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사회정책연, 2. 6. ‘대동여지도와 사찰지명’ 주제 세미나 성료
관련 논문 2편 발제…흥선스님 “불교적 관점 첫 고지도 연구 큰 의미”

 
“탁월한 옛 지도 ‘김정호의 <대동여지도>’에 새겨진 사찰 한 곳 한 곳을 살피면서 우리 불교계가 활용할 바가 적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불교사의 관점에서 <대동여지도>에 담긴 정보를 새롭게 탐구하고 배워야 할 것이다.”

고지도 <대동여지도>에서 불교계가 활용할 가치를 찾는 세미나가 열렸다. <대동여지도>는 모든 백성을 위한 지도였으며, 그 융섭적이고 실천적인 성격은 불교의 대승사상과도 맥이 통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 세미나였다.
 
두루 알다시피 고지도는 과거시대 우리 땅의 형태와 사회상 등을 담고 있는 정보의 보고라고 할 수 있다. 삶에 필요한 정보를 공유하고자 하는 마음이 <대동여지도>의 탄생을 가져왔으며, 지도를 사회의 공공재로 인식하는 나눔의 정신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대동여지도>를 불교와 연결시킨 이색적인 주제 ‘대동여지도와 사찰지명’이라는 제목의 세미나는 지난 2월 6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불교사회정책연구소(소장 법응 스님) 주최로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뜨거운 관심 속에 열렸다. 

주제발표에 앞서 불교사회정책연구소 소장 법응 스님이 <대동여지도>의 가치와 연구의 불교적 의의 소개했고, 장황문화재연구소 정찬정 씨가 <대동여지도> 수리보고를, 삼빛 Work Studio 최삼주 씨가 영인보고를 했다.

이날 세미나의 좌장을 맡은 흥선 스님(문화재위원)은 인사말에서 “<대동여지도>를 비롯한 우리의 고지도에는 봉은사, 범어사, 직지사, 해인사 등 전국의 유명 전통사찰들이 잘 수록되어 있다”며 “<대동여지도>를 비롯하여 고지도에 관한 불교사, 불교문화 관점의 연구는 현재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흥선 스님은 또 “오늘 세미나는 불교계가 전문가를 모시고 이러한 질문들에 대해 특별 강의를 들으며 점검해 보는 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두 편의 논문이 발표됐다.

오상학 교수(제주대 지리교육과)가 ‘조선지도학의 금자탑, <대동여지도>의 가치와 의의’를, 류명환 한국학중앙연구원 전임연구원과 김기혁 부산대 교수가 ‘<대동여지도>의 사찰지명 연구’를 각각 발표했다. 

오상학 교수는 “개인의 뛰어난 업적도 시대적 산물이라는 점을 염두에 둔다면 김정호의 지도도 당시의 시대상과 관련지어 평가되어야 할 것”이라며 “김정호를 제대로 평가하는 작업은 기나긴 역사의 흐름 속에서 형성된 조선지도학의 역량을 정당하게 자리매김하는 것과 긴밀한 관계를 지닌다”며 발제를 시작했다.

오 교수는 “김정호의 <대동여지도>가 나오기 100여 년 전에 이미 우리 국토의 윤곽을 사실과 가깝게 그려내기도 했으며, 18세기 전반기에 제작된 실학자 정상기의 <동국지도>는 김정호의 <대동여지도>가 보여주는 한반도의 모습과 큰 차이가 없고, 앞에서 검토한 김정호의 여러 지도들도 이전 시기 축적된 조선지도학의 성과에 힘입어 제작될 수 있었다”는 점을 밝혔다.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지도 못한 김정호라는 일개인이 전국을 답사하여 <대동여지도>와 같은 뛰어난 지도를 그린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며, 김정호는 당시까지 축적된 조선지도학의 성과들을 흡수하고 이를 종합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끊임없이 모색했으며, <대동여지도>는 그런 노력들이 총화된 결과라는 주장이다.

오 교수는 “그렇다고 해서 김정호의 위대함이 반감되는 것은 결코 아니”라며 “오히려 그 속에는 우리의 산천과 강토를 체계적으로 이해하고 표현하여 후손들에게 물려주려 했던 인간 김정호의 열정과 고뇌가 스며있다”고 높이 평가했다.

불교적 관점에서 고지도 연구의 의미와 가치를 찾는 첫 세미나가 2월 6일 대동여지도와 사찰지명을 주제로 열렸다.

두 번째 발제인 ‘<대동여지도> 사찰 지명 연구’는 <대동여지도>와 불교를 연결 짓는 첫 발제라는 점에서 큰 관심 속에 발표됐다.

