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불청과 대불련, 청소년교화연합회가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 중단을 촉구했다.
 
청소년교화연합회‧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대한불교청년회 등 3개 불교계 단체는 19일 성명을 내고, "국론분열을 조장하고 있는 시대착오적 발상인 정부의 역사교과서의 국정화 강행을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정부는 올바른 역사를 바라보는 미래세대의 권리를 빼앗지 말라'란 제하의 성명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역사 교육의 질적 저하를 초래하고 획일화된 역사 인식은 비판적 사고와 통찰력을 멈추게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정부의 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은 역사학의 학문적 자유를 침해하고 그 본질을 흐리며 역사 교육의 자율성을 배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민주주의의 가치까지 훼손시킨다면서 미래 세대에게서 균형 있는 역사적 시각을 배제한 채 반쪽짜리 역사를 가르치려는 행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하 성명 전문.

 
정부는 올바른 역사를 바라보는 미래세대의 권리를 빼앗지 말라.

 

 지난 12일, 정부는 중학교 ’역사‘ 교과서와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를 국정화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뿐만 아니라 교과서 국정화 추진 과정은 학계와 여론을 무시한 채 일방적이고 강압적으로 진행되었고 기존의 검정 교과서가 교묘한 의도를 숨긴 채 북한의 주체사상을 가르치고 있다며 또 다시 색깔론을 꺼내들었다. 겉으로는 국민 통합을 내세우면서 실상은 국론분열을 조장하고 있는 이러한 시대착오적 발상에 대해 미래세대 육성을 목적으로 하는 우리 불교계 제 단체들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대해 반대한다.

 

1. 역사 교과서 국정화는 역사 교육의 질적 저하를 초래할 것이다. 획일화된 역사 인식은 비판적인 사고와 통찰력을 멈추게 할 것이다. 역사는 시대적 흐름은 물론 역사적 사실에 대한 다양한 논점을 파악하도록 교육해야 하는 과목이다. 기존 검정 체제에서는 다양한 역사 교과서의 서술을 비교하며 객관적인 역사적 문제의식을 제기할 수 있었다. 그러나 역사 교과서가 국정화 되어 학생들에게 단편적인 역사 서술을 접하게 하면 역사 학습은 결국 제도화된 체계 속에 고정될 것이며 그 의미가 퇴색된 채 주입식 암기 교과목으로 변질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역사 교과서는 수많은 사료와 2차 연구 성과들을 종합하여 충분한 기간을 두고 정교하게 집필되어야 한다. 그러나 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국정 역사교과서를 집필하는 데에 고작 1년 남짓한 기간을 투자한다고 한다. 그렇게 되면 분명 오류와 허점이 가득한 부실한 역사 교과서가 집필될 것이고 학생들의 학습에도 혼란을 초래할 것이다.

 

2. 올바른 역사 교과서는 ‘하나’가 될 수 없다. 역사학은 끊임없는 객관과 주관 사이의 갈등 속에서 궁극적인 객관을 지향해야 한다. 역사적 사실에 있어서 한 가지 시각으로 ‘올바르다’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그러나 역사 교과서가 하나로 통일된다는 것은 곧 일방적으로 강요된 하나의 견해에 맞추어 다른 모든 역사적 관점과 시각을 소거하는 것이고 이는 학문 연구에 있어서도 퇴보를 야기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정부는 좌우이념대립과 색깔론이라는 구시대적 매커니즘을 동원하여 역사학에 대한 사상적 통제를 가하고 있다. 역사상 학문을 통제하고 탄압한 정권 하에서 학술 연구가 침체되고 더 나은 연구 성과가 나올 수 없었다. 이처럼 정부의 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은 역사학의 학문적 자유를 침해하고 그 본질을 흐리며 역사 교육의 자율성을 배제하는 것이다.

 

3. 민주주의의 가치가 심각하게 훼손된다. 역사 교육이 역사적 당사자가 아닌 자들에 의해 주도되고 있기 때문이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와 관련하여 가장 논란이 되는 분야는 단연 근현대사일 것이다. 대한민국의 근현대사는 일제 강점기 식민 지배와 전쟁, 그리고 군사 독재라는 역사적 상흔이 여전히 청산되지 못하고 그대로 남아있다. 그러한 가운데 역사 교과서를 국정화 한다는 것은 특정 집단의 정당성 확보와 공고화라는 이해관계를 충족하기 위한 방편에 불과할 것이다. 이는 국민을 유린하고 배반하는 것이다. 또한 정부는 이러한 논란을 종식시키기 위해 국정 역사교과서에서 근현대사 부분의 분량을 줄이겠다고 한다. 이 역시 학생들로 하여금 한국근현대사의 역사적 문제의식에 직면할 수 없게 하고 청산되지 못한 역사적 잔재를 덮어 감추는 것에 불과하다. 올바른 역사교과서를 주창하면서 오히려 미래 세대에게서 균형 있는 역사적 시각을 배제시킨 채 반쪽짜리 역사를 가르치려는 행위를 정부는 당장 중단해야 할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국정 역사교과서로 교육하는 국가들은 대부분 정치적 후진국으로서 과거를 통제하고 획일화 하여 인식시킴으로써 통해 현재 권력을 더욱 공고히 하려는 것에 역사 교육의 목표를 두고 있다. 결국 역사 교과서를 국정화 하는 것은 이러한 세계적 흐름을 역행하고 과거의 권위주의적이고 획일화된 사회로의 회귀를 의미하며 국가의 본질적인 권력 남용이다. 이렇게 되돌아간 역사의 시계추 속에서 다음 세대의 씨앗인 우리 청소년들에게 물려줄 미래사회는 다양성이 숨쉬는 소통의 들판이 아닌, 더 좁고 더 어두운 터널의 모습에 다름아닐 것이다.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 속에서 역사는 이루어진다. 그 숭고한 흐름을 막아서고자 우리 아이들의 눈에 안대를 씌우고야 말겠다는 국정교과서 채택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 불교계 제단체들은 결단코 좌시하지 않겠음을 분명히 밝히는 바이다.

 

불기 2559년 10월 19일

청소년교화연합회 • 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 • 대한불교청년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