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에 은처(隱妻) 없다. 다른 것은 용서할 수 없어도 은처로 확인되는 승려는 모조리 몰아내겠다. 여기에 목숨을 걸겠다.”
범계 의혹으로 얼룩진 조계종에 제2 승풍정화(僧風淨化) 운동의 기치를 든 스님들의 조직이 출범했다. 범종단제2정화추진위원회(이하 범정추 凡淨推)는 10월 14일 오후 장충동 우리함께빌딩 2층 만해교육관에서 ‘제2 승풍 정화운동의 결사를 시작하며’라는 제목의 선언문을 발표하며 공식 발족했다.
범정추는 이날 발표한 선언문에서 종도들을 향해 “분연히 떨치고 일어나라. 지금은 침묵할 때가 아니다. 잠자고 있는 승가여! 파사현정의 마음으로 일어나라 비승가적 종단이 그대들의 위법망구의 행동을 기다리고 있다”고 촉구했다.
범정추 발족을 기해 제2 정화운동을 선언하고 있는 스님들.
5월 14일 장충동 만해교육관에서서 범정추 발족 선언문을 발표한 스님들이 종단정화 이룩하자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범정추는 지난 10월 6일 대구에서 발족식을 가졌다.
범정추는 또 “총무원장을 하고 주지를 하기 위하여 돈으로 표를 매수하는 부정한 범계승들이 종단의 권력을 탈취하고 있으며, 그것으로도 모자라 처자권속을 숨겨두고 있는 은처승들이 본-말사 주지를 하고 종단의 종권을 장악하고 있다”며 “어찌 청정한 수행도량이 이렇게 타락하였는가? 참 수행승은 뒤로 밀려나고 비승가적 무리가 사찰을 점령하였다”고 개탄했다.
“일제 치하에서 총독부가 취처를 장려하고 친일을 강요할 때 우리의 선사들은 남루한 누더기를 입고 주린 배를 움켜쥐고, 엄동설한에 무릎에 얼음이 박히는 고행 속에서도 청정한 수행전통을 지키고 깨달음을 이루었다”고 밝힌 범정추는 “저 50년 대 정화정신은 어디로 갔는가! 만공의 빗줄기로 동산, 효봉, 금오, 청담의 서릿발 같은 수행정신은 어디로 갔는가?”라고 물었다.
범정추는 이어 “94년 종단개혁은 잃어버린 수행가풍을 회복하고 사라지는 청정승가를 되살리는 운동이었으며, 아직 그때의 함성이 귀에 남아 있거늘 작금의 종단은 개혁정신을 나락으로 빠지게 하고 있으며 은처승, 도박승, 도둑승들이 종권을 움켜쥐고 불법을 유린하고 있다”며 “이에 우리는 저들 마군이를 포살하고 상실된 조계가풍과 승가정신을 다시 살리고자 분연히 떨치고 일어났다”고 선언했다.
범정추는 또 “이제 우리는 종단을 청정하게 정화하여 조계가풍을 확립 수행정신의 종단을 확립하고자 비리승려들을 정화하고 다시는 비리와 부패가 근원적으로 발생하지 못하도록 하는 제2 종단정화운동은 시대적 명제임을 선언한다”고 천명했다.
범정추는 이날 효림 스님을 공동대표로, 인해 스님을 대변인으로 공식 발표한 데 이어 향후 1주일 이내에 구체적인 조직구성을 마무리, 언론을 통해 공표하겠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의 진행을 맡은 부명 스님은 “범정추에는 10월 14일 현재 설조, 청화, 지선, 영담, 현진, 선법, 강설, 부명 스님 등 50여 명의 스님들이 동참했으며 추가 합류하는 스님들이 늘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범정추는 지난 10월 6일 대구에서 발족을 위한 토론회를 가졌다.
