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최고의 천재이자 충신(사육신)이며, 또한 승려이기도 했던 설잠 김시습. 그의 사리(유골)가 남아 있는 것은 어쩌면 우리나라 국민에게는 매우 소중한 선물일 수 있다. 다른 나라 같았으면 조선 최고의 천재 유골이 남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국민적 관심은 물론 정부에서도 소중하게 그 유골을 보전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사정이 그렇지 못하다. 문화재제자리찾기의 혜문 대표에 따르면, 현재 설잠 김시습의 사리는 비닐에 싸여 종이박스 안에 버려지듯 부여박물관에 놓여 있다. 몇 해 전 사리가 전시되었을 때에도 제 사리함이 아닌 다른 사리함에 유골이 담겨져 전시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다른 이의 관에 설잠이 유골이 담겨 전시된 것이니, 불경도 이런 불경이 있을 수 없다.

"문화재청은 왜 스스로 문화재로 인정하지 않는 사리(유골)을 되돌려주지 않나?"

불교문화재제자리찾기운동(대표 영담 스님)과 문화재제자리찾기(대표 혜문) 두 단체가 이런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힘을 모았다. 설잠 김시습의 사리를 보관하고 있는 부여박물관을 향해 사리 반환을 촉구하며 이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청구를 요청한 것이다.

두 단체의 대표는 지난 10월 5일 오전 11시 감사원에 국립부여박물관은 김시습 유골(사리)을 원 봉안처인 무량사로 반환하라는 취지의 공익감사청구서를 제출했다.

두 대표는

 감사청구서를 통해 "국립부여박물관은 일제강점기 충남 무량사에 위치한 매월당 김시습(설잠스님)의 부도로부터 유골을 임의로 가져가 현재까지 보관하고 있다"며 "국립부여박물관의 유물카드에는 무량사 소유의 충남유형문화재 제25호 무량사 김시습 부도로부터 사리를 수습했다고 기재돼 있어 김시습 사리의 정당한 권리자로서 2014년부터 3차례에 걸쳐 반환을 요청했으나 특별한 이유 없이 거부해왔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에 제출된 감사청구서에는 ▲사리는 문화재가 아니라 유골의 일부이고 ▲사리와 사리함, 부도는 불가분의 일체물이며 ▲문화재청은 사리를 원봉안에 봉안하고 있고 ▲국립부여박물관은 사리의 보관을 태만하게 하고 있다는 사실을 들어, 국립부여박물관의 설잠스님(김시습) 사리 반환 불가 결정은 부당하다는 것을 뼈대로 한 주장이 담겨 있다.

두 대표는 이와 관련 지난 10월 6일 가진 기자회견에서 “문화재청은 지난 2006년 3월 15일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진행된 현등사 사리구 반환소송 당시 법원의 사실 조회에 대해 ‘사리는 종교적 신앙의 대상으로 의의가 있는 것으로 당대의 문화활동의 소산인 문화재와는 거리가 있다’고 회답했다”며 “사리는 승려가 사망한 뒤 다비라는 불교장례절차에 의해 수습되는 유골로 박물관에서 보관할 문화재가 아니라 신앙과 예경의 대상”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두 대표는 “지난 1996년 문화재청(당시 문화재관리국)은 경주 감은사지 석탑(국보 제112호)의 해체 보수과정에서 발견된 사리 54과를 감은사 탑 안에 다시 봉안했다”며 “이는 사리가 문화재로서 박물관에 보관될 성질의 것이 아니라 예경의 대상이라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인만큼 감은사탑의 전례에 따라 김시습의 사리 역시 무량사로 다시 반환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화재제자리찾기 혜문 대표는 특히 “국립부여박물관에 김시습 사리와 사리함의 관계를 질의한 결과, 김시습 사리와 일체를 이루는 사리함이라고 단정하여 말할 수 없다는 취지의 답변을 받았다”며 “그렇다면 이는 마치 유골을 아무 상관없는 타인의 관곽에 담는 것과 같은 처사”라고 비판했다.

두 단체는 감사원의 감사청구 결과에 따라 민사재판 진행도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