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을 낮게 기울여 상대의 이야기를 듣는다’는 취지를 담은 ‘경청’ 포럼이 17일 공식 출범했다. 왼쪽부터 주완 김앤장 변호사, 노익상 한국리서치 대표, 최명원 성균관대 교수, 정념 월정사 주지스님(명예이사장), 정성헌 한국DMZ평화생명동산 이사장(이사장), 홍석현 중앙미디어네트워크 회장(명예이사장), 손혜원 크로스포인트 대표, 김민환 고려대 명예교수, 오종남 스크랜튼여성리더십센터 이사장, 조성택 화쟁문화아카데미 대표(상임이사), 이하경 중앙일보 논설주간.

‘함께하는 경청(傾聽)’ 포럼(이하 ‘경청’)이 17일 오후 서울 안국동 안국빌딩 W스테이지에서 공식 출범했다. ‘경청’은　‘몸을 낮게 기울여 상대의 이야기를 듣는다’는 뜻을 담고 있다.

화쟁문화아카데미와 한국리서치, 중앙일보가 공동으로 주관하는　‘경청’은 이날 창립선언문에서 “갈등이 심각한 우리 사회에서 절실한 것이 바로 시민의 지혜”라며 “진정한 대화의 문화를 만들고 시민의 지혜를 함양하는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출범식에서는 ‘경청’ 여론조사결과 발표(김춘석 기획운영위원)와 ‘경청’ 추진계획과 방법론(강영진 기획운영위원) 소개, 특별강연(홍석현 중앙미디어네트워크 회장), 당부의 말씀(정념 스님) 등의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초대 이사장을 맡은 정성헌 한국DMZ평화생명동산 이사장은 인사말을 통해 “어수선한 세상에서 좁게는 자기 내면의 소리, 넓게는 남의 소리를 잘 듣는다면 사회의 해법이 반 정도는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17일 ‘경청’ 출범식에서 김춘석 기획운영위원이 여론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이사진은 조성택 화쟁문화아카데미 대표(상임이사)와 김민환 고려대 명예교수, 노익상 한국리서치 대표, 오종남 스크랜튼여성리더십센터 이사장, 손혜원 크로스포인트 대표, 이하경 중앙일보 논설주간, 강신장 모네상스 대표, 주완 김&장 변호사, 최명원 성균관대 교수 등 10명이다. 홍석현 중앙미디어네트워크 회장과 정념 월정사 주지 스님이 명예이사장으로 참여한다.

‘경청’을 이끌어갈 실무진 중심의 기획운영위원회에는 조성택 화쟁문화아카데미 대표, 강영진 한국갈등해결연구원장, 백승권 백승권글쓰기연구소 대표, 권석천 중앙일보 사회2부장, 박재현 화쟁문화아카데미 사무국장, 김춘석 한국리서치 이사, 박지호 한국갈등전환센터장 등 7명이 참여한다.

이날 행사엔 이사진을 비롯해 법등·도법·도진·법인 스님, 김명자·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신성호 성균관대 교수(청와대 홍보특보) 등 초청 인사와 시민경청단 등 40여 명이 참석했다.

‘경청’은 인문정신을 토대로 경청과 대화의 문화를 우리 사회에 확산시키고, 시민의 지혜를 함양하는 공공대화(Public Dialogue)와 교육 활동을 벌여나간다. 올해는 ‘세대 간 갈등과 대화’를 주제로 공공대화를 진행한다. 첫 행사는 오는 7월 18일 서울 서소문 W스테이지에서 열린다. 주제는 ‘남북문제와 통일에 관한 3040과 6070의 대화’다.

