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의식을 연구하는 비구니 해사 스님이 바라춤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해사 스님]

해사 스님은 중요무형문화재 제50호 영산재 보유자였던 고 박송암 스님의 마지막 제자다.
 
불교의식 분야에서 이력을 쌓은 지 18년 만인 작년에 비구니로서는 이 분야 최초로 박사가 됐다.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에서 불교문예학 박사학위를 받은 논문 제목은 ‘불상점안의식에 관한 연구’다.

스님은 최근 이 논문을 수정 보완해 단행본 『불상점안의식 연구』(운주사)를 펴냈다.

먼저 『불상점안의식 연구』를 펼쳐보자. 전체를 개괄하고 있는 제1장에 이어, 제2장 ‘불상점안의식의 배경과 사상’에서는 불상점안의식의 사상적 기반과 특성·의의 등에 대해 살피고 있다.

제3장 ‘불상점안의식의 전개’에서는 불상의 기원과 점안의식의 형성 배경을 고찰한다. 이어 점안의식의 종류와 내용을 살펴보며, 점안의식과 다른 의식들의 특징과 의미를 비교한다.

이 책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제4장 ‘불상점안의식의 작법 절차’다. 먼저 점안의식을 거행하기 전에 불단이나 법구 등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알아보고, 점안의식 전에 시행되는 ‘삼화상청’과 ‘신중작법’의 의미와 내용 등을 살펴본다.

이어 실제 점안의식의 절차와 내용을 살펴보는데, 이를 엄정의식·결계의식·건단의식·소청의식·점필의식·관불의식·장엄의식·공양의식 등 8개 항목으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나아가 점안의식에 사용되는 범패와 작법무에 대해 살펴보고, 점안의식의 수인에 대해서도 고찰한다.

이 책의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는 수인(手印)을 복원한 점이다. 현재 한국불교에서 통용되는 ‘점안의식문’에 수록되어 있지 않는 불보살의 수인을 경전과 도상집, 의식문을 토대로 새롭게 찾아내 제시했다.

해사 스님이 7월 14일 기자간담회에서 점안의식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14일 기자간담회에 함께 펴낸 두툼한 『점안의식집』(운주사)도 들고 나온 스님은 점안의식이란 무엇인지부터 설명해나갔다.

“점안의식은 조각이나 그림을 성스러운 예배의 대상으로 환골탈태시키는 의식입니다. 즉 점안의식을 거쳐야 조각이나 그림이 불격(佛格), 부처로서의 자격을 갖추게 된다는 말이죠. 그런 다음에야 비로소 예경, 즉 불교의식이 가능해집니다.”

스님은 따라서 불교의식에서 점안의식이 갖는 중요성은 더 말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점안의식집』은 전래되는 의식문에서의 점안의식문들을 토대로 현행 점안의식을 보완해 각종 점안의식들을 보다 여법하게 집성, 편집한 책이다.

스님은 점안의식의 여법한 작법절차를 위해 전래되어오는 기존 의식집들, 즉 [진언집], [청문], [권공제반집], [영산대회작법절차], [오종범음집], [대다라니진언집], [제반문], [천지명양수륙제의범음산보집], [조상경], [작법귀감], [점안작법], [요집], [석문의범] 등에 기록된 점안의식문을 비교 분석했다. 그런 다음 이를 현행 점안의식에 보완하는 과정을 거쳐 각종 점안의식들을 제시하고 있다. 삼화상청, 신중작법, 불상점안, 삼보통청, 신중권공, 화엄시식, 조탑점안, 나한점안, 신중점안, 시왕점안, 천왕점안, 산신점안, 가사점안, 조전점안, 불상이운, 괘불이운, 파불급경가사소송법 등이 그것이다.

스님은 점안의식은 모든 의식의 기본이 되며, 따라서 점안의식이야말로 가장 여법하게 치러져야 할 의식임을 수차례 강조했다. 하지만 현실을 그렇지 못하다. 점안법회 현장에서 정치인, 관리들의 축사, 격려사와 이런 저런 축하공연 등에 밀려 점안의식 시간이 줄어드는 일이 다반사다.

“점안 의식에는 불교의 교리와 사상이 총 망라되어 있어 불교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다섯 시간은 해야 제대로 된 점안의식이 가능합니다. 아무쪼록 이 책을 통해 각종 점안의식들이 그 중요성과 의미에 걸맞게 여법하게 치러지길 기대합니다.”

스님은 무형문화재 제50호 영산재 이수자로 동방불교대학과 옥천범음대학교 교수를 역임했다. 요즘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불교문예연구소 연구원으로 있으면서 동국대 한국음악과와 (사)한국불교 금강선원 불교예술대학에서 후학들을 가르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