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배광식 법사 30년 공부 ‘결실’

금강심론 주해Ⅰ
배광식 편저, 뜨란
520쪽, 2만8000원

『금강심론』 - 금타 선사 유고를 청화 스님이 모아 펴낸 책
 
『금강심론』은 벽산당 금타 대화상(1898~1948)이 1942년 6월 9일부터 1947년 6월 1일까지 5년에 걸쳐 집필한 다수의 역작을 말한다.

제자인 청화 스님(1923~2003)은 금타 선사의 귀한 유고들을 보존하고 있다가 1979년 5월 월출산 상견성암에서 정진할 당시 『금강심론』이라는 제목으로 한데 모아 처음 세상에 내놓았다. 이후 『금강심론』은 금타 선사가 생전에 강조한 ‘보리방편문을 통한 염불선 수행’의 근본 교재가 되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여러 차례 쇄수를 거듭하며 많은 이들에게 감로법이 돼주었다.

『금강심론』은 총 4편으로 구성됐다. 제1편은 견성성불의 지름길이 되는 보리방편문과 독창적인 반야심경 해설, 중생의 음성을 관찰해 근기에 따라 제도할 방편으로 창제한 관음문자 등이 포함된 「일인전에 일인도」, 제2편은 구경해탈을 위한 수증의 위차로서 대소경론의 수증론을 회통 종합한 「해탈16지」이다. 제3편은 석가모니 부처님이 성도 시와 열반 시에 친히 수증하여 보이신 근본선정인 9차제정을 재조명하고 최고의 삼매인 수릉엄삼매(또한 이름하여 반야바라밀, 금강삼매, 사자후삼매, 불성 등)에 들어 제경론을 회통 도시한 수릉엄삼매도의 해설 내용인 「수릉엄삼매도결」, 제4편은 무명중생의 전도된 견해로 분별한 현대우주론의 오류를 지적하고 물심일여의 법계 현상을 태장계의 수치로 체계화한 「우주의 본질과 형량」이다. 유교, 도교, 기독교, 회교 등 세계 종교 교조의 법력 경계와 불교 내 주요 성자들을 화엄경의 보살10지를 기준으로 그 성위를 획정하기도 했다.

원효, 보조, 서산 대사 등 위대한 선각자들이 한결같이 선양한 통불교를 강조하는 한편, 바른 법을 보호하고 지키는 호법단을 조직하여 종교의 일원화를 도모하는 내용도 비중 있게 다뤘다.

청화 스님 - 제자들에게 『금강심론』 공부 권유

청화 스님은 2003년 11월 열반에 들기 전까지 지속적으로 『금강심론』 공부를 권유했다. 열반 1년 전인 2002년 10월에는 전남 곡성 성륜사에서 오전과 오후에 걸쳐 하루 동안 『금강심론』 특별법문을 펼쳤다. 보름 뒤에는 서울 광륜사에서 같은 형식으로 꼬박 하루를 들여 『금강심론』의 요체를 설했다. 육신은 쇠잔하여 가쁜 숨을 쉬었으나, 법문하는 음성은 또렷하고 가르침은 명징했다. 노구에 하루 종일의 설법은 은사 금타 대화상을 향한 지극한 존경과 『금강심론』에 대한 커다란 열정, 중생에 대한 무량한 자비가 아니었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금강심론』은 초기불교는 물론 대승밀교까지 회통하고 망라해 가히 팔만대장경의 요약본이라고 일컬을 만하다. 그러나 철학과 종교, 과학을 넘나들며 불교 경전을 압축 정리한 금타 선사의 저술은 일반 대중이 접근하기에는 쉽지 않았다.

배광식 법사 – 인터넷 카페 개설, 도반들과 함께 공부

『금강심론 주해Ⅰ』을 펴낸 이는 1985년부터 18년 동안 청화 스님의 법을 배우고 실천하며 사제지간의 돈독한 불연을 이어온 경주 배광식 법사다. 스승을 처음 만난 날 자필 서명된 『금강심론』을 선물 받고, 그날부터 바로 공부를 시작해 지금까지 30년 이상 단 하루도 책을 손에서 놓은 날이 없다. 매일 조금씩이라도 읽고 공부하며 구도의 지침으로 삼아왔다.

처음에는 한문투성이에 한글 토씨만 겨우 달린 『금강심론』을 접하고 막막했다. 그러나 금타 대화상에 대한 청화 스님의 지극한 마음을 헤아리며 공부를 포기하지 않았다. 그렇게 꾸준히 수행하는 사이 경주 법사는 청화 스님으로부터 통달보리심을 인정받았고, 출가자와 재가자가 함께 용맹정진하는 안거에서 청화 스님이 법상을 내어줘 법문하게 할 만큼 신뢰 받는 제자로 성장했다. 2003년 청화 스님이 열반한 뒤에는 스승의 법문집에 부분적으로 나오는 『금강심론』 풀이에 기대어 공부했다.

