행이 4선을 기본으로 한다고 말씀하신다. 그러나 막상 수행지도 해달라고 요청을 드리면, (당신이) 더 공부해야 한다고 에둘러 거절하시며 언젠가 지도할 날이 있을 것이라고 말씀하시곤 한다”고 소개했다.

활성 스님은 고요한소리 회원을 대상으로 1년에 한 번 법회를 연다. 고요한소리 산하에는 대구지부, 부산지부가 있고, 최근에 대전지부도 생겼다.

한편 활성 스님의 팔순을 기념하는 행사는 오는 9월 3일 남원 역경원에서 회원들만이 참석해 조촐하게 진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