공동발제자인 류명환, 김기혁 두 교수는 “대동여지도에는 11,000∼13,000여 개의 지명이 수록된 것으로 연구되고 있으며, 수록 지명은 유형별로 분류해 볼 때, 자연지명은 산지(山, 峰, 岩), 고개(嶺, 峴, 峙), 하천(川, 江, 灘) 지명 순으로 비중이 높다”고 지적하고 “인문지명으로는 행정(邑治, 洞, 里), 진보(鎭, 保, 城), 창고, 역참, 봉수 지명 순으로 분포하고 있는데, 사찰 지명은 봉수, 포구(津, 浦) 지명 다음으로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고 밝혔다. 두 교수는 “더욱이 ‘청구도’까지 수록되어 있던 서원 지명이 대동여지도에서 삭제됨으로 인해 자연‧행정‧군사 지명을 제외하고는 사찰이 대표 지명으로 실려 있으며 대동여지도에 수록된 사찰 지명은 242개로 확인되고 있는데, 표기 한자를 기준으로 사(寺) 222개, 암(庵) 17개, 굴(窟) 2개, 대(臺) 1개가 이에 해당한다”고 발표했다.

두 교수는 “사찰 지명은 조선시대에 이르러 <동국여지승람(東國輿地勝覽)> 등 국가의 운영과 통치 자료로 편찬된 지리지를 비롯하여, 군현지도집인 <해동지도(海東地圖)>에서부터 <대동여지도(大東輿地圖)>와 같은 대축척 전국지도에 이르기까지 중요 항목으로 편성된다”며 “현전하는 지리지 중에서 1425년(세종 7)에 간행된 <경상도지리지(慶尙道地理志)>에는 불우(佛宇) 항목에 경주 기림사(祇林寺), 합천 해인사(海印寺) 등 4개의 사찰이 최초로 기록되어 있고, 다음으로 1454년(단종 2)에 편찬된 <세종실록지리지(世宗實錄地理志)>에는 1424년(세종 6)에 혁파(革罷)되지 않은 선ㆍ교종 36개 사찰 등 52개의 사찰이 실려 있으며, 1469년(예종 1)에 편찬된 <경상도속찬지리지(慶尙道續撰地理誌)>에는 승사(僧寺) 항목에 당시 경상도 67개 군현에 소재한 65개 사찰이 기록되어 있는데, 이는 세조의 불교진흥책으로 인해 증가된 사찰 수를 확인할 수 있다. 이를 계승하여 1481년(성종 12)에 완성된 <동국여지승람(東國輿地勝覽)>에는 불우 항목에 당시의 사찰 현황이 자세히 수록되어 있고, 특히, 1531년(중종 26)에 간행되는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에는 현존하던 사찰 1,656개는 불우 항목에, 폐지된 사찰은 고적(古跡) 항목에 각각 기록되어 있다”고 밝혔다.

두 교수는 이어 “조선 후기에 들어서도 지리지의 한 항목으로 사찰은 계속 기록되고 있으며, 유형원(柳馨遠, 1622∼1673)이 1656년(효종 7)에 편찬한 전국지리지인 <동국여지지(東國輿地志)>에는 사찰 항목에 결책된 경상좌도 36개 군현을 제외한 전국 1,592개의 사찰이 기록(폐사 18개 포함)되어 있고, 영조대에는 1757년(영조 33)에서 1765년(영조 41) 사이에 각읍에서 편찬한 읍지를 모아 성책한 <여지도서(輿地圖書)>가 제작되는데, 사찰 항목에 1,800여 개의 사찰이 기록되어 있다”고 발표했다.

이렇듯 조선 전기의 <경상도지리지>부터 조선 후기의 <여지도서>까지 전국지리지에 사찰이 기록되고 있지만 <여지도서> 이후 편찬된 <동국문헌비고(東國文獻備考)> 중 <여지고(輿地考)>부터 김정호(金正浩)가 저술하는 <동여도지(東輿圖志)>, <여도비지(輿圖備志)>, <대동지지(大東地志)>까지 전국지리지에서 사찰 항목은 생략되고 있다고 이 논문은 밝히고 있다. 논문은 또 “그 대신에 지리지에서 독립된 별도의 사찰지(寺刹誌)가 제작되는데, 이는 신경준(申景濬, 1712∼1781)에 의해 <가람고(伽藍考)> 저술로 완성되며, <가람고>에는 당시 현존하던 사찰과 폐지된 연산 개태사(開泰寺), 경주 감은사(感恩寺) 등 11개 사찰을 포함하여 총 1,459개의 사찰이 기록되어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또한 1799년(정조 23)에는 정조(正祖)의 명으로 <범우고(梵宇攷)>가 편찬되는데, 전국의 폐지된 사찰까지 대대적인 전수 조사가 이루어져 중복 기록을 포함하여 총 2,796개의 사찰이 수록되어 있다고 덧붙였다.

