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경(寫經)은 불교 경전을 한 글자씩 옮겨 적는 작업으로, 부처님의 가르침을 옮기는 수행법이기도 하다.

글의 이해를 돕기 위해 사경에 삽화를 넣은 ‘사경변상도’(寫經變相圖)’는 고려 시대에 성황을 이뤘다. 조선시대에서는 관세음보살의 자비사상을 설한 관음경을 위주로 한 관음신앙이 성행했으나 변상도를 장엄경으로 제작하는 전통의 맥은 끊겼다. 

5월 14일부터 내달 6월 28일까지 순천 송광사 성보박물관에서 열리는 ‘삼월불사 특별전’은 단절된 사경예술의 전통을 계승하고 재창조한 자리다.

특별전에서는 관음신앙 경전 중 대표적인 <불정심다라니경>, <관세음보살보문품>, <천수경> 등을 중심으로 한 작품이 선보인다. 

김경호 한국사경연구회장이 ‘부단한 정진과 숙세를 관통한 열정을 지닌 대가’라고 평한 난원 정향자 씨가 10여 년 간 몰두하며 완성한 사경변상도 33점이 전시된다.

원광대 대학원에서 쓴 박사학위 논문 ‘조선시대 관음경전의 사경제작에 관한 연구’를 위해 제작한 작품들이 주된 작품이다.

보물 1108호 ‘불정심다라니경’의 원간본을 비롯해 국보 126호 ‘무구정광대다라니경’ 등 국보 및 보물 7점도 사경작으로 선보인다. 모든 작품이 금사경으로 이뤄졌다.  

정 씨는 “사경은 수행의 한 방편이기에 작품 활동에 앞서 몸과 마음, 재료를 깨끗하게 해야 한다”면서 “철사와 같이 선의 굵기가 일정한 철선묘 기법으로 섬세하게 그리고, 한 자 한 자 적을 때마다 금을 아교에 섞어 농도를 조절하는 과정을 거듭하다보니 더욱 정성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전시회의 주제는 ‘수행과 공덕의 예술적 장엄사경’이다. 손재주나 기교, 연습만으로는 될 수 없는 수행과 공덕을 담았다는 뜻이다. 정 씨의 작품 외에 그가 서예를 하게 된 계기가 된 어머니의 서간문과 필사 서책 두 권, 외할머니의 편지가 함께 전시된다.
 
정향자 작가는 “저를 사랑해주는 가족과 일가친척, 즐거움을 나누는 지인들, 신심을 일으키는 스님들, 부족한 저를 바르게 채워 이끌어준 교수님들, 이 모두가 관세음보살임을 깨달았다”면서 “시비이해의 세상이라 관세음보살변상도의 가르침이 더욱 절실해지기에 이번 전시회를 개최하게 됐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