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붓다는 〈강순형의 문화멍석〉이라는 새로운 칼럼을 통해 강순형 전 국립문화재연구소장의 차와 문화, 문화재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글을 게재합니다.

 

 

오매! 동짓달에 매화―상매霜梅다

 

                                                         치매 요옹(癡呆樂翁) 찍고 씀

 

 남녘을 떠돌았다.

(양력) 묵은, 새-해넘이→해맞이 아니, 「해배웅」→「해마중」으로 아래 남녘(南道) 절집 미황사-일지암-백련사로 정나들이한. 모처럼 맞춰 큰맘 내어 묵은 벗과 벗고 나선 즐겁고, 만나서 함께 반가운 차마실길이었다.

 

그러던 쌀쌀한 아침나절 다담(茶談) 때 갑작, 아니 박시인이 납매(臘梅)를 넘어 동지매(冬至梅=霜梅)가 폈다는 말. 설마!?하며 한껏 들떠, 거두고 온길 곧바로 차 되몰았다. 버들치 박시인 맘이 더 바쁘다. 한눈 못팔게 한다. (역시,) 서호(西湖)처사 화정(和靖 林逋, 967-1028, 북송)만큼(梅妻 鶴子), 매화벽있는 동매마을 박시인답다.

 

 

  맘 졸여 섬진강 소학정(逍鶴亭) 다다르니 한두송이가 아니라 가지끝이 새하얗다. 아무리 요즘 변덕쟁이 날씨나 그래도 넘 빠른 거 아닌가! 하긴, 매꽃은 눈매=설중매 얼음매=빙매라 하니까. 더우기 다가가보니 곱디고운 홑 백매=흰매꽃이다. 마치 막, 얼음 · 흰옥조각을 송이송이로 하나하나 깎아 붙여놓은 듯 눈부시다. 넘 맑고(淸潔) 이쁘다. 바람차니 더 하다. 이른바, 윤회매(輪回梅)가 바로 이런 건가. 눈과 맘 시원타. 문자말 그대로 청복(淸福). 뒤집어, 우리만의 찐한-열복(熱福)이기도 하다^^

 

 

 

 

 내쳐, 진짜 매화를 아는 이(眞 知梅 者)라 스스로 내세웠던 퇴계(退溪 李滉, 1501-1570)선비는 밤 이슥토록 매화로 온몸 적시고(梅邊行遶 幾回巡, 夜深坐久 渾忘起, 香滿衣巾 影滿身-<陶山月夜詠梅 6-3>), 그는 매화를 아예 군자(君子)로 대했다. 매화를 기리고 사랑한 시집을 내며 무려 107수의 매화시를 읊조렸다. 오호 마침내는 숨지던 날에는, 매화에 물을 줘라(命 灌盆梅)한 말이 다였을 뿐이었다.

 

 

  

 허나 이 안복(眼福만의) 누림이 아쉬웠다. 분(수)를 알아야(足不足 過不及)하나, 늘 소인은 부족하다(小人如何 長不足). 어쩔 수 없다. 1가지-일지매(一枝梅), 널리 용서를 구했다. 역시 단박 박시인은 싫어한다. 청복(淸福)에, 아름다운 꽃을 사랑하는 것은 풍류다라는 오주거사(五洲 李圭景, 1788-1856)의 멋난 말에 힘 얻어서 꺾은 건가.

 

 

 

 

 

 

 얼른 곧바로 차실로 달려와 매화차다. 1잔 우전차에, 매꽃 1송이 띄우자 향긔 바로 온 방안을 확 채운다.

 

 바로 이 거다! 벗 불러, 매화차 마시니 그 누가 차맛과 차향을 가려낼-가릴 수 있으랴(茗葉梅花 同一瀹, 誰能香味 辨中邊) 읊으며(<啜梅>), 이미 (나는) 매화(와 하나)가 되었다(主翁而已 一梅花-<梅花十首>)는 멋진이 자하(紫霞 申緯, 1769-1845)선비가 떠오른다.

 

 그는 매꽃을, 씹어 먹고(<嚼梅>) (담배와) 피우며(<吸梅>), 꽃진 가지 태우기(<爇梅>)까지 하며 매섭게 다 가지렸던 이.

 

 보라, 찻물에 뜬 매꽃은 너무도 고결 · 투명키만. 하늘하늘- 젖어 묽어 바래갈수록 운모 · 견라조각 같이 그 얇디얇고 맑디맑은 꽃잎이라니!

 

 

 

 

 

 

 

  

 

(허니) 81송이 매화=99소한도(九九消寒圖) 그려, 겨울추위 이기며 느그로이 낭만 봄맞이 그리는 멋은 한물간 건가-

바람소리 차다. 어둠 내리는 시린 창밖

 

 

 

    

         

 

 

        동짓달 매꽃-동지매冬至梅

 

 

    남녘절집 곳곳 떠도는참 南國 刹浮流

    동지매꽃 폈다 달려가이 霜梅 花信疾

    부시구나 빙옥 조각조각 玲瓏 彫氷玉

    

    차향내어 언몸 적시노라 薰染 梅花茶

 

                    -2016.1.2. 음.11.23. 소학정 상매逍鶴亭 霜梅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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