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혁 장편소설 『49일』 · 엄현주 장편동화 『산을 품은 아이들』 가작
심사위원들 “불교문학 미래 밝다” … 15일 운문사서 명성 스님이 시상
장영우 동국대 교수(왼쪽 첫번 째)가 법계문학상 심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그옆으로 대상으로 당선된 신이산 작가와 가작으로 당선된 엄현주 작가, 그리고 이종숙 《불교문예》편집국장이 앉아 있다.
제1회 법계문학상 대상은 신이산 장편소설 『푼다리카』가 차지했다. 가작은 김민혁 장편소설 『49일』과 엄현주 장편동화 『산을 품은 아이들』에게 각각 돌아갔다. 법계문학상 심사위원회(위원장 장영우)는 12월 5일 이같은 수상 결과를 공개했다.
『푼다리카』는 환속한 승려의 아들로 태어나 청각장애자가 되어 절에서 자라며 불화를 배운 주인공이 마침내 ‘아미타내영도’를 완성하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그린 작품이다. 이 작품은 구성이 다소 고전적이고 독자를 긴장시키는 결정적 갈등도 부족하지만, 불교 미술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불교적 세계관에 대한 이해를 차분하고 정제된 문장으로 풀어낸 솜씨를 높이 인정받았다. '푼다리카'는 흰 연꽃을 뜻하는 범어이다.
『49일』은 강원도 고성의 무당 선녀씨가 죽은 뒤 49재를 지내기까지의 이야기를 복잡한 가족사와 연계해 다룬 작품으로, 문장이나 사유의 깊이 등에 있어서 단연 탁월한 능력을 보였다.
『산을 품은 아이들』은 엄마의 죽음과 아빠의 사업실패로 산골마을 종점슈퍼에 맡겨진 일곱 살 난 여자아이와, 고아로 절에서 자란 여덟 살 사내아이의 순수한 우정, 그리고 주지스님과 이웃들의 자비를 다룬 동화다. 절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소재주의에 함몰되지 않고 자연과 인간을 사랑하는 근본적인 인간의 정신을 어린아이의 맑은 눈과 생각으로 드러내려 한 점이 인정되며, 지나치게 과장되지 않으면서도 비유적인 문장을 쓰려는 노력이 돋보였다.
심사위원으로는 남지심 소설가(법계문학상 운영위원장), 장영우 동국대 교수(심사위원장), 김종광 소설가, 손홍규 소설가, 원종국 소설가, 전경남 동화작가 등이 참여했다.
법계문학상은 청도 운문사를 전국 최대 규모의 비구니 전문 교육기관으로 키워 온 명성 스님이 한국문학의 발전과 불교의 포교를 위한 또 하나의 원력으로 지난 5월 마련한 상이다. 대상에는 1,500만원이, 가작에는 500만원의 상금이 각각 주어진다. 이 상은 응모 자격을 등단 5년 이내의 작가로, 장르는 소설•동화로 한정했다. 신인에게 기회와 도움을 주자는 의도와 이야기 문학을 통해 불교 정신을 보다 쉽게, 널리 알리고자 하는 뜻이 담겨 있다.
제1회 법계문학상 공모가 공지된 뒤 최종적으로 장편소설 13편, 장편동화 7편이 접수됐다. 심사는 장편소설은 예심위원 세 명이 나눠 읽고, 장편동화는 예심위원 한 사람이 읽어 복수 추천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예심을 거친 작품(장편소설 3편, 장편동화 2편)을 본심 심사위원이 모두 읽고 토론한 결과 『산을 품은 아이들』(엄현주), 『49일』(김민혁), 『푼다리카』(신이산) 등 세 편이 후보작으로 남았고 이 중 대상을 가려냈다.