이날 시종 비장한 목소리로 선언문을 낭독한 범정추 공동대표 효림 스님은 “조계종단에서 은처승을 몰아내는 정화불사를 중단 없이 추진할 것이며 여기에 목숨을 걸었다”고 강조했다. 효림 스님은 향후 활동계획에 대해 “일방적으로 행동지침을 정하기보다는 현재 총무원 집행부의 우리의 요구사항에 대한 반응을 봐가면서 행동계획을 수립할 것이지만, 우선적으로 현재 총무원 집행부에서 진행하고 있는 어용적 성격의 ‘사부대중 100인 대중공사’를 종단을 걱정하는 참신한 사부대중을 모아 여는 대중공사를 열어 무력화시키겠다”고 밝혔다.
효림 스님은 또 “은처승으로 확인되고 있는 용주사 주지를 주지직에서 퇴출시키는 것, 탱화절도 및 은닉이 분명해진 동국대 이사장을 퇴출시키는 것, 도박에 연루된 이른바 16 도박승들의 자료를 취합해 승가사회에서 도박의 뿌리를 뽑아내는 조치를 취하고 이들을 종단의 주요 보직에서 물러나게 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실천해나가야 할 현안”이라고 설명했다.
효림 스님은 “아울러 전 종도들이 수행가풍을 확립하고, 종단의 중요한 보직을 가진 스님들이 청정성을 갖도록 할 것”이라면서 “현 조계종 자승 총무원장을 당연히 정화대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현진 스님(공동대표, 여의도포교원 원장)은 “현재 용주사의 문제는 결코 용주사만의 문제가 아니며 출재가의 여러 단체들이 조계종 정화불사를 위한 연대 구성해 해결해나가야 할 현안”이라고 강조했다.
범정추는 특히 “우리 조계종에는 취처와 은처는 용납될 수 없다”며 “취처를 해서 자식이 있으면 아버지로서 역할을 하는 것이 인간으로서 당연한 일이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것을 숨기다보니까 사찰재산을 빼돌릴 수밖에 없으며, 용주사의 신도님들이 지금까지 크게 노력을 했는데도 종단과 총무원장은 아무런 조처도 하지 않고 침묵하고 있으니, 이대로라면 이 종단은 머지않아 나락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우리는 이런 일들을 간과하지 않고 일을 해나갈 것이며, 이 일을 위해 사부대중의 결집을 해나갈 생각”이라고 밝힌 현진 스님은 “현재 총무원 집행부가 100인 사부대중 공사를 월 1회씩 하고 있으나 그것은 어용 대중공사이며, 그곳에서 종단의 비전을 말하면 반동분자가 된다. 겉모습만 매끄럽게 하고 있으나 속을 그렇지가 않다. 그러므로 우리 4부대중이 공히 모여 종단의 할 일과 미래를 열어나갈 생각이다. 사부대중의 불자 여러분들의 참여와 성원을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이날 범정추 출범에는 재가단체의 대표와 회원들도 자리를 함께 해 연대를 약속했다.
바른불교재가모임 대표 우희종 교수는 “바른불교재가모임은 바른 스님들, 청정한 스님들을 외호하고 모시며 바른 신행생활을 하는 모임”이라며 “우리는 바르게 행동하는 스님들과 함께 할 것이며, 스님들의 지금 현재의 행동을 보고 함께 할 것이며, 반드시 조계종단의 청정가풍을 되살리기 위해 바른 스님들과 함께 할 것”이라고 밝혔다.
용주사 비대위 장명순 위원장도 “범정추 출범 기자회견에 용주사 비대위가 참석한 것 자체가 범정추 스님들을 지지한다는 것”이라며 “종단이 청정해질 때까지 앞으로 범정추 스님들과 함께 하겠다”고 약속했다.
