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불교재가모임(상임대표 우희종, 서울대 교수)이 전국조직화의 첫발을 내디뎠다. 바른불교재가모임은 지난 8월 29일 대구광역시 소재 보성선원에서 대구지회 결성식을 가졌다. 지난 3월 서울에서 바른불교재가모임이 발족한 지 반년 만에 첫 지회를 출범시킨 것이다. 바른불교재가모임은 이번 대구지회 출범을 시작으로 앞으로도 부산과 대전 등의 지부를 출범시켜 전국으로 조직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30여명의 재가불자들이 동참한 이날 출범식에 참가한 푸른승가회 회장 증악 스님은 축사를 통해 “<법화경>의 가르침처럼 수행이란 올바르다고 생각하는 것을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멈추지 않고 끈기 있게 끝까지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악 스님은 이어 “옛날 제가 출가할 때에 은사스님께서 부처님 말씀대로 살아라, 기본만 하라는 당부를 하셨는데, 지금 와 생각하니 그 말씀의 의미를 알게 되었다”며 “오늘날 한국불교는 승려들이 기본만 해도 큰스님이 되는 시대를 맞고 있다”고 개탄했다. 스님은 이어 “재가자들이 바른불교 운동을 통해 승가의 부족한 점을 채우고, 승가를 경책하길 바란다”며 “유마거사처럼 때 없이 바른 모습으로 경책 할 것은 경책하고 승가와 함께 수행해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바른불교재가모임 대구지회 결성식 장면.
바른불교재가모임 대구지회 결성식 장소를 제공한 보성선원 주지 한북 스님은 “선학원 분원장이자 교무이사로 현 조계종 집행부로부터 멸빈 징계 당한 한북”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후 “대구에서 불교 바르게 실천하기 위한 기치를 높이 드는 여러분을 존경하며 환영한다”고 말했다.
한북 스님은 “오늘날 한국불교는 황망한 지경에 이르렀다. 승가는 귀의처가 아닌 조롱과 비난의 대상이 되었고, 자랑스러워야 할 승복은 범계와 범죄를 거리낌 없이 자행하는 집단의 복식으로 전락했다”고 자책한 후 “한국불교가 이대로 가면 20~30년 내에 소수종교로 전락하고 말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북 스님은 지금은 이슬람 국가로 변해버린 과거의 불교국가 중앙아시아의 여러 나라를 예시하며 “설사 불교가 우월한 교리를 갖고 있더라도 색 바랜 유적으로 남아 있는 현장을 한국불교계는 잘 살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님은 이어 “이제 재가불자들이 나서야 한다”며 “미약하고 답답하지만 아직은 양심가진 스님 일깨우기 위해 재가자들이 구교의 깃발, 정법수호의 당간 들어 달라”고 당부했다.
우희종 바른불교재가모임 상임대표는 인사말에서 “첫 지부가 생긴 것은 매우 기쁜 일”이라고 전제 한 후 “그러나 우리의 목표는 한국불교가 바로 서고, 부처님 가르침이 대중에게 생활화된 때가 와서 바른불교재가모임이 필요 없는 때가 속히 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희종 대표는 “만일 송담 스님이 탈종하지 않았다면 바른불교재가모임의 결성도 없었을 것”이라며 “그 이유는 서의현 전원장에 대한 복권은 현 조계종 총무원 집행부의 정통성 문제에 그치는 일이지만, 송담 스님 탈종은 조계종의 정체성 문제이기 때문이며, 놀라운 것은 이런 엄청난 사태에도 불구하고 스님들이 움직이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대표는 “사실 저에게는 승가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누구나 실수 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체성이 흔들리는 집단을 믿는 것은 맹신에 불과하다. 바르게 살아가는 스님들을 위해서라도 한국불교 근간을 지키기 위해 저와 같은 재가자들이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바른불교재가모임 대구지회 회장에 지명된 배종대 회장(왼쪽 사진, 비뇨기과 의원 의사)은 인사말에서 “어려서부터 부처님의 가피를 많이 받으며 자랐다. 그래서 동국대도 진학하게 됐다”며 불연을 소개한 후 “개인적으로 사경‧염불 등 수행도 하면서 늘 2% 부족하다고 느껴오면서 한국불교 답답한 상황 보고 혼자 속 끓이던 중 바른불교재가모임을 알게 되었고, 우희종 교수가 주관하는 휴휴재 모임 등에 참석하면서 인연이 되어 오늘 지회장을 맡는 데까지 이르게 되었다”고 말했다.
배 회장은 “그동안 개인적으로 해온 수행을 사회로 회향하는 시점이라는 생각에 어깨 무겁지만 천천히 잘 해나가겠다”며 “<법화경> 용녀성불품에서 용녀가 여의주를 바쳐 성불에 이르는 는 장면을 설명했다.
배 회장은 “용왕에게는 여의주가 생명이다. 여의주가 없다면 용왕의 권위도 사라진다. 용녀는 이것을 내어줌으로써 용녀는 성불을 얻었다. 이것은 가장 소중한 것을 흔쾌히 바쳤을 때 비로소 목표하는 것을 얻는다는 가르침으로, 저는 앞으로 이 용녀의 마음으로 부처님 은혜 보답코자 최소한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바른불교재가모임은 지난 3월 창립 후 세월호 추모재 참여, 동굳대 정상화 지원 및 연대, 마곡사와 해인사 등 문제를 일으킨 사찰 항의방문 및 자정 요구, 황교안 총리 임용반대 운동에 동참한 것을 비롯해 사회와 불교계의 굵직한 사건마다 활동을 펼쳐왔다.
