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권으로 읽는 불교 교리
지명 스님 지음, 조계종출판사
416쪽, 1만7000원

지명 스님은 60대의 스님들 가운데 보기 드물게 미국유학파이다. 1980년대 동국대 불교학과에서 석사와 박사 과정을 마친 뒤 미국 템플대학 종교학과에서 석사·철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서양에서 불교공부를 하고 온 그는 글을 비교적 쉽게 쓴다. 신문 연재에서 그의 글은 진가를 발휘했다. 지명 스님의 ‘교리 산책’이라는 제목으로 1997년 7월부터 『불교신문』에 글을 실었다. ‘사성제’부터 시작된 이 연재는 불교의 핵심 교리에 대해 주변에서 일어난 일이나 사회적으로 벌어진 큰 사건들을 소재로 명쾌하게 설명해나갔다. 해박한 지식과 풍부한 설명 그리고 철저히 눈높이에 맞춘 친절함은 독자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반응이 좋자 2001년 1월까지 약 4년에 걸쳐 연재가 계속됐다. 독자들은 애매한 것에 대해 명쾌히 설명해 주는 글에 열광했고 어려운 불교 교리를 쉽게 설명해 주는 글에 박수를 보냈다.

이 책은 그때의 원고를 바탕으로 탄생했다. 필자와 출판사의 노력으로 원고를 새롭게 정리했다. 원래 원고에 좀 더 쉽고 깊은 이해를 주고자 각 원고 말미에 용어에 대한 설명과 함께 사진과 도표를 풍부하게 실어 엮었다. 당시 일어났던 특수한 ‘사건’들에 대한 설명을 제외하고 160회 중 126회 분량을 편집했다. 그야말로 ‘한 권으로’ 불교 교리를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책은 근본불교에서 밀교까지 그리고 삼법인, 사성제, 십이연기 등 초기불교 교리에서부터 화엄과 선, 정토까지 불교 교리 전반에 대해 빠짐없이 골고루 다루고 있다. 사전식 설명을 철저히 지양하고 공(空)이나 유식(唯識) 화엄(華嚴) 등의 교리를 독자의 질문이나 실제 일어난 사건과 함께 풀어내 방대하고 깊은 내용을 ‘어렵지 않게, 체계적으로’ 읽을 수 있도록 했다.

독자들이 궁금해 하거나 일반인들이 불교에 대해 오해하는 점에 대해서도 하나하나 짚어주고 있다는 점도 이 책의 특징가운데 하나이다. 책의 제10장 제목은 ‘자주하는 질문’이다. “불교는 철학인가? 종교인가?”, “불교는 무신론인가? 유신론인가?”, “불교는 우상숭배인가?” “불교는 숙명론을 주장하는가?”하는 질문들로 하나의 장을 만들었다. 이 장을 읽고 나면 불교를 철학으로 오해하는 사례나 숙명론으로 폄훼하는 사례 그리고 불교가 자력 종교인지 타력 종교인지 애매해 하는 상황에 대해 명확히 갈피를 잡아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