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계에 나쁜 관행 또는 폐단들이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그 중의 하나가 사람, 특히 재가자에 대한 예우 문제다. 막연하게 재가자에 대한 문제라고 하면 지나치게 포괄적이므로 크게 두 가지로 대별해 거론해 보겠다. 

하나는 불교계 안에서 성장한 재가자에 대해 ‘홀대’하는 분위기이고, 다른 하나는 외부에서 영입해 들여오는 재가자에 대해 지나치게 ‘후한’ 대접을 하는 관행이다.

그렇다고 불교계 안에서 성장했다는 이유만으로 그동안의 행보에 대해 비판 또는 엄정한 평가를 내리지 말라는 뜻은 아니다. 같은 이유로 외부에서 영입해 들어오는 인재에 대해 칭찬만 한다거나 지나치게 융숭한 평가를 하고 있다는 주장도 아니다. 다만 교계 인재이건 외부 인재이건 객관적이고 공정한 잣대가 적용되어야 하겠다는 점을 밝히고자 함이다. 

불교계에 재가자들이 역할을 하고 있는 곳은 조계종의 중앙종무기관이나 지방종무기관, 또는 산하 관련기관의 재가 종무원들을 제외한다면, 언론사나 주요 법인의 이사, 감사 등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사나 대표이사를 영입하는 몇 안 되는 언론사나 법인과 관련하여, 교계 안의 인재 홀대, 외부 인사 과대평가 등의 논란이 빚어져 온 것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런 이야기가 십수 년째 이어져 오는 것은 그만큼 문제의 소지가 상존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기관이나 법인에서 그런 문제가 있을까. 단도직입적으로 밝힌다면 재단법인 대한불교진흥원과 불교방송이 그 대표적인 곳이라고 할 수 있겠다.

먼저 대한불교진흥원(이하 진흥원)의 이사나 감사 등의 자리는 불교계 안에서 일하며 성장한 사람들과는 무관한 자리가 된 지 오래다. 특정 대학 출신이 과점(寡占)하고 있는 것은 여전하고, 최근에는 상황이 나아졌지만  불교계 안의 인재들은 언감생심 그런 자리는 꿈도 꿀 수 없는 자리였던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그 자리에 가는 사람들은 대개가 일반 사회에서 활동하며 일선에서 물러난 분들이 상당수를 차지한다. 물론 변호사 등 정년이 없는 분들도 있지만 퇴직을 했거나 2선으로 물러선 분들이 진흥원, 즉 불교를 전진시키고(進) 흥성하게(興) 해야 하는, 말 그대로, ‘활발발한’ 활동을 펼쳐야 하는 법인의 요직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보기 어렵다.

다음으로 불교방송의 사장 문제다. 그동안 역대 불교방송 사장들은 100% 외부인사들이 맡아왔다. 그 가운데 초대 장상문 사장은 예외로 하더라도, 교계 안팎의 기대를 충족시킨 사장이 거의 없다는 게 교계의 중론이다. 불교방송 사장 자리가 어떤 이유로 외부인사의 전용 자리가 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역대 사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은 교계 안에서는 인재를 찾지 않고 바깥에서만 사람을 구하려는 관행 탓이 크다고 할 것이다.

특정인을 지칭하는 것은 아니지만 불교방송 사장에 지원하기 위해서 서둘러 수계증을 만든 이가 불교방송을 잘 이끌 수는 없을 것이다. 사장을 하겠다고 나선 사람이 정말로 불자로 살아왔는지, 실제로 신행활동을 했거나 수행을 한 이력이 있는지, 삼귀의와 사홍서원, 사성제와 12연기에 대해 상당한 수준의 이해를 하고 있는지, 반야심경은 암송하고 있으며 대강이라도 그 뜻을 설명할 능력이 있는지 등을 철저하게 가려, 두 번 다시 종교적 정체성에 대한 구구한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한 불교방송 사장을 선출하는 결정권을 가진 이사들은 ‘같은 값이면’, 즉 '외부인사와 월등하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면' 불교계 안에서 성장하고 잔뼈가 굵은 인재를 등용하는 최소한의 기준을 가져야 한다고 본다. 그래야 불교계에서 일하는 재가자들에게 동기 부여도 될 것이고, 젊은 인재의 수급이 사실상 끊긴 불교계 일자리에 성장 잠재력을 가진 젊고 유능한 인재들이 문들 두드릴 것이 아닌가.

오는 7월 22일 불교방송 이사회가 예정되어 있다. 방송사 임원(사장)은 임기만료 2개월 전에 선출해야 한다는 정관 규정에 따라 이번 이사회에서 차기 사장이 선출될 것으로 보인다. 사장 선출권한을 갖고 있는 불교방송의 이사들의 합리적이며 교계의 정서를 반영한 판단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