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들이 법당 일부를 지역 주민에게 제공하고 마을 이웃과 함께 살아가는 지역공동체의 거점으로 거듭나고 있다. 광주 선덕사와 시흥 대각사가 대표적 사례다.
2011년 정상 운영이 어려워진 광주 선덕사는 2012년 현 주지 원묵 스님이 부임한 뒤 인드라망생명공동체 광주도량으로 출범하면서 운영 기조를 ‘불교적 대안과 사회적 대안을 가꾸는 사찰’로 바꿨다.
이후 도량 리모델링과 일요법회 봉행, 불교학당 개설, 기도와 재 불공 등 통해 사찰의 변화를 내외적으로 알리며 침체돼 있던 도량에 새 바람을 일으켰다.
“절 공간이 신도를 배려하는 공간이 아니라는 점”에 주목한 원묵 스님은 ‘사람이 편한 공간으로 이끌자’는 기치 아래 “마을 사람들이 절에 오는 이유가 있는, 머무는 시간이 긴 공간으로 이끌기 위해” 절 공간의 일부에 마을사랑방 카페 ‘씨앗이 바람을 만나’를 개소했다.
이로써 선덕사는 신도 등 마을 사람들에게 커피를 나누는 주민들의 공간이자 인문학 강좌 공간으로 활용되며 열린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또 1층 공간에 마을 아이들에게 공부방으로 쓰일 수 있는 대안도서관 ‘틔움’을 개관해 지역 주민을 위한 공간을 확대하고, 열린 강좌와 북콘서트 등을 진행하며 지역민을 위한 교육문화 활동을 적극 펼쳐왔다.
이에 따라 지난해 광주 동구청으로부터 작은 도서관 가운데 가장 활동이 우수한 도서관이라는 평가를 받는 성과를 거뒀다.
선덕사는 앞으로 어린이 마음학교, 청소년 명상교실, 한문교실, 각종 인문학 강좌와 상담 코칭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밥상공동체 모임을 개설할 계획이다.
경기도 시흥 산중에 위치한 대각사도 도서관이 부족한 지역 실정에 따라 올해 3월 도량 내에 99㎡ 규모의 공간에 아이들을 위한 도서관 ‘흥부네 책놀이터’를 운영해오고 있다.
대각사는 앞으로 지역의 마을활동가와 연계해 현재의 도서관을 활성화하고, 시화초등학교 주변으로 이전해 도서관 이용 초등학생들에게 아침과 저녁을 제공할 수 있도록 논의 중이다.
이 같은 두 사찰 주지 스님들은 7월 10일 조계종 포교원(원장 지원 스님) 주최 지역공동체 포교 제3차 워크숍에 참가해 이 같은 성과를 밝혔다.
선덕사 주지 원묵 스님은 “절이 구심이 되어 지역사회가 삶을 협동하고, 삶을 함께 하는 공동체가 이뤄진다면 굳이 포교니 전법이니 하는 말을 쓰지 않더라도 이미 충분하다”면서 “불교가 지금까지 이어온 공동체에서 늘 새로운 길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대각사 주지 원돈 스님도 이 자리에서 “불교가 이 사회를 향해 해야 할 일은 단순히 불자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에 필요한 도움을 주는 일로, 그 과정에서 불교에 호의적이던 분들은 자연스레 불자가 되고, 사찰의 문턱이 낮아진다”면서 앞으로 불자를 대상으로 하는 포교를 넘어 사찰에 올 수 없는 형편의 취약계층에도 꾸준히 관심을 갖겠다고 밝혔다.
7월 10일 조계종 포교원이 개최한 지역공동체 포교 제3차 워크숍에서 선덕사 주지 원돈 스님이 지역공동체 포교사례를 발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