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묵처영은 의승장으로서 뿐만 아니라 승려, 그것도 '도'의 작용을 일으켜 남에게 이익을 주는 승려였다."-신흠(1566~1628)의 <교룡산성공제루기>

"세상을 도운 존귀한 분, 뇌묵당 처영 선사(우세존자뇌묵당선사)" -1789년 해남 표충사 첫 제향문

"금산사는 고대 이래의 유가도량의 전통이 잠재된 사격을 지닌, 호남의 명찰이자 한국의 삼보도량 가운데 미륵부처님을 모신 불보종찰이다" -황인규 교수

임진왜란 당시의 의승 뇌묵처영은 청허 휴정, 사명유정, 기허영규 등과 함께 조선시대 대표적 의승으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해남 표충사와 북의 묘향산 수충사에는 휴정, 유정, 처영 등 세분의 의승장이 함께 배향되어 있을 정도로 뇌묵처영의 의승장으로서의 위상은 대단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뇌묵처영에 대한 비명이나 문집 등 자료들이 거의 남아 있지 않아 정작 그의 생애나 행장은 제대로 갖추어지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뇌묵처영의 생애와 사상을 흩어진 사료를 취합해 재구성하려는 의미 있는 시도가 돋보인 학술행사가 중앙승가대 불교학연구원 주관으로 열렸다.

조선시대 금산사의 역사를 재조명하는 의미도 함께 모색된 이 세미나는 지난 9월 18일 금산사(주지 성우스님)에서 열린 '조선시대 금산사의 역사와 고승'이라는 주제로 열렸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김상영 중앙승가대 교수가 '뇌묵처영의 생애와 불교사적 위상'을, 양은용 원광대 명예교수가 '뇌묵처영의 의승활동과 금산사'를, 황인규 동국대 교수가 '조선 중후기 금산사의 역사적 전개와 사격'을, 최태선 중앙승가대 교수가 '조선중기 금산사의 중창과 가람배치 변화'를, 오경후 동국대 교수가 '조선 중후기 금산사와 선교겸수 경향'을 각각 발표했다.

모든 논문이 금산사 출신 의승장 뇌묵처영과 조선 중후기 금산사의 역사를 조명하는 단초를 제공하는 논문이었다.

이날 뇌묵처영의 생애를 추적한 논문 가운데 김상영 교수의 발제는 뇌묵처영에 대한 여러 평가를 인용해 호국불교의 참 의미와 뇌묵처영의 시대적 위상에 대해 주목할 만한 발표였다.

김 교수는 포광 김영수의 <금산사지 > 내용은 뇌묵처영이 초년에 금산사에서 출가하였으며, 금산사에서 승병 1,000명을 모집하여 전쟁에 참여하였다는 점을 기존의 기록가운데 주목할만한 사료로 평가했다. 김 교수는 그러나 임진왜란 후 조경남(1570~1641)이 편찬한 <난중잡록>에 나오는 뇌묵처영의 행적을 정리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김 교수는 특히 뇌묵처영이 '기도용이익타자', '우세존자'로 불린 부분에 주목하고, "(뇌묵처영에 대한) 이 존호야말로 '의승장 처영'으로서의 역사적 위상을 가장 잘 나타내주는 표현"이라며 "처영의 우세행을 위한 연구가 보다 활발해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논평에 나선 한상길 교수는 "국난에 처하여 호국전쟁에 투신하면서도 수행자의 본분사인 '모든 번뇌를 다 없애고 본성을 되찾아 도를 실천하여 남을 도왔다는 것은 호국불교를 어용불교로 단순화시키는 학계의 일부평가를 무색하게 하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세번째 발제에 나선 황인규 교수는 '조선 중후기 금산사의 역사적 전개와 사격'이라는 주제의 논문에서 자료가 매우 부족했던 금산사와 관련된 사료를 대거 찾아내 제시했다. 특히 황 교수는 금산사가 조선 말기 옥룡사와 더불어 호남을 대표하는 미륵도량의 사격을 지녔는데, 한편으로 불보사찰의 사격을 지녔다는 설이 유포되었다는 데 주목했다. 황 교수는 "자장이 가져온 부처님 진신사리가 통도사 외에 황룡사탑, 대화사탑 등지 뿐만이 아니라 금산사에도 봉안되었다는 사실이 조선전기 5층석탑 중창기문에 기록되었다는 사실, 조선후기 문인인 이하곤(1677~1724)의 견문기에 '금산사의 여래사리는 우리나라에 셋이 있는데 오대산, 통도사와 더불어 금산사에 봉안되었다"는 등의 불보사찰 사격의 근거를 구체적으로 제시, 눈길을 끌었다.
 
황 교수는 "금산사의 조선후기 사격은 선종 일변도의 불교계의 분위기 속에서도 화엄도 중요하게 간주되면서 고대 이래의 유가도량의 전통이 잠재된 사격을 지닌, 호남의 명찰이자 한국의 삼보도량 가운데 미륵부처님을 모신 불보종찰"이라고 결론지었다. 

논평에 나선 한국학중앙연구원 전임연구원 탁효정 박사는 "그동안 금산사와 관련한 사료가 부족했는데, 황인규 교수가 오랜 연구와 노력을 기울여 관련 자료를 거의 다 끌어낸 성과가 이번 발제인 것 같다"고 평가하고 "황 교수가 이 사료를 통해 가장 드러내고 싶었던 것은 불보사찰인 것으로 보인다"고 정리했다.

탁 박사는 이어 "그러나 금산사가 가진 미륵도량의 특징적 내용에 좀 부족함이 있는 게 아닌가?"라고 묻고 "통일신라 때부터 이어져 오던 금산사의 미륵신앙 전통은 당연히 조선 때까지 이어져 왔고, 다만 민중적 신앙의 특징이 강해 기록적인 면이 약할 수밖에 없었을 것인데, 사료에만 의지하다보니까 소홀히 다뤄진 듯하다"고 지적했다. 탁 박사는 "금산사가 조선시대 탄압을 받은 것은 왕실에서 가장 두려워했던 사찰이 미륵도량이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대표적 미륵도량 금산사가 폐사를 면한 것은 뇌묵처영과 같은 의승군이 나와 충의를 입증한 덕도 있지 않을까"라고 추정, 관심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