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 해결할 사람은 대통령인데 책임지라는 말은 한 마디도 안 나와"
광전 스님, 9일 속개한 조계종 중앙종회 제207회 정기회서 종책질의
종책질의 과정에서 상영한 봉은사 환전부지 활동 동영상.
9일 오전 조계종 중앙종회에서는 봉은사환전부지환수위가 박원순 서울시장의 퇴진을 촉구하는 이유를 묻는 종책질의가 이어졌다.
대한불교조계종 중앙종회(의장 원행 스님)는 11월 9일 오전 10시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79명 중 46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207회 정기회를 속개하고, 첫 안건으로 종책 질의를 채택해 논의했다.
종회의원 광전 스님은 최근 봉은사 한전부지 환수위의 활동이 박원순 시장만을 상대로 하는 이유에 대해 강한 의구심을 드러냈다.
이에 조계종 총무부장 지현 스님은 자체 제작한 동영상을 약 3분 간 상영하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이 동영상은 봉은사 환수위가 활동에 나선 이유 등을 소개하고, ‘봉은사 천년의 혼 팔아먹은 박원순은 서울시장 자격 없다 즉각 퇴진하라’는 구호로 마무리하고 있다.
광전 스님은 동영상 시청 후에도 “구 한전부지 개발 문제는 2015년 1월 18일 정부의 7차 투자활성화정책의 일환으로, 경기를 살리겠다는 대책인데, 재벌특혜 빠르게 주는 것은 중앙정부냐, 서울시냐”고 되물었다.
이에 김봉석 변호사는 지현 스님을 대신해 “세 단계에 걸친 건축 허가는 서울시가 갖고 있다”면서 “협상이 6개월 이내에 마무리됐는데 용적률 8백%의 상향조정을 맞춰 놓고 끼워 맞추기로 빠르게 진행하고 있다”고 답했다.
9일 속개한 중앙종회에서 지현 스님(연단 앞)과 김봉석 변호사(왼쪽 맨 앞)가 봉은사 한전부지 환수위 관련 질문을 듣고 있다.
광전 스님은 “서울시장이 권한이 있으나, 개발 문제는 정부 방침이며, 원인 제공자 역시 부지를 강탈한 군사정권으로 그때 잘못을 해결할 사람은 대통령”이라면서 “아무리 봐도 대통령에게 문제를 책임지라는 말은 한 마디도 안 나오는데, 원인제공자에게 한 마디도 못하면서 박 시장에게는 왜 퇴진하라고 하느냐”고 되물었다.
이에 김 변호사는 “토지 환수를 중점 목표로 시작했던 위원회가 건축허가가 떨어지면 환수업무가 안 된다는 판단으로 전략에 따라 진행해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법적 환수가 가능하냐의 질문에는 “검토는 불가능하지는 않으나 쉽지는 않다. 원인무효이므로 공소시효는 따로 없다”고 대답했다.
제정 스님도 뒤늦은 대응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제정 스님은 “2014년 이 사안을 알고, 국가가 강탈한 땅을 목적사업이 끝나면 원 소유자에게 매도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주장했으나 아무도 경청하지 않다 이제와 나서면 동력이 떨어진다”며 “왜 즉각 대응을 못했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전 종도가 이 문제를 해결해야겠다는 의지를 가져야 하는데 세간 사람들은 우리를 욕하고 있다”면서 “종단 중요 소임자 스님이 시청 앞에서 문전박대를 당하는 등 체면도 구기고 실리도 구기고 타이밍도 늦었다”고 덧붙였다.
광전 스님은 “중앙정부를 상대로 대응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선광 스님도 박원순 시장의 퇴진에 대한 실효성에 의구심을 드러내며 합리적 대응을 주문했다. 한전부지 환수위가 박원순 시장 퇴진 구호 현수막을 배포한 데 대해 “실효성이 있으냐. 박원순 시장이 퇴진할 거 같냐. 환전부지환수위가 요구하는 사항을 들어줄 것이라고 생각하느냐”고 질문했다.
또 선광 스님은 현대자동차 사옥 앞에서 천도재를 지내며 ‘망(亡) 현대자동차’ 등이 적힌 위패를 봉안한 데 대해 “천도재를 지내 현대 자동차를 망하게 한다면, 국가경제는 어떻게 될 것이며, 스님 보는 시각은 어떨 것이냐”면서 “좀 더 유연하고 합리적 방법으로 대응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지현 스님은 “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박 시장은 프랜카드를 가장 우려해 이것저것 따지면 못 할 것이라 생각한다”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선광 스님은 “억울하지만, 중요한 건 현재”라면서 “산토끼 잡으려다 집토끼 놓친다. 퇴진은 정치인의 생명이 끝나는 거다. 경제인에게 ‘망현대’ 같이 자극적 대응하는 것은 일반인이 봤을 때 스님들의 행동은 아니라고 본다”고 비판했다.
지현 스님은 이와 관련한 좋은 의견을 제시해달라고 요청했다.
반면 태원 스님은 “서울시에서 도장만 찍으면 끝나는 상황인데 종도들이 힘을 합쳐 도와줘야겠다”고 말했고, 지현 스님은 “총결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광전 스님은 “외부에서 봤을 때 우리 말이 합리적이고 받아들일 수준이어야겠다”고 강조했고, 지현 스님은 “충분히 인지하고 고민 많이 하고 논의를 하고 있다”고 답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