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 공양주 삶 마치고 고향길 나서는 정수암 연화성 보살
연화성 보살 “더 정성을 다할 걸”…스님·신도 “잊지 못할 것”

“좀 더 부처님 공양에 정성을 다할 걸, 스님들에게 좀 더 따뜻한 공양을 올릴 걸, 지금 생각하니 모자란 점이 너무 많습니다. 함께했던 모든 분들의 손을 놓기가 이렇게 무겁고 힘든 것인 줄 이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고향을 떠나는 마음이 가볍지만은 않습니다. 몸은 아니지만 마음은 언제나 이곳 정수암에 있을 것입니다. 가끔 이곳에 올 때 언제나 따뜻하게 맞아주세요.”

35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정들었던 옥수동 미타사 정수암을 떠나는 공양주 연화성 보살. 그와 한 가족이었던 정수암 주지 상덕 스님과 총무 종일 스님, 그리고 수현 스님. 미타사 신도회장 선혜원 보살을 비롯 100여 정수암 신도들은 지난 9월 1일 초하루 법회를 마치고 2부행사로 진행된 ‘연화성 보살 송별식’에서 연화성 보살의 마지막 인사를 들으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지난 35년 동안 공양주 연화성 보살이 보여준 변함없는 정진과 수고에 대한 감사과 다가온 이별의 슬픔이 섞인 눈물이었다.  

헤어지고 만나는 것을 여반장처럼 여기는 세태에 23세 꽃 다운 나이에 정수암 공양주로 들어와 성치 않은 몸으로 35년 동안 믿기지 않는 정성으로 정진을 해오다가 58세 나이에 몸이 아파 요양을 위해 고향 청송으로 되돌아가는 연화성 보살을 보내는 정수암 사부대중의 마음은 넘치는 감사와 진한 아쉬움으로 가득 물들었다. 

미타사 정수암 주지 상덕스님은 35년 동안 동고동락한 연화성 보살에게 그동안의 수고로움을 기리는 감사패를 전달하고 가슴으로부터 우러나는 감동적인 송별사를 했다.

“여러분이 보시는 바와 같이 우리 같지 않고 몸이 조금 불편하죠. 그런데도 불구하고 한 번도 스님들 3끼 공양 거른 적이 없고, 또 우리 신도님들 크고 작은 법회 한 번도 거른 적이 없어요.”

지난 1980년 23살의 공양주와 30살의 주지스님이 만나, 35년을 동고동락하고 헤어지는 자리에서 주지 상덕스님은 끝내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연화성 보살님은 23세에 정수암에 와서 35년을 살고 60대가 다 되어 오늘을 마지막으로 정수암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연화성 보살님은 수락산 내원암 재운 사숙님의 먼 친척으로 절에 놀러왔다가 우리와 인연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마치 혈연처럼 한 가족으로 살아왔습니다. 연화성 보살은 그동안 한 결 같이 자애심으로 정수암의 사부대중으로 대해주셨습니다. 잘 살아오셨습니다. 정말 수고 많았다고 칭찬해드리고 싶습니다. 사중의 대소사에 단 한 번도 공양에 빠진 적이 없었습니다. 제사를 하루에 몇 번씩 지낼 때에도 한 마디 불평 없이 정성을 다해주었습니다. 지난 35년 연화성 보살님으로 인한 다툼이나 불화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말 수가 적어서 말을 옮겨서 시비가 된 적도 없었습니다. 타고난 음식솜씨, 바느질 솜씨 다 너무 좋아서 너무나 편하게 같이 살아왔습니다. 언제나 자비보살의 자세로 크고 작은 일을 담당하면서 대소사를 다 챙겨주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늘 정수암 부주지라고 불러주기도 했어요. 저도 30대에 연화성 보살을 맞아서 함께 고락을 다 겪고 이렇게 노년으로 접어들었습니다. 연화성 보살은 정수암에 인연이 된 애기들을 14명이나 친엄마처럼 키웠습니다. 그 중 2명은 스님이 되어 잘 살아가고 있고, 12명도 사회에서 제 역할을 하며 잘 살고 있습니다. 이들은 서로 정수암 패밀리라고 부르며 명절 때에는 친정처럼 정수암을 찾아와 일을 돕고 있습니다. 이 많은 아이들은 연화성 보살을 이모님이라고 부릅니다. 아이들을 잘 길러주신 연화성 보살님께 거듭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이 지중한 인연 너무나 고맙게 생각합니다. 정수암 신도님들 중에는 35년 동안 연화성 보살을 지켜본 신도들도 많습니다. 아마 모두들 연화성 보살의 변함없는 고운 미소와 따듯한 친절을 잊지 못할 것입니다. 긴 세월 동안 불편한 몸을 이끌고 힘들고 어려웠던 시절 잘 이겨낸 연화성 보살님의 공덕은 하늘을 덮고도 남을 것입니다.”

