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마음을 들어줘
승한 스님, 동아일보사
320쪽, 1만3800원
“한 번 가출했더니 자꾸 하게 돼요. (…) 어떡하면 좋죠?”
“사실 가출에도 중독성이 있어요. (…) 학생에게 필요한 것은 우선 학생의 처지와 부모님의 처지를 분리하는 거예요. 그리고 사랑의 통로를 여는 거예요.”(238쪽)
학생의 질문에 대한, 저자 승한 스님<사진>의 경험에서 우러난 답이다.
스님은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고등학교 3학년 때까지 여섯 번이나 가출했다. 힘들고 고통스런 시간을 보내며 후회도 많이 했다. 용감하게(?) ‘가출’했던 덕분에 지금은 거꾸로 ‘출가’라는 ‘부자의 재산’을 물려받아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
‘술에 취해 폭력을 휘두르는 아빠가 밉다. 아빠가 술 못 드시게 하는 방법이 없을까’라는 질문에도 스님은 자신의 경험을 빗대 답을 들려준다.
“제가 술을 끊은 날은 1993년 6월 17일이에요.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는 것은 술을 끊기 위해 그날 병원에 입원했기 때문이에요. (…) 어쩌면 학생의 아버지는 젊은 날의 저 못지않게 심각한 알코올 중독자인 것 같아요.”(225쪽)
『네 마음을 들어줘』는 승한 스님이 청소년 행복단추학교를 진행하면서 경험한 부분을 기록한 것이다.
“어쩌면 이 책은 먼 옛날, 저의 중·고등학교 시절을 담은 자전적 고백서이기도 합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으로 긴 터널을 통과해왔지요.”
스님은 그 긴 터널이 있었기에 시인이 될 수 있었고, 신문 기자가 될 수 있었다. 그리고 출가해 공부하는 수행자가 될 수 있었다.
여러 청소년들과 만나면서 스님이 갖게 된 지론은 딱 한 가지. 아이들이 잘못 된 건 100퍼센트 부모 책임이라는 것이다.
“사춘기는 누구나 통과할 수밖에 없는 관문이죠. 강도는 다르지만 우리 모두 그 관문을 통과해 어른이 되었지요. 그런데도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한다’고 대부분의 어른들은 청소년의 잘못을 청소년 탓으로만 돌리죠.”
젊은 시절 누구보다 방황하고 아파했던 스님이기에 자신의 경험에서 끌어 올린 자비로운 법문은 막막한 청소년기를 헤쳐 나갈 수 있는 듬직한 경구가 되어주기에 충분하다. 지금까지 알고 있던 학교를 넘어선 학교에서, 자신의 내면에 담긴 힘으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가르친다.
저자 승한 스님의 영적 스승은 경남 함양 동사섭 행복마을 이사장 용타 스님이다. 용타 스님은 추천사에서 “오늘날 사정이야 어떻든 처한 현실에 적응하지 못한 나머지 심리적 재난을 겪고 있는 아이들이 너무 많은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면서 “이 책이 이 시대의 모든 청소년은 물론이요, 혈기 넘치는 청소년을 가족으로 두고 있는 모든 어른들에게 감로수와 같은 인문학이 될 것”을 희망했다.
저자의 정신적 바로미터인 서울 잠실 불광사·불광법회 회주 지홍 스님도 추천사에서 “이 책은 학교 현장의 생생한 질문에 불교 설화나 마음 다스리기 방법을 제시함으로써 청소년 스스로 길을 찾도록 이끌어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길을 묻는 청소년이여, 부디 이 책의 이정표를 따라나서라.”고 권유했다.
서울신문 신춘문예와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각각 시와 동시가 당선된 바 있는 늦깎이 승한 스님은 요즘 대학원 철학과 박사 과정을 다니는 만학도이기도 하다. 평등공동체인 빠리사(Parisa)선원 선원장과 행복단추학교 교장으로 있으면서 부모와 부부, 가족, 청소년의 행복운동을 벌이고 있다.
* 행복단추학교 카페 http://cafe.daum.net/happydanchooschoo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