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등 총 32개소에서 케이블카 설치가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국토와 산지 보호를 촉구하고 난개발을 막기 위한 천도재가 30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광장에서 봉행됐다.

'심청정 국토청정 발원․천도재 봉행단(도감 법응 스님)'는 11월 30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광장에서 '심청정 국토청정 발원․천도재'를 봉행했다.
 
조계종 환경위원회(위원장 장명 스님)가 후원한 이날 천도재는 사회 각계의 청정한 마음을 회복해 그 깨끗한 마음의 작용으로 사회와 나라 땅을 청정하게 장엄해 나가자는 의도로 마련됐다.

이날 천도재에 동참한 불교생명윤리협회 집행위원장 법현 스님 등 50여 명은 국토의 청정과 난개발의 중지를 발원하고, 개발로 파헤쳐진 수목과 희생된 곤충까지도 천도해 갈등과 대립의 벽을 허물기를 기원했다.

이날 행사는 발원불공과 천도재 순으로 진행됐으며, 전국산지에서 불의의 사고 등으로 사망한 모든 영가와 인간의 행위로 죽어간 동식물들의 위패가 영단에 올랐다. 천도재 동참자들은 불공을 들이고, 육법공양을 통해 이들의 명복을 빌었다.

이날 산악인 엄홍길 씨는 "10명이나 되는 동료를 히말라야에서 잃은 가운데 이 자리에 나와 있다는 자체가 기적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제가 큰 은혜를 입었듯이 살아남은 자로서 그 은혜를 나누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뜻하지 않은 사고로 산에서 유명을 달리한 산악인 후배들의 명복을 비는 천도재를 지녀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도감 법응 스님은 선포문을 통해 "국립공원과 영산이라는 보호지역에 대한 경외심이 사라지고 난개발이 가속화되는 지경을 더 이상 묵도할 수 없어 천도재를 봉행하게 됐다"면서 "우리 마음의 청정성을 회복해 국토의 청정성이 유지되도록 발원하고 천도하고자 한다"고 취지를 밝혔다.

조계종 환경위원장 장명 스님도 봉행사에서 "오늘을 사는 우리는 산에 대한 예의를 갖추고 산을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면서 정부의 국립공원과 산악정책에 있어 적극적 보호, 개발척결로의 변화를 촉구했다.

상도초 김민경(5학년), 이인준(6학년) 학생은 '대통령 할머니께 보내는 편지'를 통해 "동물들이 살 곳을 잘 보호해 사람과 동물들이 함께 행복할 수 있도록 약속해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봉행단은 케이블카 설치 반대의 의미를 담은 등산용 컵을 천도재 참가자와 시민들에게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