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 뜻 깊은 행사가 마련됐다. 시각장애인들이 고려시대부터 서울 지역에서 이어져 내려온 전통의식인 서울맹인독경을 재연하고, 음반을 출시하는 기념행사를 개최했다. 특히 불교적 내용이 일부 포함된 맹인독경을 서울시 무형문화재로 추진 중이어서 주목된다.
대한시각장애인역리학회(이사장 강태봉, 한국시각장애인불자회장)는 10월 22일 오후 서울 성북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 서울 맹인독경 음반발표회와 점자묘법연화경 출간 기념 작은음악회를 개최했다.
사회복지법인 연화원 대표이사 해성 스님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행사에서는 고려와 조선시대부터 서울지역에서 시각장애인들이 나라의 천재지우나 가정의 우환 시 안녕 등을 발원하며 독경하는 전통의식인 서울 맹인독경을 재현하는 행사가 마련됐다.
박동금 씨 등 3명이 이날 100여 시각 장애우들 앞에서 분향주와 고향게, 대다라니, 성주선경을 독경하자 관객 모두 집중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천수경 등 불교적 내용과 함께 유교와 민속적 요소가 혼합된 독경을 통해 가무(歌舞)가 없는 대신 화려한 사설과 다양한 박자를 선보였다.
완벽한 호흡을 자랑하는 이들의 독경에 객석의 집중도는 최고조에 이르렀고, 독경이 모두 끝나자 끝날 줄 모르는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이어 강태봉 이사장이 점차 사라져가는 서울맹인독경을 맥을 잇고 보존해나가기 위해 최근 분향주, 대다라니, 제석선경, 천수대다라니 등 11곡을 수록한 3장 1세트 음반을 1천 세트를 출시했음을 알리자 객석을 가득 매운 관중들이 뜨거운 박수를 잇달아 보냈다.
강태봉 이사장은 인사말을 통해 "서울맹인독경은 독창성과 음악성이 어우러지는 하나의 예술로 발전돼 왔으며, 완전한 원형이 복원돼 현재 '서울맹인안택경'이란 이름으로 서울시 무형문화재 종목 지정이 됐으며 내년 무형문화재 지정을 앞두고 있다"면서 "맹인독경이 음반으로 출시돼 우리의 숨어있던 값진 소리를 누구나 어디서든 듣게 된 것은 커다란 의미 있는 일로, 맹인독경의 예술성을 한층 더 인정받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의의를 밝혔다.
이어 "이번 음반 출시를 계기로 시각장애우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서울맹인독경이 널리 알려지고, 지방 맹인독경이 음반으로 출시되기를 바란다"고 기대를 나타냈다.
아울러 사회를 맡은 해성 스님에게 "오늘 이 자리를 이끌기 위해 음양으로 도와주고, 시각장애인들이 불경을 널리 읽을 수 있도록 점자로 묘법연화경을 보급한 해성 스님에게 감사하다"고 감사의 뜻을 표했다.
박노달 한국시각장애인노인복지회 전 회장도 격려사를 통해 "오늘 이 자리를 축하함과 동시에 맹인계에 큰 족적을 남긴 해성 스님에게 감사하다"고 운을 뗐다. 박 전 회장은 "해성 스님은 우리가 읽고 싶은 경전을 점자화시켜 주고, 이 행사도 지원해줬으며, 이번에도 또 우리를 위해 법화경을 점자화했다"면서 "이로 인해 스님들이 우리를 바라보는 의식이 예전과 달라져 너무 고맙다. 이는 모두 해성 스님의 덕이다. 이 분을 위해 박수를 쳐 달라"고 말했다. 이어 객석을 가득 시각장애우들은 박수로 화답하며 해성 스님에게 감사의 뜻을 표했다.
이에 해성 스님은 "두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을 당연히 여기다 여러분들을 만나 앞을 볼 수 있다는 것을 너무 큰 감사로 여기게 됐다"면서 "이렇게 저를 감사하며 살 수 있도록 인도한 여러분들이야말로 매일매일 저의 선지식이자, 부처님으로, 여러분을 존경한다. 열심히 하겠다"고 화답했다. 이에 우레와 같은 박수가 객석에서 쏟아졌다.
이어 해성 스님이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점자묘법연화경을 전달하는 의식이 진행됐다. 강태봉 이사장이 대표로 점자묘법연화경을 전달받자 객석의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이날 행사 이후에는 작은음악회가 열려 서울맹인독경 음반 발표회와 해성 스님의 점자묘법연화경 출간을 축하했다.
한편 대한시각장애인역리학회는 이번 음반 출시를 계기로 내년 '서울맹인안택경'이 서울시지방무형문화재로 등재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서울맹인독경의 후학 양성에 더욱 힘쓸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