상덕 스님은 끝내 눈물을 흘렸다. “잘 살기 바랍니다”라는 마지막 말은 채 마무리를 못한 채 송별사를 마쳤다.

이어 정수암 총무 종일 스님이 격려인사를 했다. 상덕 스님과 정수암에서 동고동락한 스님으로, 정수암에서는 어머니와 같은 스님이시다. 

“연화성 보살이 18살 때, 처음 만났어요. 그때는 너무 가녀렸는데, 그 수줍었던 소녀가 스님과 살고 싶다고 한 말이 인연이 되어 5년 후 23살부터 지금까지 함께 정수암에서 긴 시간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제가 부처님 명호 다음으로 많이 부른 이름이 ‘연화성 보살님’이었을 것입니다. 이제 연화성 보살님이 떠난 빈 자리를 정수암 대중이 어떻게 채울지 모르겠어요.”

흘러내리는 눈물에 종일 스님도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동안 여러 번 함께 가보았던 연화성의 고향이지만, 이번에 가는 고향길은 다릅니다. 정말로 하루 24시간을 함께 했던 35년의 시간이 끝나가는 이 순간이 아쉽습니다. 연화성, 감사하고, 모든 불자들을 대신해서 마음을 전합니다. 감사하고 고맙습니다.”

신도대표 선혜안 보살님도 고별사에 나섰다.

“연화성 보살님, 그동안 고생 많았습니다. 절에 오면 으레 공양실에 가서 인사를 하던 기억들이 있습니다. 건강이 안 좋아져서 고향으로 내려간다니까 말을 할 수가 없습니다. 고맙고 감사하게 생각하면서 건강이 안 좋아진 것을 모르고 있었던 점 후회가 듭니다. 지금은 헤어지지만 우리들 가슴에는 연화성과 함께 할 것입니다. 맑은 공기 좋은 고향으로 가서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를 바랍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연화성 보살님 사랑합니다.”

종무실을 지키는 백련화 보살도 송별사를 했다.

“긴 세월 돌이켜보니 만감이 교차합니다. 정수암의 삼보님을 공양하고, 각종 법회, 행사를 다 준비해주신 공덕이 하늘을 덮는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연화성 보살님은 ‘참 연화성 보살 같은 분 없어’라는 칭찬을 이구동성으로 받았던 보살님이십니다. 항상 밝은 미소와 마음으로 신도들을 대해주신 것 감사드립니다.” 

강산이 3번 변하고도 남는 긴 세월을 함께한 사중 스님과 신도들도 영원할 것만 같던 연화성 보살과의 인연을 마감하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신도들은 전별금으로 아쉬움을 전했고, 연화성 보살은 신도들에게 가방을 보시했다. 그리고 다함께 이별의 아쉬움을 노래하며, 35년 동안 이어진 인연을 마무리 했다.

툭하면 헤어지고, 이혼이 다반사가 된 오늘날의 세태에서, 연화성 보살과 정수암 사부대중 간의 긴 세월 동안 이어진 인연과 의미 있는 회향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교훈과 감동의 자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