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단체, 21일 정부종합청사 앞서 인도적 살처분 촉구

 
동물, 환경, 종교 분야의 시민사회단체들이 조류독감(AI)으로 인한 닭과 오리 등 가금류의 생매장 중단과 인도적 처리를 촉구하고 나섰다.
 
동물권단체케어, 동물보호시민단체카라, 동물자유연대, 한국동물보호연합 등 31개 단체로 구성된 ‘조류독감 살처분 공동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21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금류 생매장 살처분 중단과 농림축산식품부 업무지침에 따른 인도적 처리를 요구했다.

불교계에서는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와 불교환경연대가 대책위 명단에 이름을 올려 이 같은 입장에 뜻을 같이 했다.

대책위는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18일까지 이미 1천800만 마리(20일 현재 2천만 마리)의 닭과 오리가 생매장됐으며 2003년 국내 발생 이후 조류독감이 지속돼 왔으나 정부는 원인 규명과 대책을 강구하지 않고 있다”면서 “무능력한 정부가 조류독감(AI)의 주범”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현행 동물보호법, 가축전염병예방법, AI 방역 지침 등은 가스, 전기 등을 이용해 고통 없이 안락사 시킨 후 매립 또는 소각하라고 명시하고 있지만 정부와 지자체가 법과 지침을 어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생매장은 동물 복지에도 심각하게 위배될 뿐만 아니라 진행단계에서 오히려 엄청난 바이러스를 확산시킨다”며 “철저한 원인 규명 없이 동물을 잔인하게 죽이고 세금만 축내며 환경을 심각하게 오염시키는 현재의 방역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대책위는 올해 발생한 조류독감의 피해가 앞으로 천문학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면서 반복적인 조류독감의 발생을 막을 수 있는 보다 근본적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조류독감의 가장 중요한 요인은 철새가 아니라 닭과 오리의 건강과 면역체계를 악화시키는 ‘최악의 공장식 밀집 축산’이라면서, 공장식 축산 폐기를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하고, 열악한 축산환경 모니터링 제도를 받아들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정부에 △사람 및 차량 이동 등에 따른 기계적 전파 방지 △AI 반복 발생 지역의 가금류 사육 제한 △겨울철 사육 휴업 보상제 실시 △계열화 기업에 대한 방역 책임 강화 △사육농가 방역 강화 및 사육농가 간 거리 제한제 실시 △백신 사용 △감금틀 사육 폐지 및 동물복지 확대 실시 △총체적‧종합적 역학조사 △방역협의회 재구성 등을 요구했다.

전진경 동물보호단체 카라 상임이사는 “정부의 방역이 완전히 실패했다”면서 생산성‧이윤 극대화를 위한 공장식 축산과 이를 견인하는 정부의 축산정책을 비판했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도 “현재 공장식 축산에서는 A4용지 한 장 크기에 닭 두 마리가 1년 내내 알만 낳고 오염된 환경에서 오리가 산다”면서 조류독감에 대한 살처분 대응이 아닌, 동물 건강과 생명을 존중하는 근본적 축산정책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계종 사회노동위원 고금 스님은 “동짓날 사찰 기도도 중요하지만, 많은 생명이 살처분되는 상황에서 아무 역할을 안 할 수 없어 이 자리에 나왔다”면서 “정부가 다양한 방법을 새롭게 고민해 안타까워하는 국민을 비롯해 동물들에게 희망을 주는 정책을 세워 달라”고 말했다.

한편 대책위는 이날 기자회견에 앞서 20일까지 조류독감으로 생매장 살처분된 2천만 마리를 위한 묵념과 이를 비판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