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 물건
글· 사진 유철주
맑은소리맑은나라
268쪽, 1만5000원

서울 열린선원장 법현 스님의 ‘스님의 물건’(아래 사진)은 특이하다. 얼핏 보아서는 교통표지판 같다. ‘윤회금지-NO SAMSARA’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열린선원 개원3주년 때 김영수 작가가 기증한 것이다. 부처님 공부 열심히 하고 또 쉬지 않고 정진해서 우리 모두가 윤회에서 벗어나자는 취지를 담고 있다. 법현 스님을 이 물건을 “세계에서 하나밖에 없는 성보”라며 8년째 보관하고 있다.

광주 각화사 주지 혜담 스님은 1988년 은사 광덕 스님에게 받은 ‘보리수 잎’을 간직하고 있다. 광덕 스님이 상좌들에게 법호를 내려주면서 ‘나는 법이 없으니 보리수를 깨달음의 징표로 삼아서 수행정진하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혜담 스님은 은사 스님의 가르침과 당부가 온전히 녹아 있는 보리수 잎이 자신에게는 생명과도 같다며 게을러지거나 나태해질 때 이 보리수를 보면서 마음을 다 잡아 왔다고 했다.

11살에 출가해 당대의 율사 자운 스님을 40년을 시봉한 대각회 이사장 혜총 스님은 자운 스님의 원불을 지금도 잘 모시고 있다. 원불을 보면서 노스님의 말씀과 행동을 생각하고, 노스님 가르침대로 살기 위해 다짐하고 또 다짐한다. 원불은 노스님의 다른 모습이라고 헤총 스님은 생각하고 있다.

이렇듯 스님들은 본인만이 간직하는 각별한 ‘물건’이 있다. 눈에 보이는 것, 보이지 않는 것, 생명 있는 것, 생명 없는 것 등 종류도 다양하다. 앞의 스님들과 달리 조계종립 특별선원 봉암사 수좌이자 현존 최고 수좌로 존경받고 있는 적명 스님은 정진하고자하는 ‘수좌스님들의 열정’을 당신의 '물건'이라고 했다. 조계종 포교원장을 역임했던 지원 스님은 ‘외국인 상좌’들이 당신의 보물이라고 했다.

백련불교문화재단 기획팀장으로 선(禪) 전문잡지 『고경』 편집장인 저자는 수행과 포교에 정진하는 스님 14명의 삶 속에서 그들만의 ‘물건’에 주목한다. 스토리가 있고 추억이 있는 그들의 ‘물건’은 기나긴 수행의 길에 때로는 경책이 되고 때로는 귀감이 되는 죽비와도 같은 존재들이었다.

책에는 ‘재가불자의 물건’도 있다. 불교인재원 이사장으로 수행과 포교에 진력하고 있는 엄상호 이사장은 ‘평생 절을 해온 불단’을 추천했다. 집에 불단을 조성한 그는 30년 넘게 매월 일만 배를 목표로 매일 새벽 333배 절을 하는 수행자다. 권탄준 금강대 명예교수는 성철 스님이 정해준 학문의 길이 그의 ‘물건’이었다. “교(敎)를 공부하려면 화엄(華嚴)을 하라”고 했던 성철 스님의 말을 받들어 평생의 연구주제를 삼았다.

저자는 “‘스님의 물건’에는 그 스님의 정신과 원력(願力)이 깃들어 있었다.”면서 “이 시대를 대표하는 수행자들의 ‘물건’을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더 열심히 수행하고 정진했으면 하는 바람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