심사위원장 장영우 동국대 교수는 “제1회 법계문학상 심사를 진행하며 불교문학의 미래가 결코 어둡지만은 않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동안 우리 문학계에서 좋은 불교문학을 찾아볼 수 없었던 것은, 어떤 면에서 불교계의 관심이나 지원이 없었기 때문인지 모른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이어 “굳이 ‘불교문학’을 강조할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이 있을 수 있지만, 불교문학을 하면 정당하게 평가받지 못하는 것 같은 한국 문학계의 인식은 바뀔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장 교수는 “불교문학은 절(寺)이나 스님 주변 이야기를 다룬 것이라는 고정관념도 교정되어야 한다.”면서 법계문학상을 통해 불교문학에 대한 불교계와 문학계의 관심이 좀 더 깊어지기를 기대했다.
한편 법계문학상을 제정한 명성 스님은 12월 15일 오후2시 청도 운문사에서 당선자와 당선작에 대해 직접 시상할 예정이다.
다음은 당선자 프로필과 당선 소감이다.
■ 신이산(본명 : 신중철) = 1952년생.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2013년 계간《불교문예》신인상 수상.

불교가 우리 문학의 중요한 사상적 토대가 되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근래 불교문학은 많이 위축됐다. 이런 시대에 불교문학상을 제정한 큰 뜻을 잘 알고 있다. 법계문학상 수상은 평생의 영광이면서 동시에 빚이기도 하다. 초심을 잊지 않겠다.
『푼다리카』는 한 화공의 예술혼과 구도 정신, 그리고 사랑을 그린 소설이다. 소설을 통해 보살행을 실천하는 인물을 창조하고 싶었으나 신심과 노력의 부족으로 생각만큼 되지 않았다. 부끄럽고 민망하다. 불교에 대한 글을 쓸 때면 늘 그렇듯 또 다른 구업을 지은 게 아닌가 해서 두렵다.
글을 쓰는 것도 상을 받는 것도 모두 부처님 가피임을 알고 있다. 독자에게 감화를 줄 수 있는 ‘한 폭의 변상도와 같은 소설’을 쓸 수 있기를 언제나 기도한다. 불교문학이라는 거대한 돌탑 속의 작은 돌멩이 하나라도 되고 싶은 것이 나의 소원이다.
■ 김민혁 = 동국대 국문과 졸, 2012년 진주 《가을문예》 소설부문 당선.
대학 시절부터 내게 불교는 일생의 화두처럼 품고 가야할 세계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자주했다. 매 학기 불교 관련 수업을 빠짐없이 들었으며, 학교 내에 위치한 정각원을 들락거리기도 했다. 인연을 만나지 못해 아직 수계는 받지 못했지만, 불교가 어떤 진리의 근원을 품고 있으리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소설은 부처님 말씀을 대중에게 더욱 가깝게 전달할 수 있는 매체라 할 수 있다. 이야기는 재미있어야 하고 그 속에 담긴 뜻은 오묘해야 한다. 내 작품이 그러한 요구에 제대로 부응했는지는 솔직히 자신할 수 없다. 다만 인연 따라 뜻하지 않은 행운이 찾아온 듯하다. 수행하듯 끊임없이 읽고 쓰리라 약속드린다.
■ 엄현주 = 서울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2002년 평사리문학대상 소설부문 수상. 2006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기금 수혜. 2007년 창작집 투망 출간(나남출판사).

법계문학상은 글쓰기에 지친 나를 위하여 특별히 부처님께서 마련해주신 기회라 믿고 심기일전하여 열심히 써야겠다고 다짐한다.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 순수한 아이들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법부터 배워야할 것이다. 내가 쓰는 아이들의 이야기가 세상을 맑고 환하게 밝히는 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 수 있다면 좋겠다.
신발 끈을 새롭게 묶고, 내 앞에 열린 길 위로 첫걸음을 떼어본다. 가뿐하다. 가는 길 내내 평탄하지만은 않다는 걸 잘 알고 있다. 하지만 험하고 울퉁불퉁한 길이 나타나도 주저하거나 멈추지 않고 끝까지 가겠노라고 약속한다. 그것이 이 상에 대한 답례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