두 교수는 “반면 지도의 경우, 동양에서 현전하는 가장 오래된 지도인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混一疆理歷代國都之圖)> 중 조선 부분도, <조선방역지도(朝鮮方域之圖)>(국보 제248호), <신증동국여지승람>에 수록된 <동람도(東覽圖)> 등 조선 전기에 제작된 지도에는 사찰이 표시되지 않고 있다”며 “그러나 조선 후기에는 전국지도, 도별지도책, 군현지도, 대축척 전국지도 등 다양한 지도들이 편찬되기 시작하는데, 사찰 지명이 지도의 대표 항목으로 선정되면서 지리지 혹은 읍지 등에 수록된 사찰을 바탕으로 선별적인 수록이 이루어진다”는 점을 살폈다. 이러한 조선 후기 지도 발달은 김정호가 <대동여지도>를 목판본으로 간행하면서 대중화가 이루어지는데, 이 과정에 수록된 사찰 지명 또한 1861년(철종 12) 당대의 사찰 분포 현황을 살펴볼 수 있는 중요한 단초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두 교수는 또 <대동여지도> 편찬에 영향을 끼친 <조선지도(朝鮮地圖)>, <해동여지도(海東輿地圖)>, <청구도(靑邱道)>와 <가람고>, <범우고>에 기록된 사찰 지명과의 비교 분석을 통해, <대동여지도>에 수록된 사찰 지명의 현황과 그 선정 배경을 분석했다. 아울러 기존 지도에 기록된 사찰 지명의 오류와 그 원인을 파악하여 이러한 내용이 󰡔대동여지도󰡕에 수용되는 과정을밝혔다.

두 교수는 <대동여지도>에는 지역별로는 사찰 지명이 함경도 57개, 경상도 35개, 전라도 32개, 강원도 31개 순으로 실려 있으며 이는 <가람고>에 수록된 함경도 128개, 경상도 315개, 전라도 205개, 강원도 140개와 비교해볼 때, 함경도와 강원도 지역에 월등히 많은 사찰이 수록된 것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논문에서 <대동여지도>에 수록된 사찰 지명의 현황을 파악하고, <조선지도>, <해동여지도>, <청구도> 등 대축척 전국지도 및 <가람고>, <범우고> 등 사찰지와의 관련성을 비교 분석한 두 교수는 결론적으로 “<대동여지도> 이전에 김수홍(金壽弘)이 1673년(현종 14)에 제작한 <조선팔도고금총람도>에 사찰 지명이 수록되는 것을 시작으로 정상기(鄭尙驥)의 <동국지도>에도 일부 사찰이 기록되기 시작하며, 본격적으로 사찰 지명이 수록되는 것은 18세기에 발달하는 <해동지도> 등 군현지도로, 이때부터 사찰 지명은 지도의 대표 항목으로 자리 잡기 시작한다”고 밝혔다.

두 교수는 “그러나 군현지도에 수록된 많은 사찰들은 전국의 군현을 동일한 축척의 지도로 제작된 방안식 전국지도에서 지면의 한계로 인하여 일부 사찰들만 선택되기 시작하며, 이러한 대축척 전국지도는 영조대 신경준이 제작한 것으로 추정하는 <조선지도>를 시작으로 <해동여지도> - <청구도> - <대동여지도>로 지도의 발달이 이어지며 사찰 지명 또한 같은 궤적을 따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조선지도>, <해동여지도>, <청구도>에는 330개 내외의 사찰 지명이 확인되는데, 김정호가 제작한 <대동여지도>에는 이러한 대축척 전국지도에 수록된 사찰 지명에 대해 선택적 수용이 이루어지면서 최종 242개의 사찰이 표기됐다는 것이다.

이 논문은 또 김정호가 1834년(순조 34)에 제작된 <청구도>에 표기된 사찰 지명을 <대동여지도>에 수용하면서 산지 지명을 사찰 지명으로, 사찰 지명을 행정지명으로 수정하였으며, 중복 기록한 사찰은 삭제하는 등 오류를 바로 잡는 노력과 함께 <청구도>에 누락되었던 사찰 일부는 추가로 기록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 웅천에 위치한 흥성사와 맹산에 위치한 쌍명사 등은 <청구도>뿐만 아니라 <조선지도>, <해동여지도>에서도 계속 사찰 지명을 잘못 표기하였지만 <대동여지도>에서는 성흥사와 쌍계사로 오류를 바로잡고 있다는 점도 밝혀냈다.

두 교수는 “여러 사례를 고려해볼 때 <대동여지도>에 기록된 242개 사찰 중 출처가 불분명한 곤양 고점사와 장흥 선암사, 2개가 중복 기록된 북청 백암사, 배방사와 중복 기재된 배왕사 등 4개의 사찰을 제외한다면 대략 238개 내외의 사찰이 실려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그러나 <대동여지도>를 비롯한 조선시대에 제작된 지도에 사찰 지명이 중요한 항목으로 편성된 배경과 수록된 사찰 지명이 어떠한 철학과 기준을 가지고 선정되었는가에 대해서는 아직 연구가 미흡하다”는 과제를 남기로 발표를 마무리했다.

이번 세미나를 주관한 불교사회정책연구소 소장 법응 스님은 “이번 세미나에서 논의된 주제들은 불교계의 입장에서 폐사지 연구, 특히 북한지역의 사찰지 연구, 그리고 전국의 전통사찰 및 불교 관련 지명 연구에 유용한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며 “이런 면에서 <대동여지도>가 지닌 불교적 가치 또한 독보적이라고 할 수 있는 만큼 종단과 불교학계의 관심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