배 법사는 지난 2002년 인터넷 시대에 맞는 새로운 수행단체 ‘금강 불교입문에서 성불까지’를 만들었다. 인터넷 카페에는 『금강심론』의 내용과 청화 스님의 법문을 게시하고, 카페 회원들과 더불어 매월 철야정진회와 강독회를 진행하면서 염불선 수행을 지속해 왔다. 특히 매월 첫째 셋째 금요일에 『금강심론』을 공부하고, 넷째 주말 철야정진에서는 수릉엄삼매도를 연찬했다. 『금강심론 주해』는 15년간 도반들과 함께 정기적으로 공부하며 갈고 닦은 수행의 결실과도 같다.

새로운 편집 시도…어려운 용어 쉽게 풀고 설명 덧붙여

이 책은 우선 금타 화상의 가르침을 보다 수월하게 공부할 수 있도록 새로운 편집 형식을 취했다. 화상의 원문을 왼쪽에 놓고, 오른쪽에 편저자의 해설을 배치해 서로 대조하며 공부하도록 한 것이다. 원문은 한문 아래 한글음을 달고, 해설에는 한글 옆에 한자를 병기해 공부에 도움이 되도록 했다. 편저자의 해설은 금타 화상의 뜻을 왜곡하지 않기 위해 적극적인 풀이를 자제했다. 다만 한문과 한자에 익숙하지 않은 현대인들이 쉽게 이해하도록 우리말로 옮기는 데 정성을 쏟았다.

2단 편집의 하단에는 주석을 달았다. 불교의 초보자도 다른 불서를 참고하지 않고 이해할 수 있도록 쉬운 불교 용어까지 가능하면 설명을 붙였다. 용어가 반복적으로 나올 경우에는 중간 중간 같은 주를 달아주었다. 공부하는 이들은 앞쪽의 주를 참조하느라 찾아다니는 번거로움을 피할 수 있다. 또 동일한 용어라도 약간씩 주를 달리하여 입체적으로 이해하도록 했다. 이 용어들은 책 맨 뒤에 900개가 넘는 목록으로 정리됐다.

해당 절의 말미에는 청화 스님의 해설과 법문을 넣어 보다 풍성하게 이해하고 명료하게 뜻을 새길 수 있도록 했다. 청화 스님이 『금강심론』의 내용을 직접 풀이한 것은 ‘청화 큰스님 해설’로, 관련 있는 법문을 설한 것은 ‘청화 큰스님 법문’으로 구분해 첨부했다. 각 절 끝에는 해당 내용의 요약과 표를 넣어 전체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게 했으며, 책 뒤편에 표 목록도 정리해 실었다.

주해 II 주해 III 계속 발행 예정

『금강심론 주해 I』은 『금강심론』의 머리말과 일러두기, 제1편과 제2편의 내용에 주를 달고 풀이한 주해서이다. 「제1편 일인전에 일인도」는 ‘이 법문을 전하고 받는 사람마다 반드시 제도한다’는 금타 선사의 큰 확신과 서원이 넘쳐흐른다. 제1편 제1장은 반야심경의 독특한 해설을 담았고, 제2장은 성불에 이르는 지름길인 보리방편문을 통한 실상염불선을 강조하고 있다. 제3장에는 화상이 30여 년간 연찬해 창제한 관음문자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수록됐다. 제4장에서는 석가모니 부처님의 일대기가 아름답게 펼쳐치며, 제5장 호법단 4차 성명서는 불교가 세계 종교를 수용하는 대화합의 진리임을 천명하고 있다. 제6장에서는 금타 대화상의 투철한 예지를 엿볼 수 있으며, 제7장에서는 만 가지 덕행을 노래한 만덕송과 모든 존재가 공통적으로 지니는 열 가지 존재 형식인 십여시(十如是)를 풀어냈다.
 
「제2편 해탈십육지」는 부처님의 경전과 조사의 논에서 밝힌 성불의 단계를 보살10지를 바탕으로 대비 회통한 수행과정의 체계를 설명하는 돈오점수의 가르침이며, 선오후수를 강조했다.

이어서 「제3편 수릉엄삼매도결 상편」은 주해 II로, 「제4편 우주의 본질과 형량」은 주해 III으로 계속 출판될 예정이다.

* 배광식 법사 사이버도량 금강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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