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인 대중공사에 참여한 승가자와 재가자는 이 시대의 바람직한 승가공동체는 청정성이 요구된다는 데 뜻을 같이 하고, 사회적으로 이슈화된 범계 행위에 대해 신속.엄정한 조치를 요구했다.
사부대중 100인 대중공사 추진위원회(공동추진위원장 도법 스님, 이하 추진위)은 9월 23일 공주 한국문화연수원에서 제7차 '종단혁신과 백년대계를 위한 사부대중 100인 대중공사(이하 대중공사)'를 개최했다.
이날 추진위는 처음으로 승가와 재가가 세 가지 소주제로 나눠져 6모둠의 토론으로 대중공사를 진행했으나, 위원 195명 중 총무원장 자승 스님 등 125명이 참석하지 않은 채 70명만이 참석해 대중공사 개최 이래 처음으로 과반수를 넘지 못한 저조한 출석률을 보였다.
이날 참석한 70명의 대중은 '수행풍토 진작과 승가공동체 회복'이란 의제를 주제로 △승가청규를 중심으로 본 바람직한 승가상 △현대사회가 요청하는 승가공동체 △범계행위에 대한 승가공동체의 대응 방안 등에 대해 머리를 맞댔다.
이들은 승가의 청정성을 바람직한 승가상을 구현하기 위한 가장 필요한 덕목으로 청정성을 들고, 이미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된 범계 사항에 대한 신속한 조치에 뜻을 같이 했다.
'승가청규를 중심으로 본 바람직한 승가상'이란 소주제로 토론한 승가 모둠은 "현대가 불교를 걱정하는 시대가 됐다"며 "사회 대중은 종교의 순수성과 청정성 회복, 청빈한 삶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실은 범계 행위에 대한 내부 자정능력이 없고, 승가 서로가 헐뜯고 짓누르며 돈 앞에 부끄러움을 모르고 집착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극히 소수의 범계 문제로 조계종 다수의 범계자로 비춰지는 데 대해선 바라이죄에 대한 명확하고 신속한 징계와 청규를 어기지 않았을 때에도 취해지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같은 주제의 재가 모둠에서는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서 자의로 도박, 음주, 육식 등을 해서는 안 되며, 타종교와 같은 명확한 금기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재가 모둠은 2년 간의 과정을 거쳐 정리된 현대의 청규 제정본을 구체적.핵심적 실천지침으로 간추리고, 소책자로 들고 다니며 수지.암송할 수 있도록 보완이 필요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
현재 청규를 읽히는 수행을 하고 확산하기 위해 대중공사 차원에서 대중적 선언과 결의와 위원회 구성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개진했다.
이와 함께 승가와 재가는 현대의 승가공동체가 사회적 기여를 해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 했다.
승가 모둠에서는 청정 화합 승가가 구성돼 여법하게 공동체를 운영하는 곳이 많지 않고, 청정성을 잃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다는 데 공감하고, 출가자가 전문성을 갖추고 사회적 기여를 할 수 있는 대안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재가의 경우에도 출가자는 출가자답게, 재가자는 재가자다운 생활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승가는 4인 이상의 화합 청정 승가가 유지되는 공동체를 주지 직무평가에서 가산점을 부여하고, 중요 소임자를 임명할 때 동의할 수 있는 객관적 자료 확보와 각종 직무연수와 공정한 평가를 통해 인력 관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참선만이 수행이 아니라 수행을 통해 구족된 깨달음을 사회에 환원하는 일이 깨달음의 완성이라는 인식이 중요하며, 이비박스, 대안학교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동진 출가자와 인재 양성의 대안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개진됐다.
재가자 역시 사찰의 공익적 가치를 사회로 환원하자면서 현대 특성에 맞는 프로그램 개발과 봉사활동을 펼쳐달라고 주장했다.
범계행위에 대한 승가공동체의 대응에 대해서도 출가자 재가자 모두 신속한 대응을 요구했다.
승가에서는 범계에 대해 "원칙을 갖고 품어안야야 한다"면서도 "수용 가능한 범계와 수용불가능한 범계는 구분해야 하며, 술, 담배, 육식, 고급승용차 등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문제에 대해 종단의 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또 최근 사회적 이슈가 된 동국대 이사장 문제, 용주사 주지 의혹과 같은 문제에 대해서는 신속하게 대응해야 하며, 율장의 체계적 연구와 입법화 과정을 통해 구체적 문제를 판단.심사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재가 모둠에서도 범계행위에 대한 징계가 신속.공정하게 진행되고, 엄정 집행돼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 했다. 또 종단 호법부, 호계원 등 사법기구의 독립성과 전문성 강화가 필요하며, 다툼이 발생할 때 호법부가 신속한 대응을 해 내부 자정 능력이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불자고충처리위원회 같이 범계 행위에 대한 교단 내부적으로 정화할 수 있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사회적 범계행위와 승가적 범계행위를 나누자. 범계와 위계를 구분하자"(종회의원 지원 스님), "현재 법이 충분히 많다"면서 "법을 그만 만들고, 있는 법안에서 보편적 행위를 양성화하자"(대흥사 법원 스님) 등의 의견도 개진됐다.
불교신문사장 주경 스님은 "최근 타 교구본사와 권역의 문제로 인해 다른 교구와 타종단이 피해를 입고 있다"면서 "스님 전체의 불명예를 빨리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의혹이 있으면 정리하고 대중의 비판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혜조 스님은 "도박 문제 등 사회적 문제가 됐을 때 종단 차원에서 속전속결로 해결할 필요가 있다"면서 "범계자에 대한 교화와 치료, 설득하는 참회원과 같은 기관이 필요하다는 점에 동감하지만, 명칭은 참회원보다는 치료와 교화, 설득을 포괄하는 의미에 초점을 둬야 한다"고 제안했다.
교육원장 현응 스님은 "계율과 관련한 해석과 판정 기구가 없어 관련 위원회가 필요하다"면서 "이 위원회는 계뿐만 아니라 낙태와 줄기세포 등 현대 윤리 문제 등을 심의하고 신뢰할 수 있는 불교윤리의 판단 기준까지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진 스님은 "역사를 돌아보지 않고, 현재를 성찰하지 않고 미래에 갈 수 없다"면서 "이 같은 사항이 앞서 논의됐다면 동국대, 용주사 문제 등이 아름답게 회향됐을 것"이라고 안타까워 했다. 또 "집행부가 제 기능을 담당하지 못한 이 같은 현실을 즉시하자"면서 "미래의 한국불교를 위해 시스템을 바꿔나가야 한다. 머리깎지 않는 승가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과거의 계율에 얽매여 재가자와 마찰을 일으키는 데에선 "계율의 현대화 속에서 도덕적 범계가 우선한다. 도박, 은처 등을 해결하지 않고는 아무리 논의를 한다고 해도 대중으로부터 신뢰를 받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반면 혜총 스님은 "대중공사를 하면서 잘못된 부분에 지적이 현 조계종의 현 주소란 생각을 가진 분이 대부분"이라면서 "백양사 도박은 끝났고, 잘못된 부분은 뼈를 깎는 아픔으로 자정하고 있음을 알아야 하는데 세속에선 그것을 모르고 잘못된 것은 깊이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종회부의장 오심 스님은 "지엽적 문제, 파계문제 등을 다루다 보니 주제가 무겁지만 불교에는 희망이 있다"고 마무리 발언을 했다.
한편 이날 대중공사 진행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허정 스님은 "과반수가 참석하지 않은 것을 아는 사람이 있느냐"면서 "열정과 뜻이 없는 이들은 위원회에서 물러나게 하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