‘경청’ 창립 선언문

오늘날 우리 사회의 갈등은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습니다. 분단과 전쟁의 역사적 경험이 평화와 공존을 위한 교훈이 되지 못하고 이념적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경제적 성장에 정신적 가치가 함께하지 못하는 가운데 계층 간 갈등은 더욱 심화되고 있습니다. 정치적 이념, 세대, 성별, 계층 등에 걸친 갈등과 분쟁의 양상이 나날이 심화, 확산되고 있지만 사회적 제도나 법적 기구는 실질적인 조정자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시 사회의 공동체 의식도 점점 희박해져 가고 있습니다. 전인구의 반 이상이 ‘아파트라는 공동주택에 살고 있지만 지금 우리의 아파트는 개인 공간의 집합체일 뿐 함께 사는 ’공동의 주택이 되고 있지 못합니다. 가족 내 세대 간 단절도 날로 심각한 상황입니다. 학교는 ‘배움의 마당’이 아니라 성적을 놓고 각축을 벌이는 경쟁의 장소가 된 지 이미 오래입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배려와 관용과 같은 공공적 시민의식 또한 그리 높은 수준이 아닙니다. 다른 의견을 용납하지 못하고 의견의 불일치가 곧바로 분열로 이어집니다. 나와 다른 의견은 타도의 대상이 되어버려 어떠한 사회적 합의도 가능하지 않습니다. 나의 옳음만을 주장하는 논쟁을 통해서는 상대방을 설득할 수도, 좋은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도 없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에 만연한 갈등과 분열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우리는 더 좋은 나라를 만들어 갈 수 없습니다. 문제 해결의 주체는 결국 시민입니다. 민주 사회에서 시민이란 스스로 참여하고, 책임지고 공동의 선을 만들어가는 실천적 주체입니다. 민주주의는 법과 제도만의 문제가 아니라 일상적으로 발현되는 시민의 지혜로써 완성됩니다. 지금 우리 사회에 절실한 것이 바로 시민의 지혜입니다.

오랜 역사 속에서 숱한 시련을 겪으면서도 한국인들의 마음 속 깊이 자리 잡고 있는 정신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서로를 인정하고’ ‘함께 살아가는’ 공존과 상생을 지향하는 화쟁(和諍)의 마음입니다. 이 마음이 지금 우리에게 절실한 시민의 지혜를 만들어가는 하나의 원천이 될 수 있습니다.

화쟁은 차이와 다양성을 존중하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화쟁은 말 그대로 ‘다툼’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평화롭게 다툼’으로써 공존과 상생의 길을 열어가고자 하는 마음입니다. 이는 곧 대화의 정신이기도 합니다. 주장하기 전에 먼저 상대방의 주장을 귀 기울여 듣고 이해하고 공감하는 대화의 과정이 바로 화쟁의 마음입니다.

‘경청’은 우리 사회에 진정한 대화의 문화를 만들어가고, 시민의 지혜를 함양하기 위한 목적으로 ‘경청’을 창립했습니다. ‘경청’은 다양한 사회적 문제들에 대한 대화의 마당이고자 합니다. 나의 옳음만을 주장하는 논쟁이 아니라 상대방의 주장에 귀 기울이면서 상대방의 옳음을 생각하고 내 생각과 상대방의 생각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발견하려고 합니다.

우리는 어떤 사회를 원할까요? 다툼과 이견(異見)이 없는 사회가 아니라, 다투되 평화롭게 다투고, 다툼을 통해 더 큰 공동의 선을 만드는 사회일 것입니다.

‘경청’은 다음을 지향합니다.

첫째, ‘경청’은 시민들의 지혜를 모으는 공론의 장이 되고자 합니다. 따라서 문제의 해결책을 제시하기보다 대화와 합의의 모범들을 만들어 가겠습니다.

둘째, ‘경청’은 세대·성별·계층 간 공감과 소통의 마중물이 되고자 합니다. 소통이 이루어질 때 갈등과 이견은 더 이상 ‘문제적 상황’이 아닙니다. 더 큰 ‘진리’를 드러내는 에너지이며 보다 더 큰 선(善)을 만들어 가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셋째, ‘경청’은 차이와 다양성을 존중하고자 합니다. 이와 함께 사회적 소수자의 의견과 입장을 소중히 여기며 사회의 조그마한 목소리 또한 놓치지 않고 귀 기울여 듣겠습니다.

2015. 6.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