봉은사 신도바로세우기 운동본부 조성남 대표도 연대를 다짐했다. 조 대표는 “봉은사 신도들도 그동안 봉은사 주지 스님들의 일탈된 모습을 보면서 많은 것을 느껴왔다”며 “범정추 스님들과 함께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그러나 우리는 봉은사 신도회를 대변하는 단체는 아니다. 우리는 신도에서 제명된 상태이다. 당장은 새로 온 주지와 할 일이 많이 있다. 일단 뒤에서 적극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우희종 교수는 참여불교재가연대도 범정추와 함께 할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승가조직으로 출범한 범정추는 승가와 재가가 함께 하는 조직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에서도 효림 스님은 단호한 결의를 거듭 천명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2013년도 24대 총무원장 선거 당시 선원 수좌들이 자승 원장 재임을 반대하며 단식농성을 했는데 흐지부지 끝나 좋게 마무리가 안 되었다. 범정추를 출범시키는 자세는 어떠한가?
“우리는 결연한 뜻으로 생사결단 할 것이다. 수행자에게는 참으로 삼보의 법통을 위해 죽을 자리를 찾는 것이 영광이다. 여기에 모인 분들이 여러 차례 모임을 가지면서 가장 고민했던 것이 바로 그런 끝까지 함께 할 것인가의 문제였다. 그러나 그동안 여러 차례 결의를 다졌기 때문에 걱정은 없다. 목숨 걸고 하겠다.”
-범정추의 향후 진행할 첫 일정을 밝혀 달라.
“10월 말(동안거 결제 전)에 재가조직이 결합된 가칭 ‘조계종 정화불사 사부대중 연대회의’를 통해 ‘만인 열린 공사’를 열겠다. 또한 일주일 이내에 범정추의 조직이 정비 될 예정이다. 조직 정비가 마무리되면 공개하겠다.”
-범정추가 말하는 제2 정화는 인적 청산을 의미하는 것인지, 아니면 종단적 분위기 조성인지 분명하게 해달라.
“인적 청산이다. 제1정화는 법률적으로도 부부관계가 성립하는 대처승을 정화하는 것이었다. 따라서 그때는 전선을 형성하는 것이 선명했다. 그런데 오늘날의 청산 대상은 아시다시피 은처승이다. 그들은 호적상으로는 깨끗하기 때문에 전선 형성이 난해한 면이 없지 않다. 그렇더라도 은처라는 사실관계가 드러나면 깨끗하게 청산시키겠다. 목숨 걸고 은처승만은 확실하게 정리하겠다. 다만 부패한 권력에 동조했던 사람이라도 은처승만 아니면 참회를 전제로 받아들여서 기꺼이 같이 갈 것이다. 도박승도 정리하겠다. 그러나 그들도 참회하고 다시는 그런 짓을 안 하겠다고 다짐하면 받아들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끝까지 용서 못하는 대상은 숨어서 은처질하는 승려들이다. 이것은 확실하게 정리하도록 하겠다. 부연하면 잘못은 포살을 통해서 용서를 할 수가 있고, 이런 것에 함께 하지 못하는 스님을 척결하자는 것이다. 모든 비위승을 다 척결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다음은 범정추가 14일 발표한 선언문 전문이다.
제2 승풍 정화운동의 결사를 시작하며
종도들이여! 분연히 떨치고 일어나라.
지금은 침묵할 때가 아니다.
사부대중이여 소리 높여 외치라. 지금은 행동해야 할 때다.
부처님은 -행위가 인격을 만들고, 행위가 불도를 완성 한다고, 말씀하셨다.- 행동 하지 못하는 자는 아무것도 이룰 수가 없다.
침묵하며 잠자고 있는 승가여!
파사현정(破邪顯正)의 마음으로 일어나라.
비승가적 종단이 그대들 위법망구의 행동을 기다리고 있다.
작금 범계한 자들이 종권을 장악하고 불법을 망치고 있다.
대중의 추대를 받고도 몇 번을 사양하고서야 겨우 주지 직에 나아가는 것이 승가의 미덕인데, 총무원장을 하고 주지를 하기 위하여 돈으로 표를 매수하는 부정한 범계승들이 종단의 권력을 탈취하고 있다.
