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타 스님이 들려주는 금강산 전설] 10 - 백운대 ‘금강약수’ 전설(사람을 가려보는 ‘금강약수’)

간송미술관이 소장 중인 심사정의 <만폭동>

왕위를 탐하여 어린 조카인 단종을 죽이고 이조의 7대왕으로 된 세조는 자기가 저지른 죄과로 인하여 집권 초기에 매우 불안한 상태에 있었다. 게다가 천일창(악성피부병)까지 앓게 되었다. 당시 사람들 속에서는 세조의 병을 두고 “저 병은 하늘이 내린 병”이라고 까지 하였다.

천하에 이름 있는 의사를 불러 좋다는 약을 다 써보았으나, 병은 점점 더해져서 용상에 앉아있을 수 없을 정도로 괴로웠다. 그래서 나중에는 명산대천에 기도를 드려보기도 하고 백성들에게서 인삼과 녹용을 걷어 들여 진탕치 듯 먹어 보기고 하였다. 그렇지만 병은 오히려 더해갔다.
 
바로 이럴 즈음에 금강산 백운대 밑에 병 치료에 특효가 있는 금강약수가 있다는 소식이 궁중에 날아들었다. 세조는 부랴부랴 금강산행 차에 올랐다. 만폭동을 지나 마하연에 도착하여 백운대를 쳐다보니, 까마득하게 높아 자기로서는 도저히 올라갈 것 같지 않았다.

 “여봐라 백운대 밑에 가서 금강약수를 떠오너라.”

세조는 신하를 시켜서 금강 약수를 떠오도록 명을 내렸다. 임금의 명을 받은 신하는 팥죽땀을 흘리며 백운대에 올라 약수를 가져다 바쳤다.
 
세조는 “그 물빛이 어찌 그리 푸르냐.” 하고 공연히 트집을 하며 물었다.

 “네. 약수는 약성분이 있기 때문에 색깔이 푸른 줄 아뢰옵니다.”

“허허 그러면 이 약수에는 약 성분이 많겠구나. 하며 세조는 회색이 만면하여 너털웃음을 짓고는 약수를 마시고 바르고 하였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가? 다른 사람들은 한두 번 마시고 발라도 즉효가 나타났지만 세조에게서는 아무런 효험이 없었다. 속이 안달이 난 세조는 여러 신하들을 불러 지성을 올리라. 무당을 불러 굿을 하라 하며 못 살게 굴었다.

이렇게 10여일이 지난 어느 날 밤 세조의 꿈에 백발노인이 나타나서 하는 말이 “당신 병은 겉병이 아니라 속병이고 그 뿌리가 대단히 깊어 금강약수도 효과가 없을 터이니 돌아가라”고 하고는 사라지는 것이었다.

 이튿날 아침 왕은 신하들을 모아놓고 어제 밤 나의 꿈에 웬 백발노인이 나타나 “내 병이 속병이라 하였은즉 그대들은 어떻게 생각하는고.”하고 물었다. 그러나 신하들 가운데는 아무도 대답하는 사람이 없었다.

세조는 그날 저녁에 또 다시 명산대천에 제사를 지냈다. 그랬더니 전날 밤 꿈에 나타났던  그 노인이 하는 말이 “당신은 소보다도 우둔한 사람이요. 당신의 속병이란 악한 마음을 말하는 것이요. 금강약수는 마음이 착하고 양심이 깨끗한 사람에게만 효험이 있는 것이지 당신처럼 악한 사람에게는 아무런 효험이 없소.” 하고는 어디론가 사라졌다.
 
깨어보니 꿈이었다. 잠자리에서 깨어난 세조는 행장을 수습해 가지고 금강산을 떠났다고 한다. 그때 세조의 꿈에 나타났던 백발노인은 금강신으로서 금강 약수의 화신이었다고 한다.
 
강도 일제에게 나라를 팔아먹은 매국역적 이완용이 금강약수가 좋다는 말을 듣고 자기 졸개들과 기생들을 데리고 금강산 백운대 밑으로 찾아갔을 때의 일이었다.

그런데 웬 일인가? 방금 전까지 바위벽 밑에서 졸졸 흘러나오던 금강약수가  한 방울도 나오지 않았다. 만고역적 이완용은 한 방울의 약수도 마시지 못하고 만회암, 만폭동을 거쳐 표훈사에 돌아왔다.

‘금강약수를 마시려 금강산에 왔다가 그저 돌아갈 수야 없지. 다시 한 번 가보자’
 
이렇게 결심한 그는 다음 날 아침 표훈사의 남녀 군들을 재촉하여 금강산 약수터로 찾아갔다. 그런데 이때도 역시 금강 약수가 말라 버렸다. 결국 이완용은 금강 약수를 먹지 못하고 그냥 서울로 돌아가고 말았다.
 
이 소식이 금강 마을에 알려지게 되자, 사람들은 하도 이상하여 금강 약수를 찾아가 보았다. 샘물은 예나 다름이 없이 졸졸 흘러내렸다. 이를 본 사람들은 “금강산에 솟는 약수도 사람을 가려보고 죄 많은 자에게는 한 모금도 주지 않는구려.”하며 금강약수를 민족의 넋을 지닌 특산으로 자랑하였다고 한다.

<조국평화통일불교협회 회장 법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