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원 - 요석 그리고 원효
김선우, 민음사
1권 372쪽, 2권 332쪽
각권 1만3000원

우리나라 역사상 최대의 불교사상가이자 사회지도자.
 
신라의 고승 원효를 설명하는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의 첫 문장이다. 『금강삼매경론』과 『대승기신론소』를 저술한 대 학승 원효가 우리 곁으로 다가왔다. 시인이자 소설가인 김선우<사진>의 네 번 째 장편소설 『발원 - 요석 그리고 원효』를 통해서다.

서기 635년, 열세 살 소년 새벽(원효)과 숙부의 만남으로 시작되는 소설은 원효와 요석의 사랑 그리고 당시 신라의 사회상과 원효의 사상을 균형감 있게 다루고 있다.

김선우는 드라마틱한 이야기 전개와 영화적 상상력으로 당시 서라벌을 눈앞에 온전히 펼쳐 놓는다. 작가 특유의 유려하고 맵시 있는 문장은 소설의 읽는 맛을 더해 준다.

작가는 원효가 열여섯 살에 운명처럼 만난 요석을 주변부 인물이 아닌, 운명에 맞서는 당당한 여성으로 그려낸다. 소설을 읽다보면 원효와 요석이 나눈 1400년 전의 사랑을 통해 지금 우리 시대의 갈등과 번뇌를 진지하게 되돌아보게 된다.

책 뒤편에 실린 해제에서 철학자 강신주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왕이나 귀족이 주인이 되는 세상이 아니라 모든 인간이 주인이 되는 불국토를 꿈꾸었던 원효, 사랑과 자비는 자신이 가진 가장 소중한 걸 내어 주어야 한다는 걸 알았던 원효. 김선우 작가는 너무나 근사하게 매력적인 드라마를 만든 것이다. 어느 육두품 출신 영민했던 소년이 어떻게 우리가 알던 바로 그 어여쁜 원효가 되어 가는지, 요석이 원효에게 어떤 인연의 여인네였는지, 진정한 자비는 국가와는 무관하게 중생들 마음 하나하나를 보듬어 주어야 하는 것 아닌지, 때로는 손에 땀을 쥐게, 때로는 안타까움에 탄식하게, 때로는 섹시한 떨림을 주며, 때로는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게, 정말로 근사하게 『발원』은 우리 마음에 수많은 색깔의 파문을 만들어 낸다.”(322~323쪽) 
 
작가는 2012년 봄 조계종화쟁위원회와 『불교신문』으로부터 소설 연재 부탁을 받았다. 어떤 소재든 상관없으니 세상에 두루 힘이 되는 이야기를 써달라는 것이었다.

12년 전 경주의 저잣거리에서 쓴 ‘아주 많은 목소리들이 땅 밑에 있어’라는 한 줄의 문장이 떠올랐다. 스스로를 일깨워 고통을 파하며 저잣거리로 들어가 손을 드리운 사람들, 원효와 요석을 생각하며 천둥치듯 가슴이 뛰었다. 드디어 만나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소설은 꼬박 1년을 연재한 후 거듭 퇴고했다. 작가는 “2014년 봄의 참혹이 이 소설을 더욱 끈질기게 매만지도록 했다.”면서 “원효, 요석, 보현, 혜공…. 이들로부터 들어야 할 이야기가 너무 많았기 때문”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