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라, 그런대로 안녕하네 =‘어라’는 이 책의 주인공 캐릭터다. 하체보다 더 커 보이는 상체로 존재감을 드러내는 2등신이다. 크고 둥근 머리는 만 가지 표정을 넉넉히 담아내고도 남는다. 늘 한쪽 어깨에 가사만 걸치는 걸 고집하는 패션에다 늘 좌충우돌하지만 ‘이 뭣고?’ 자세로 돌아보고 성찰하는 동자승 같은 승려다.

저자는 이 캐릭터를 만든 지찬 스님. 2015년 ‘불교언론문화상(뉴미디어 부문)’을 수상했다. 만화뿐 아니라 불교방송의 음악디제이로 재치 있는 입담을 선보이고, 불교카툰신문 『만만(卍卍)한 뉴스』를 창간하는 등 주인공 캐릭터 못지않게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스님이다. 만화를 매개로 불교철학을 친근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소개하는 그는 불교계에서 ‘신세대 포교사’로 통한다. 책은 지찬 스님의 분신이기도 한 어라 스님의 좌충우돌 ‘생활·수행 종합 분투기’다.
 
‘어라 스님’이라는 재미있는 필명 또한 다름 아닌 저자의 무궁한 궁금증에서 비롯됐다. ‘어라’라는 감탄사를 필명 그대로 차용한 것. 이 필명은 ‘이 뭣고?’라는 유명한 화두를 담고 있다. ‘이 뭣고?’를 쉽게 풀면 ‘어라?’가 된다. 카툰을 그릴 때도 수행자임을 항상 잊지 않겠다는 그의 마음이 ‘어라’라는 필명에도 녹아 있다.

그의 카툰은 종교인답지 않게 현실적이고, 세속적이다. 섣불리 교훈을 던져주려고 하지 않고, 설명하려 들지 않는다. 좌충우돌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어라는 사소한 일에 기뻐하다가 화를 내기도 하고, 슬퍼하다가 웃기도 하고, 지난 뒤에는 곰곰이 생각하며 성찰한다. 그 성찰의 저변에는 사람과 사람, 다른 세상과 사물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흐르고 있다. 마음수행편, 자아성찰편, 사회편, 공감과 소통편, 일상편 등 5개의 장으로 구성돼 있다.

들녘, 288쪽, 1만2000원

◆ 인생과 싸우지 않는 지혜 = 한 권의 시집 같은 책이다. 저자는 90년대의 불교 교과서 『불교 길라잡이』를 집필한 곽철환. 그가 쓴, 인연 따라 간결하게 사는 길을 안내하는 384편의 짧은 글을 모았다. 모두 불교 공부 속에서 발견했거나 저자가 자기 속에서 길어 올린 것들이다.

그는 인연 따라 흐른 세월인 과거는 후회할 것도 반성할 것도 없고, 예측 불가능한 미래는 걱정하거나 불안해 할 것이 없다고 말한다. ‘지금 이 순간’, ‘지금 여기’만이 삶의 현장이고, 그 외는 다 허망한 생각이라는 것. 그래서 문제는 단 하나, ‘생각을 어떻게 다스릴 것인가’로 귀결된다. 

『인생과 싸우지 않는 지혜』는 바로 이 문제 하나에 관한 책이다. 생각이 어떻게 우리 인생을 망가뜨리는지, 어떻게 생각의 지배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 그리하여 어떻게 인생을 참되게 누릴 수 있는지를 집중적으로 파고든다.

저자는 꾸미는 말을 극도로 배제한 단순한 문장으로, 짧고 단호하게 메시지를 전달한다. 글에는 인생의 거의 전부를 불교 공부에 던진 저자의 한 생애가 담겨 있다. 저자는 “밑줄을 많이 그을 만한 책이 되면 좋겠다.”는 바람도 내비쳤다.

불광출판사, 288쪽, 1만3000원

◆ 아디야샨티의 참된 명상 = 서구 영성계에서 차세대 지도자로 각광 받고 있는 아디야샨티가 ‘참된 명상’이란 무엇인지를, 어떤 명상이 정말로 내면을 변화시키고 진리에 눈을 뜨게 할 수 있는지를 일목요연하게 설명한 책이다.

아디야샨티가 말하는 참된 명상, 즉 완전한 자유와 깨달음이 저절로 떠오르게 되는 진정한 명상은 두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책의 제1부는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내버려두기’. 이것은 기본적으로 통제와 조작을 놓아 버리는 것이다. 이것을 막상 명상뿐 아니라 일상생활에 적용하려 하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지은이는 ‘마음과의 전쟁을 끝내기’ 등 15가지 주제 아래, 있는 그대로 내버려두기가 삶의 바탕이 될 수 있도록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제2부는 ‘명상적 자기탐구’.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놓아두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가 않다. 영적으로 깨어나기 위해서는 자신이 진정 무엇인지를 분명히 깨달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야만 자기를 분리된 개인이라고 믿는 최면 상태에서, 꿈의 상태에서 확실히 깨어날 수가 있다. 그러므로 “나는 무엇인가?”를 물어야 한다. 여기에서는 ‘누가 알아차리는가?’ 등 11가지 주제 아래, 진정한 자기 자신을 발견하는 데 도움이 되는 조언들을 담았다.

저자는 이 두 가지가 결합될 때 진정한 자기 자신으로 깨어날 수 있으며, 그것이 결국 영성에 관한 전부라고 말한다. 뒷부분에 실려 있는 저자와의 인터뷰는 궁금한 점들을 해소하는데 도움을 준다.

침묵의 향기, 148쪽, 1만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