한편 이날 한북스님이 발표한 환영사는 동참 대중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다. 한북 스님의 축사 내용으로 작성된 이 글의 보다 많은 불교대중들에게 소개되었으면 좋겠다는 요청이 있어 그 전문을 게재한다.
한국불교의 희망을 재가에서 찾습니다
먼저 바른불교 재가연대 대구지부 설립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저는 여러분들께서 잘 아시다시피 재단법인 선학원의 분원장이자 교무이사를 맡고 있고, 그런 이유로 조계종 현 집행부로부터 멸빈 징계를 당한 한북이라고 합니다.
오늘 이곳 대구에서, 불교를 올바르게 실천하기 위한 기치를 높이 드는 여러분들을 진심으로 존경하며 환영합니다. 저는 평소 깊은 관심과 함께 불교를 바로 세우기 위해 원력을 세우신 여러분들께 큰 고마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오늘날 불교현실이 참으로 암담하여 이런 숭고한 뜻을 마음 편하게 펼칠 수 있는 장소를 구하는 것조차 여의치 않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부득이 제가 머무는 이곳 보성선원에서 바른불교 재가모임 대구지부 출범식을 갖게 된 것에 대해 안타까움과 분노를 함께 느낍니다.
그러나 그 시작은 어렵더라도 여러 재가불자님들께서 가고자 하는 길이 정의롭고 바른 것이기에 첫 출발의 장소를 기쁜 마음으로 제공해드리게 되었습니다.
이미 아시다시피, 오늘날 한국불교는 참으로 황망한 지경에 놓여 있습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20~30년 내에 한국사회에서 한국불교는 별다른 비중이 없는 소수 종교로 전락하고 말 것입니다.
승단은 존경과 귀의의 대상이 아닌 조롱과 비난의 대상이 되어가고 있고, 자랑스러워야 할 승복은 점차 저열한 도덕성과 범죄를 거리낌 없이 자행하는 집단의 복식 정도로 인식되어가고 있습니다.
수많은 재가자들이 부패한 승단에 실망하여 불교를 떠나거나 외면하고 있습니다. 상당수의 불자들이 불교를 떠나 타종교로 개종하고 있습니다. 또한 적지 않은 수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불교에 관심을 가져보려던 분들도 발길을 다시 되돌리고 있습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이 땅에서 불교가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어떤 분은 불교가 최고의 진리이기 때문에 영원히 존속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오늘날 회교국가로 변해버린 중앙아시아의 여러 나라를 보아야 합니다. 불교의 우월한 교리에도 불구하고 불교가 사라질 수 있다는 현장을 생생하게 볼 수 있습니다. 불교는 사라지고 색 바랜 불교 유적만 남아 있는 그 현장을 우리는 눈여겨보아야 합니다.
중앙아시아의 사례를 한국불교가 배우지 못한다면, 그리고 오늘날 한국불교를 이대로 방치한다면, 반드시 그 전철을 밟게 될 것입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겠으나 한국불교에 테라와다 불교나 티베트 불교, 유럽과 미국의 불교들이 역수입 되고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이겠습니다. 어쩌다 우리 1700년 한국불교의 찬란한 역사와 전통이 이 지경이 되었는지, 이렇게까지 초라하게 몰락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생각할수록 한 숨이 나고 울분이 치밀어 오릅니다.
오늘 이 자리에 참석하신 재가불자 여러분! 최고의 가르침, 최고의 문화유산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한국불교가 희망도 감동도 신뢰도 없는 집단이 되어버린 원인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저는 그 이유가 승복을 걸친 삿된 한 줌 마구니들의 교활한 행태와, 이를 용인하는 무기력한 다수의 출가자, 비구·비구니에게 있다고 봅니다. 다시 말해 한국 승단에 자정능력이 상실되어버린 것입니다.
한국승단이 자정능력을 상실했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한국불교의 마지막 남은 희망이 재가에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한국불교의 희망을 재가에서 찾아봅니다. 물론 재가의 모습도 들여다보면 답답하고 안타깝습니다. 그러나 이미 자정능력을 상실해버린 출가중에 비해서는 재가중에 가능성이 남아 있다고 믿어봅니다.
재가불자 여러분, 특정 종단이나, 특정한 스님을 위해서가 아니라 부처님을 위해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위해서, 비록 미약하고 답답하지만 아직은 양심을 가지고 있는 스님들을 일깨우기 위해서 구교(救敎)의 깃발을, 정법수호의 당간을 들어주십시오,
1700년 한국불교가 부디 종말을 고하지 않도록, 삼국과 통일신라, 고려, 조선,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전등의 끈을 놓지 않으셨던 역대 조사들 앞에서 마냥 고개를 숙이지 않도록 이제 여러분들이 등불을 밝혀 높이 들어주십시오. 여러분들이 치켜든 그 등불에 불보살님들의 가피력이 함께 할 것입니다.
이렇게 무거운 짐을 재가불자 여러분들께 맡기는 저는 지금 참담한 심정입니다. 그러나 누군가는 이렇게라도 재가불자들에게 부탁도 하고 하소연도 해야 하는 지경에 우리 한국불교의 현실이 이르렀으니, 어찌하겠습니까? 부처님께서 전해주신 지혜등불을 제대로 전승하지 못하고 귀의처로서 위상도 망쳐버린 승가대중의 한 사람으로써 재가불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참회 드립니다.
재가불자 여러분! 여러분이 한국불교의 희망이요, 미래입니다. 한국불교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데 앞장서 주십시오. 다시 한 번 간곡하게 당부 드립니다.
불기 2550년 8월 29일 한 북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