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던 조계종 승랍기산 개정안이 철회되고 중앙종무원과 말사주지 자격을 현행 승납 10년에서 5년으로 줄이는 종무원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조계종 중앙종회는 11월 9일 오전 10시 정기종회를 속개하고 약 2시간여 동안 승랍기산문제 해결을 위한 승려법 개정안에 대한 대안을 논의했다.

조계종의 승랍기산문제는 지난 15여년동안 꾸준히 문제제기가 돼온 사안이다. 1994년 개혁종단 출범 이후 조계종은 승랍기산의 기준을 비구, 비구니계를 받은 이후로 규정했다. 문제는 94년 이전에 출가한 승려들에게는 사미, 사미니계를 받은 후부터 승랍을 기산해오던 종래의 법랍을 인정하는 상태에서, 새롭게 비구 비구니가 되는 승려들에게만 성문법의 적용을 받게 했다. 이에 따라 94년 비구계를 받은 승려와 95년 비구계를 받은 승려 사이에 5년의 승랍 격차가 발생하는 모순상황이 벌어지게 된 것이다.

이 문제는 제13대 종회에서부터 줄곧 조계종 법제상의 문제점으로 지적되었고, 여러 불교단체들도 이 문제를 제기해왔다. 결국 조계종 중앙종회는 ‘승랍기산문제해결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승랍문제를 해결할 대안 마련을 추진해왔다.

이날 종회에서는 초선의원들을 중심으로 “사미, 사미니 과정을 이수한 사람들에게 승랍 4년을 기산해주어, 형평성에 맞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개진됐고, “승랍을 4년 더 기산해주는 것은 94년 개혁정신에 어긋난다” “승려법과 상충된다”는 중진 의원들의 주장이 팽팽하게 맞섬에 따라 12시경 휴회를 하고 절충안 마련에 들어갔다.

그러나 결론은 중진 의원들의 승리. 결국 중진 의원들의 주장에 따라 승랍기산 개정안은 폐기됐고, 말사주지를 맡을 수 있는 연한만 현행 승랍 10년에서 5년으로 줄어들게 됐다.

이에 따라 조계종 종무원법 제6조에 따라 말사주지 및 교구본사 국장 자격연한이 승랍 10년, 연령 30세 이상에서, 승랍 5년 연령 30세 이상으로 수정됐다.

하지만 관심을 모았던 종회의원 자격연한은 수정되지 않은 채 현행 승랍 15년 그대로 유지됐다. 만약 이번에 승랍기산 개정안이 통과됐다면, 내년부터 95년 출가자들에게 종회의원이 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게 되는 것이었다.

한편 호계위원이나 호계원장, 법규위원과 법규위원장을 중앙종회에서 불신임할 수 있는 호계원법과 법규위원회법이 개정됐다. 호계원장, 법규위원장을 불신임하기 위해서는 종회 재적의원 2/3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하며, 호계위원, 법규위원을 불신임하기 위해서는 재적의원 1/2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가능하다.

이 개정안은 지난해 법규위원장이나 호계원장의 독단으로 법규위원회, 호계위원회가 파행으로 운영되거나 법규위원 및 호계위원의 전횡을 견제하기 위해 마련된 법안이다.

또한 선거관리위원회법 개정안도 이번 종회에서 통과됐다. 선거관리위원회법 개정안은 선거관리위원회의 독단적 행위에 대해 교구 선거관리위원회가 불신임을 할 수 있도록 마련된 법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