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태종이 매 윤년 마다 봉행하는 수륙영산대재와 생전예수재가 올해는 9월 11일부터 5일간 총본산인 단양 구인사에서 봉행된다.

천태종은 이번 행사와 관련해 “영산재와 예수재는 다른 종단과 사찰에서도 행해지고 있는 행사이지만, 천태종 구인사의 경우 조선시대 때 단절됐던 삼회향 놀이의 맥을 잇고 있는 유일한 종단이란 점에서 큰 특징을 찾아볼 수 있다”고 그 의미를 설명했다.

삼회향놀이는 영산재 본의식이 끝난 후 펼쳐지는 뒷풀이 형식의 연희를 말한다. 즉, 재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에게 그 공덕을 돌리는 회향의 정신이 담겨져 있는 의식이다. 삼회향 놀이는 설법, 범패, 승무등을 담당했던 스님들과 재의 준비와 의식구 제작의 소임을 맡았던 사부대중들이 영산재를 마친 후, 삼회향 놀이를 통해 각기 그 기능과 예능을 뽐내는 한바탕의 놀이마당이었다. 엄숙했던 공식적인 불교의식이 끝난 후 재를 위해 수고하였던 사람들의 노고에 감사하며 음식과 막걸리를 나누어 먹으며 사부대중 모두가 함께 연희놀이를 구경하며 함께 어울리는 신명과 흥을 돋구는 뒷풀이 의식인 셈이다.

‘대승의장(大乘義章)’에는 삼종회향에 대해 ‘중생회향’, ‘보리회향’, ‘실제회향’이라 밝히고 있다. 중생회향은 자기가 지은 선근공덕을 다른 중생에게 회향해 그 공덕을 같이 하는 것이다. 보리회향은 자기가 지은 선근공덕을 회향해 보리의 과덕(果德)을 얻으려고 추구하는 것이다. 실제회향은 자신의 선근공덕으로 무위적정(無爲寂靜)한 열반을 추구하는 것이다. 영혼천도재 등 모든 의석절차에 포함돼 있는 삼회향을 천태사상에서 본다면 삼제원융(三諦圓融)의 경지를 나타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번의 수륙영산대재와 예수재는 잊혀진 전통문화, 삼회향 놀이의 복원의 의미를 함께 가지고 있다.

불교를 숭상했던 고려시대까지 성행하던 삼회향 놀이는 조선시대에 접어든 후 점점 잊혀졌다. 간신히 그 명맥만 유지하는데 1960년대 당시 조계종 승려였던 권수근 스님이 천태종 춘광 스님(현 감사원장)에게 전수하면서 천태종이 삼회향 놀이를 계승, 복원하는 계기가 마련됐다.

불교 격동기 과정에서 하마터면 영원히 묻혀질 뻔 했던 소중한 우리의 전통문화유산이 몇몇 뜻있는 스님들의 노력에 의해 되살아날 수 있었던 것이다.

천태종은 삼회향 놀이 복원이 갖는 의미에 대해 “고려시대 때와는 달리 오늘날 불교의 각종의식은 불교의식이란 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해 삼회향 놀이 역시 불교의 문화로만 여기고 있다”며 “하지만 당시 삼회향은 서민들의 놀이문화의 토대라고도 할 수 있으며, 삼회향 놀이가 법주의 설법, 회심곡, 학춤 등에 이어 삼현육각과 풍물이 어우러지는 풍물놀이로 전개된다는 점만 보더라도 쉽게 짐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즉 삼회향놀이의 복원은 오늘날 전국 지방자치단체별로 개최되고 있는 전통성 없는 많은 축제들의 새로운 틀을 모색하는데도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천태종은 특히 “이 놀이가 갈등과 분열로 치닫는 사회분위기를 통합과 희망으로 이끄는 불교축제란 점에서도 큰 의미를 갖고 있다”며 “천태종은 앞으로도 삼회향 놀이의 원형 재현을 위해 면밀한 자료조사와 문헌 분석, 현장 재현 등을 통해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