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복지는 국가가 주도하는 민관 협력의 방식에서 벗어나 사찰이 주축이 돼 지역 사회의 자발적 참여와 연대 등을 이끄는 방식으로 전환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 같은 주장은 11월 23일 서울 AW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대한불교조계종사회복지재단(대표이사 자승 스님) 창립 20주년 기념 학술심포지엄(사진)에서 한동우 한국사회복지학회 학술분과위원장(강남대 사회복지전문대학원 교수)에 의해 제기됐다.
한 위원장은 이날 심포지엄에서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하는 복지공동체 구축 방안–조계종 사찰을 중심으로’란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복지 예산이 정부 예산의 1/4 가량을 차지하고, 서비스 인프라가 늘어나고 있지만, 국민의 삶의 질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면서 “연구진은 이 같은 현상이 발생된 이유를 이웃에 대한 관심과 서로 연결된다는 공동체 의식의 저조, 획일적 복지 모델의 통용 때문으로 보고,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한 복지공동체 구축을 목적으로 연구에 나서게 됐다”고 연구 배경을 밝혔다.
한 위원장은 복지공동체를 구축하기 위한 생태학적 원칙, 사회정의 원칙, 지역적 요소의 존중의 원칙 등과 국내외의 사례를 검토하고, “생명존중, 평등, 자비, 복전, 연기 사상 등 불교의 가르침은 사회복지와 직결된다”면서 조계종사회복지재단과 사찰이 주축이 돼 상호 협력과 연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각 지역 사찰은 지역사회기반 복지공동체의 가치와 필요성에 대한 인식을 공유해야 하며, 조계종사회복지재단의 가치와 운영원칙이 쉽게 구현될 수 있도록 복지공동체 사무국(이하 센터)을 시범적 설치.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도시에서는 도시복지공동체사무국을, 농촌에서는 농촌복지공동체지원센터를 두고, 센터를 기반으로 한 복지 교육, 연구, 토론회, 소집단 모임 등을 펼치며 평가를 거칠 때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한 복지공동체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했다.
이에 대해 토론자 김형용 동국대 교수는 지역 주민의 주체적 참여와 공공성 확보, 신뢰 구축을 위한 협치를 강조하며 “불교계 사회복지시설들의 공공성 규범과 윤리를 강화하고, 당사자들이 자발적으로 연대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정길 지혜공유협동조합 이사장도 “앞으로 지역공동체를 위해 불교계는 지역 주민들의 공동체적 협력과 상호부조를 통한 복지, 정부에 의존하지 않고 주민들이 스스로 자립하게 하는 복지 등으로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날 심포지엄에 앞서 복지재단은 한국사회복지학회와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사진)
복지재단 상임이사 보경 스님은 개회식에서 인사말을 통해 “재단은 대승불교의 이념을 실현시키기 위해 산하 복지관과 기관을 운영하여 불교복지를 위한 활동에 노력해 왔다”고 재단의 발자취를 소개했다. 이어 “재단의 창립 20주년을 기념하는 이 자리에서 부처님의 자비 정신을 복지로 실현시키기 위한 복지 아젠다를 한국사회복지학회와 함께 창출해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하는 불교계의 새로운 복지 공동체 모델을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윤현숙 한국사회복지학회장은 축사를 통해 “복지재단은 부처님의 가르침과 사랑을 사회복지를 통해 실천에 옮기고 있으며, 사회복지 현장에 새로운 모델과 가치를 만들어내는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지역 사회 공동체를 중심으로 한 복지를 불교계가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를 논의하는 이번 심포지엄을 통해 많은 지혜를 모아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가자”고 말했다.
한편 조계종사회복지재단은 오후 5시부터 전국불교사회복지대회의 본행사인 자비나눔 대법회를 봉행해 지난 20주년과 올 한 해 동안의 성과를 공유하고, 사회 각지의 자비나눔 실천가를 발굴해 포상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