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관 스님, 천연 레시피 108가지 담은 책 펴내

보리일미
우관 스님 지음, 램프온더문
240쪽, 2만3000원

요즘의 음식들은 하나같이 모양을 내고 맛을 추구한다. 사찰 음식도 예외는 아니다. 여기서 벗어나보자고 외치는 스님이 있다. 사찰음식전문가 우관 스님이다. 책 제목도 예사롭지가 않다. 『보리일미』다.

보리(菩提)란 산스크리트어의 를 음역한 것으로 ‘최상의 깨달음’을 말한다. 일미(一味)는 한 맛으로 ‘한’은 모든 것을 총섭하는 큰 한 가지라는 뜻이다. 직역하면 보리일미는 ‘깨달음의 한 맛’이다. 진흙탕물이든 깨끗한 물이든 세상 모든 물이 바다로 흘러 한 맛이 되듯이, 모든 맛을 아우르는 깨달음의 한 맛이야말로 스님의 사찰음식이 추구하는 최상의 맛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쫄깃한 식감과 쌉싸래한 맛이 된장과 어우러져 매력적인 맛을 내는 도라지순 된장국(170~171쪽). [사진 = 램프온더문]

스님은 맛의 단계를 여섯 가지로 구분한다. 첫 번 째는 자극의 맛. 맛의 자극에 대해 혀가 무뎌지면서 자극의 강도를 점점 높이게 되고 그 맛에 빠져 중독되고 만다. 결국 몸과 정신의 균형도 깨지게 된다. 두 번 째는 자연의 맛. 맛의 문제점에 대한 대안으로 가공되지 않은 자연의 재료와 최소한의 천연 양념으로 맛을 내는 음식, 즉 사찰음식을 찾는 단계다.

세 번 째는 나눔의 맛. 함께 나누어 먹을 사람을 생각하며 조리하고 대접하면서 생기는 충만감과 무엇이든 감사한 마음으로 맛있게 먹는 마음을 가질 때 느껴지는 맛이다. 네 번 째는 무심의 맛. 음식을 씹고 소화시키고 배출하는 일련의 과정을 인식하면서 그 과정을 통해 행복감을 느끼는 맛이다. 다섯 번째는 무념의 맛. 의식 작용이 멈추면서 정보의 유입이나 활동이 정지되는 무념의 상태로, 음식을 맛보되 맛의 감각을 인식하여 에너지가 생성되면서 느껴지는 맛이다.

맛의 마지막 단계는 보리일미의 맛. 여기가 스님이 추구하는 사찰음식의 방향이자 목표다.

“이는 본성에서 생성되는 청정한 에너지의 한 맛입니다. 하지만 현대인은 이러한 에너지 작용에 대한 인식을 망각하고 탐욕과 성냄, 어리석음에 물들고 먹는 유희에 빠져버렸습니다. 이 책에 담은 사찰음식은 보리일미를 지향점으로 두고 최상의 맛을 펼쳐 보이기 위해 음식 하나하나를 작업해낸 것입니다.”

스님의 음식철학은 누구나 다 아는 내용이지만 실천하기란 쉽지 않다.

“어떤 음식이든 먹을 사람을 생각하면서 음식을 만들면 맛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누군가와 함께 나눈다고 생각하면 그 사람을 위한 음식이 만들어집니다. 아픈 환자에게는 소화에 이로운 음식을, 어린 아이나 어르신들에게는 자극적이지 않고 입맛 살리는 음식을 만들게 됩니다.”

음식에는 사람의 마음과 기운과 소리가 작동한다고 강조하는 스님은 예를 들어 설명한다.

“실제로 나는 부처님께 올릴 팥죽을 끓일 때 어떻게 해야 맛있게 끓일 수 있을까 궁리를 하며 맛있어져라, 맛있어져라 주문을 외웁니다. 그러면 정말 맛있는 팥죽이 끓여집니다. 상대방을 기리는 마음으로 음식을 만드는 나의 기운이 온전하게 가동이 되어 긍정적인 에너지를 담은 음식이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책은 우관 스님의 라이프스타일이 녹아든 사찰음식을 이야기와 함께 화보 형식으로 꾸몄다. 어디서나 손쉽게 구할 수 있지만 아무나 구할 수 없는 식재료, 손쉽게 따라할 수 있지만 아무나 만들 수 없는 조리법 108가지를 담았다.

우관 스님은?

 

[사진 = 램프온더문]

여고 1학년 때 청담 스님이 쓴 『마음』이라는 책 한 권을 계기로 출가를 결심하고 1988년, 스물네 살에 정화 스님을 은사로 관악산 약수사에서 출가했다. 수원 봉녕사승가대학을 졸업하고 연구생과정을 수료한 뒤 인도 델리대학교에서 6년 가까이 공부를 하며 불교학과에서 석사 학위를 받고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이때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까지 등반을 하며 수행이 뒷받침되지 않는 지식은 교만과 가식, 권위를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해 그 후 미얀마 등지에서 위파사나 수행에 몰두했다.

 

한국으로 돌아와 경기도 화성 자제정사 양로원에서 원주소임을 살면서 100여 명 할머니의 식사를 도맡았다. 할머니들이 늘 먹던 ‘찬밥’을 없애고 매 끼니때마다 따뜻한 밥을 지어 올렸다. ‘음식이란 특별한 재료와 기술도 필요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제때 갓 지은 음식을 해 먹이겠다는 어머니 같은 마음과 정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2년간의 자제정사 생활을 마치고 은사 정화 스님을 모시고 경북 영양의 연화사로 수행에 들어갔고, 1년 뒤 은사스님의 권유로 이천 감은사로 오게 되었다.

 

사찰 음식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2009년 봉녕사에서 열렸던 ‘대한민국 사찰음식 대향연’ 때다. 행사가 열리기 3일 전 봉녕사로부터 사찰음식전문가로 참여해 달라는 부탁을 받은 것이 계기다. 평소 사찰 음식이란 화려하고 특별한 것이 아니라 생각했기에 사찰에서 흔히 먹는 평범한 식단을 준비해 선보였다. 사계절에 맞는 12가지 사찰밥과 4가지 사찰죽이 그것이다.

 

행자시절부터 절의 살림을 도맡아 은사스님을 봉양하고, 자제정사에서 할머니들 밥을 지으며 자연스럽게 익힌 것이었지만 대중의 눈에는 기존 사찰 음식과 다른 신선한 전시로 호평을 받게 됐다. 이를 계기로 사찰 음식을 통해 이웃과 더불어 살기로 결심한다.

 

2015년 2월에는 한국을 대표해 스페인 마드리드퓨전에서 사찰음식을 전시하고 전통 보리고추장 조리법을 선보였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식재단의 지원사업으로 2015년 사찰음식 조리교육 및 창업교육 단기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현재 이천 마하연사찰음식문화원 원장과 대한불교조계종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의 사찰음식 전문위원으로, 종단 사찰음식 전문 교육관 ‘향적세계’와 ‘사찰음식문화체험관’, ‘마하연사찰음식문화원’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저서로 『살아있으니까 보이는 거다』(지누·공저)와 『우관 스님의 손맛 깃든 사찰음식』(스타일북스)이 있다. 인스타그램(wookwansunim)을 통해 우관 스님의 일상을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