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관 스님이 ‘거리의 투사’에서 ‘학승 진관’으로 변한 뒤 아홉 번째 연구 논문 저술을 펴냈다.
효봉(1888~1966)은 1962년 대한불교조계종의 초대종정을 지낸 스님이다. 일본 와세다대학을 졸업하고 10년 간 법관 생활을 하다가 사형선고에 대한 참회의 마음으로 출가한 스님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하지만 효봉에 대한 연구 성과는 미미하다. 석·박사 논문은 한편도 나오지 않았다. 불일출판사에서 나온 김용덕의 『효봉 이야기』와 법정의 『효봉 선사의 발자취』 등 단행본과 효봉문도회 발행의 『효봉 법어집』 등이 전부다.
동국대(2014)와 중앙승가대(2012)에서 각각 2개의 박사학위를 받은 진관 스님이 효봉 연구의 선두주자로 나섰다. 논문의 제목은 『효봉 선사의 불교 사상 연구』. 이 논문은 같은 제목의 단행본으로 한강출판사에서 최근 출간됐다. ‘거리의 투사’에서 ‘학승 진관’으로 변한 뒤 아홉 번째 연구 논문 저술이다. 효봉의 전 생애에 대한 연구에서 시작해 마지막에는 선사상에 관한 연구로 마무리했다. 거의 3년이 걸렸다.
“효봉에 대한 학위논문이 없다는 것은 아무도 그의 불교 사상과 선 수행에 대해 학문적인 평가를 내리지 않았음을 뜻하죠.”
20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진관 스님은 효봉의 문하에 법정이 있었다면서, 법정이 스승의 선사상에 대해 소홀했던 점은 비판받아야 할 부분이라고 했다.
논문은 이찬영(효봉의 속명)의 탄생과 성장의 시대적 배경을 돌아보고, 효봉의 불교입문 과정과 수행을 점검했다. 이어 효봉이 58세 되던 해방 이후의 불교, 해인총림 방장 시대, 불교정화 참여, 효봉 총무원장 추대와 효봉 종정 시대 불교계 비구·대처승 통합 조계종 탄생 시기까지를 살폈다.
진관 스님은 연구 과정에서 효봉의 와세다대학 학적 유무 논란이 있음을 알게 됐다. 또한 법관 시절 자료 부족 등의 문제도 발견했다.
“남한에 자료가 없어 북한의 조선불교도연맹에 자료협조 요청을 해놓았습니다. 이른 시일 안에 그 자료들이 손에 들어오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효봉문도회에는 더 적극적으로 자료 찾기에 나서달라고 주문했다. 그래야 효봉 연구가 활기 띌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진관 스님은 앞으로 허응당 보우를 비롯해 조선 시대의 승군, 조선시대의 수륙재 등을 차례차례 공부하려 한다며 자신의 연구 계획을 귀띔했다. 하지만 더 큰일이 있다고 했다.
“무엇보다도 은사였던 무진장 스님의 포교론을 집대성하는 일이죠.”
그는 무진장 스님의 맏상좌다. 그의 여러 직함 중 지난 해 발족한 무진장불교문화연구원의 원장이란 글씨가 더욱 무게 있게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