그것으로도 모자라 처자권속을 숨겨두고 있는 은처승들이 본-말사주지를 하고 종단의 종권을 장악하고 있다. 어찌 청정한 수행도량이 이렇게 타락하였는가?
참 수행승은 뒤로 밀려나고 비승가적 무리가 사찰을 점령하였도다.
도박 승들이 유구한 역사의 사찰재산을 담보로 잡혀 도박판의 판돈으로 날려 보내는 일이 발생 하였지만, 이들을 참회 시키고 단죄하지 못하였으며, 작금에도 도박승들은 그 습을 버리지 못하고 숨어서 삼보의 정재를 날려 먹고 있을 것임에 틀림이 없다.
사찰의 주지가 성보(聖寶)를 도둑질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가람을 수호하고 불법을 홍포하여 사부대중으로 하여금 생사를 뛰어넘는 수행을 하도록 호위하는것이 주지의 책임이요 의무다.
그런데 주지가 사찰의탱화를 팔아먹었다.
범법행위가 명명백백하게 밝혀졌음에도 그가 종단의 권력을 움켜쥐고 승가를 비웃고
종단을 비웃고 있다.
오호 통제라! 이 지경에 처했음에도 그대들은 귀 막고 눈감고 들어 앉아 침묵만 할 것인가.
아! 종도들이여! 잊어버렸는가? 일제치하에서 총독부가 취처를 장려하고 친일을 강요 할 때우리의 선사들은 남루한 누더기를 입고, 주린 배를 움켜지고, 엄동설한 무릎에 얼음이 박히는 고행 속에서도 청정한 수행전통을 지키고 깨달음을 이루었도다.
저-50년대 정화정신은 어디로 갔는가!
만공의 빗줄기로 동산, 효봉, 금오, 청담의 서릿발 같은 수행정신은 어디로 갔는가?
94년 종단개혁은 잃어버린 수행가풍을 회복하고 사라지는 청정승가를 되살리는 운동이었다. 아직 그때의 함성이 귀에 남아 있거늘 작금의 종단은 개혁정신을 나락으로 빠지게 하고 있으며, 은처승, 도박승, 도둑승들이 종권을 움켜쥐고 불법을 유린하고 있다.
이에 우리는 저들 마군(魔軍)이를 포살하고, 상실된 조계가풍과 승가정신을 다시 살리고자 분연히 떨치고 일어났다.
종도들이여! 사부대중들이여! 모두 사자처럼 포효하라. 태산을 흔드는 바람처럼 떨치고 일어나라. 비승가적인 종단을 청정종단으로 정화해야하겠다.
이제 우리는 종단을 청정하게 정화하여 조계가풍을 확립 수행정신의 종단을 확립코저 비리승려들을 정화하고 다시는 비리와 부패가 근원적으로 발생하지 못하도록 제2 종단정화운동의 목표로 설정하고 이를 구현 하기위하여 조계종 정화불사는 시대적 명제임을 선언한다.
2015년 10월 14일
범 종단 제2정화추진위원회 일동
공 동 대 표 : 현진, 효림, 증악
공동집행위원장 : 강설, 부명
실 행 위 원 장 : 성견
대 변 인 : 인해 (010-6318-7529) nim7529@daum.net
참석자 : 현진, 효림, 증악, 강설, 인해, 성견, 대안, 각진, 지정, 성화, 성륜, 부명, 덕중
동참자 : 설조, 청화, 영담, 도후, 종수, 일해, 태봉, 견휴, 정관, 법안, 혜능, 지선, 영조, 종광, 정우, 서담, 묵담, 개운, 법준, 대원, 원오, 도정, 무송, 각원, 각진, 각진, 수련, 남도, 혜관, 영수, 지광, 서정, 평전, 정명, 세등, 원오, 성각, 용환, 연담, 종선, 석초
합 : 55명(무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