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찬주 소설가, 에세이 ‘길이 끝나는 곳에 길이 있다’ 출간
우리시대 대표적 구도소설가의 행복으로 이끄는 인생 응원가

“세상의 모든 생명은 한 뿌리다. 나와 이웃은 한 뿌리의 이파리들이다. 한 이파리가 불행하면 다른 이파리들도 불행하게 된다. 이것이 내가 행복해야 할 이유이다. 내 삶이 행복해야 더불어 이웃의 삶도 행복해지기 때문이다.”-(본문 중에서)
16년 전 서울 생활을 청산하고 전라남도 화순군 이양면 쌍봉사 자락 ‘이불재(耳佛齋)’로 훌쩍 떠나온 정찬주 작가. 그동안 오로지 창작 활동에만 매진해 온 그가 결코 짧지 않은 산방 생활을 하며 느낀 잔잔한 일상의 감동과 회한을 주옥같은 문체로 다듬어 한권의 책으로 내놨다. 책의 제목은 <길 끝나는 곳에 길이 있다>(황금물고기 펴냄).
“어느덧 세상에 빚진 것을 갚아야 할 나이가 돼버렸다”는 정찬주 작가는 “인생 공부 몇 십 년, 미흡하나마 스스로 자각한 바가 있다면 길 끝나는 곳에 반드시 다른 길이 시작된다”며 이 책을 펴낸 배경을 설명한다.
따라서 이 책은 바늘 하나 꽂을 자리가 없을 만큼 삶에 지친 우리들에게 길 끝나는 곳에 다시 길이 있음을 믿게 만들어주는 ‘ 정찬주의 인생 응원가’라고 할 수 있다.
‘정찬주 산중일기’라고 명명할 수 있는 이 책은 산중에서 살아본 이만 느낄 수 있는 담담한 삶의 단상과 낭만, 추억, 그리고 스스로와의 나눈 수많은 대화 들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집착을 버리고 자유자재하게 사는 인생은 무엇이며, 어디를 향해 가야 행복의 길이 있는지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적어 내려간 명상의 글, 사색의 결정체이다.
바람처럼 막힘없이, 구름처럼 자유롭게, 때로는 송곳같이 예리한 통찰력으로 삶을 들여다보는 작가의 명쾌한 식견은 가히 오랜 좌선수행을 거친 수행자의 그것에 견줄 만하다.
오직 집필에 열중하기 위해 남도행을 감행했지만, 작가는 그를 찾아오는 인연들을 외면할 수는 없었다. 처음에는 솔직히 번거로운 점도 없지 않았지만 찾아온 손님들과 차를 마시며 나눈 대화와 시간들은 곧 그 삶과 집필의 소중한 자양분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비로소 집 이름을 이불재로 지은 의미가 그에게 절절하게 다가온 것이다.
작가는 그를 찾아온 벗들과 나눈 대화들을 주제로 하나하나 떠올리며 잠언이나 격언에 결코 뒤지지 않는, 수채화 같은 감동과 교훈을 주는 이야기들을 틈틈이 풀어냈다. 그런 작업들이 어느 덧 책 한 권의 분량이 되고도 남았다. 그러니까 이 책에는 남도산중에서 외로움과 직면하고 자연과 소통하며 살아온 날들의 애환, 벗과의 해후를 통해 얻은 감동과 보람 등이 고스란히 담겨있다고 할 수 있다.
너릿재를 넘어 계당산 자락 이불재에서 차 맛을 음미하고 간 인사들은 명명은 화려하다. 이해인 수녀, 법정 스님, 소설가 최인호, 박완서 선생, 화가 송영방, 우리시대 걸출한 선승 수불스님 등. 정찬주 작가는 “돌이켜보면 모두 나에게 생을 깊이 들여다보게 하신 고마운 분들”이라며 “그분들과의 대화를 통해 나를 사랑하는 사람만이 남도 사랑할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떠올렸다”고 말했다.
이 책은 크게 3부로 구성됐다.
제1부는 ‘내가 행복해야 그대가 행복하다.’ 제2부는 ‘내 곁에 있는 사람이 선지식이다.’ 제3부 ‘나를 놓아버릴 때와 나를 들여다볼 때.’
그러나 목차의 순서대로 읽어도 좋지만 끌리는 작은 소제목을 추려 읽어도 좋다. 1만4,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