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한국의 종교  
김근수, 김진호, 조성택, 박병기, 성해영, 정경일 지음
메디치미디어, 348쪽, 1만8000원

종교가 세상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종교를 걱정하는 시대라고 한다. 나라 밖에서 종교전쟁까지 불사하는 IS가 활개 치는 가운데, 나라 안에서는 ‘너는 악마다’라고 혐오를 양산하는 개신교, ‘내가 천사다’라는 권위주의에 의존하는 가톨릭, 그리고 사회를 등진 채 깨달음만 추구하는 불교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간다.

한국의 종교는 지금 구원과 희망의 메시지를 주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정의 실현과 화합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교회와 사찰은 대형화되고 있으며, 상품화된 영성을 중심으로 신앙은 상업화되고 있다. 종교적 권위를 빙자한 권력의 사유화는 종교에 대한 불신의 원인이다.

이러한 현실을 부끄러워하고 또 걱정하는 한국의 불교, 개신교, 가톨릭이 한자리에 모여 1년 가까이 포럼으로 만났다. 주제는 ‘종교를 걱정하는 불교도와 그리스도인의 대화: 경계 너머, 지금 여기’. 발제자는 고려대 철학과 조성택 교수(불교),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연구실장 김진호 목사(개신교), 김근수 해방신학연구소 소장(가톨릭)이다.

이들은 자신의 종교를 각각 내부자의 시선으로 비판하며, 각 종교의 문제점과 그 이유를 진단했다. 원효의 화쟁 사상처럼 싸우되 평화롭게 싸우며, 종교 간 경계를 넘나들면서 한국 사회에서 종교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했다.

책에는 발제자 3인이 각각의 종교가 ‘무엇이 걱정인지’, ‘왜 걱정인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주제로 총 아홉 차례 진행한 발제와 토론, 질의응답이 실려 있다. 이른바 한국 3대 종교의 화쟁적 대화의 결과물이다.

천도교가 주도하고, 불교와 그리스도교가 참여했던 3ㆍ1 운동 100주년(2019년), 루터와 칼뱅을 중심으로 일어난 종교개혁 500주년(2017년)이 코앞에 다가왔다. 악습과 부패에 물들어가던 구종교를 개혁하여 새로운 종교로 거듭났듯이, 100년 전의 사회참여 정신을 발휘해 한국의 종교도 개혁이 필요하다는 게 발제자들의 주장이다.

이 책이 바라보는 한국 종교의 지향점은 어떤 것일까. 불교에는 깨달음의 종교라는 오만과 편견을 깨고, 도인불교에서 벗어나 ‘시민보살’로 나아가라고 제안한다. 그리스도교에는 교회와 한 몸이라는, 신체 기관의 위계성에 방점이 찍히는 것이 아니라 몸의 연결성에 중점을 두고 한 곳이 아프면 다른 곳도 아프게 된다는 관점에서 바울의 정신을 되살려야 한다고 충고한다. 그리고 가톨릭에는 권위주의에서 벗어나 가난한 사람들을 중심으로 자유와 해방을 향해 나아가라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