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열 불교경전연구원장, 20일 참여불교재가연대․한국불교언론인협회 토론회서

“양적 측면에서 비관적인 불교는 질적 측면에서라도 변화를 꾀해야 합니다. 새롭게 탄생된 불교가 정착되지 않는다면 불교의 미래를 바라볼 수 없습니다. 특히 스님과 신도의 관계가 화합되지 않고 기쁨을 주지 않는다면 신도는 사찰을 떠나고 불교를 떠나게 될 것입니다.”

300만 불자가 급감한 상황에서 불교가 희망적 미래를 맞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스님들과 재가자의 역할 개선으로 교단과 재가자 간의 바람직한 관계를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 같은 주장은 1월 20일 참여불교재가연대(상임대표 허태곤)와 한국불교언론인협회(회장 이재우)가 ‘불교에서 신도는 누구인가’란 주제로 개최한 제2차 공동토론회에서 이제열 불교경전연구원장(사진)에 의해 제기됐다.

이제열 원장은 서울 우리함께빌딩 2층 만해NGO교육센터에서 열린 이날 토론회에서 ‘교단과 재가자 간의 바람직한 관계 모색 및 각자의 역할’이란 주제 발표를 통해 “두 관계는 전혀 윤활하지 않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이 원장은 “40여 년 전 21살 때부터 전법활동을 해 왔는데, 당시 활발했던 재가자와 신행단체가 현재 하나도 살아남지 못했다”고 개탄했다.
 
뿐만 아니라 “그간 주변에서 기독교인으로 개종한 사람이 부지기수고,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에서 불교는 현재 '여호와의 증인'만도 못하고 있다”면서 “변화가 수반되지 않는다면 10년 후 불자는 더 급감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불교신자 격감이 교단과 재가자와의 관계가 올바르게 전개돼 있지 못함을 증명한다면서 스님들의 상명하달식 명령, 권위적․독선적 태도, 어르신 신도에 대한 반말과 호령 등 군림하는 자세가 개선되지 않는 한 한국불교의 변화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 원장은 스님에 대한 굴종과 무조건적 신뢰는 초기 대승경전에서도 찾을 수 없는 스님에 대한 삼배로부터 비롯됐다면서 기독교에서는 목회자가 신도를 섬기는데 한국불교에서는 반대라고 말했다.
 
또 이 원장은 노력과 소양이 결여되거나 사찰 불사를 위해 신도를 모으는 스님을 비판하고 “절의 주인이 스님이란 인식을 갖다 보니 지배자의 의식구조로 독선적 사찰운영을 하며 쓰고 버리는 행태가 팽배해 신도들이 배신감을 느끼고 불교를 떠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갈 절이 없이 집에만 있는 ‘방콕’ 신도가 많다면서 이런 식으로 ‘가다간’ 한국불교가 ‘다 간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이 원장은 승가에 대해 “재가자들의 존경과 공양을 받을 수 있는 청정한 승가상을 확립하고,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의지와 실력을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통과 관련한 단적인 예로 목사들은 신도들과 함께 밥을 먹으나 스님들은 스님들만 먹는다면서 권위적 사고부터 개혁시키지 않는 한 중생들로부터 멀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화엄경의 상불경행 보살처럼 재가자들을 존중하고 섬기는 문화로 바뀌지 않으면 불교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면서 “스님과 함께 재가자들을 종단과 사찰의 운영주체로 인식하고 과감하게 기득권을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외호세력이 아닌 승단의 기반인 재가자가 없는데 사찰이 어디 존재하고 법이 무엇이 필요하느냐”면서 재가자들에게 청정하고 원력 있는 스님들을 존경하고 공양할 것을, 악승과 범계승에게는 예배공양 보시 등의 임무와 역할을 금할 것을 주문했다.

특히 재가자들이 단합해 범계승이나 무능력 무자격승이 종단 혹은 사찰의 주요 직책을 맡기는 것을 과감히 막아야 한다면서 재가단체와 소속 사찰 신도회가 감시 역할을 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재가자들의 교육, 수행, 법회 등 종교적 활동 요구, 재정의 공개, 재가자들의 사찰과 종단 운영 참여 제도 마련을 주문했다.

한편 옥복연 종교와젠더연구소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에서는 우희종 바른불교재가모임 상임대표와 이제열 불교경전연구원장이 ‘교단과 재가자 간의 바람직한 관계 및 각자의 역할’을, 김형남 참여불교재가연대 공동대표가 ‘종법과 조계종단이 말하는 신도의 지위’를 주제로 각각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