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에 있을까? 밖에 있을까?
월호·배종훈, 민족사
288쪽, 16,500원
참선과 카툰이 만났다. 대표주자는 행불선원장 월호 스님과 배종훈 카툰 작가다.

월호 스님<사진>은 이 시대 대표적인 힐링 멘토다. 불교를 쉽게 접할 수 있도록 경전교실, 시민강원, 시민선방을 운영하고 있다. 불교방송·불교TV는 물론이고 최근에는 tvN의 3대 종교인 토크 프로그램에도 출연하고 있다. 다양한 매체를 통해 대중과 소통하면서 사람들의 근심 걱정을 풀어주고 삶의 주인공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스님이다.
배종훈 작가는 불교계의 대표적인 카투니스트. <월간 불광>, <불교신문> 등 불교계 언론사를 통해 불교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카툰, 일러스트, 페인팅 작업을 해 온지 13년째다. 작년에 스웨덴 스톡홀름 ‘2014 어포더블 아트 페어’에 한국 불교를 소재로 한 회화 작품을 출품해 유럽인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올해는 이탈리아 ‘2015 어포더블 아트 페어’에서 우리의 불교문화와 정서를 현대적으로 표현한 ‘선(禪)’ 회화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안에 있을까? 밖에 있을까?-월호 스님의 참선 이야기와 냥의 수행일기』(민족사)는 월호 스님과 배종훈 작가의 환상적인 만남으로 이루어진 책이다. 출간되기 전 페이스북 등 SNS에서부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부제에서 그대로 드러나듯 ‘힐링선(禪)’을 주창한 월호 스님의 유쾌한 참선 이야기와 참선을 일상의 깨달음으로 승화시킨 카툰 ‘냥의 수행일기’로 이루어져 있다.
‘안에 있을까? 밖에 있을까?’라는 제목부터 다양한 차원의 사유와 궁금증을 유발한다. 보통사람은 다가서기가 쉽지 않았던 참선, 깨달음의 세계에 대해 감동하고 공감하며 가까워질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월호 스님이 잔잔하게 스토리텔링 기법으로 전하는 참선 이야기가 있다. 옛 선사들의 스승이 제자를 깨우치던 일화에 얽힌 게송 이야기도 있다. 이런 이야기들이 매우 편안하고 감동적으로 다가와 읽는 것만으로도 그대로 힐링이 되는 듯하다.
월호 스님은 “현대는 의미와 재미의 시대”라고 이야기한다.
“아무리 의미 있는 것도 재미가 없으면 외면당한다. 또 재미만 있고 의미가 없으면 공허하다. 참선은 의미가 있다. 카툰은 재미가 있다. 그래서 참선과 카툰이 만난 것이다. 일찍이 명상카툰은 존재했다. 하지만 참선카툰은 드물다. 참선은 보다 궁극적이기 때문이다. 몸과 마음을 관찰하는 것이 명상이라 한다면, 그 관찰자를 관찰하는 것이 참선이다.”

배종훈 작가<사진>는 2014년 붓다아트페스티벌 기획전시를 하면서 수행하는 고양이 ‘냥’을 그리기 시작했다. ‘개에게도 불성(佛性)이 있다’는 화두를 염두에 뒀다. “이 작품에는 세상의 모든 것에 불성이 깃들어 있고, 자신이 이미 부처임을 알고, 스스로 귀한 존재임을 깨달아 부처의 생각과 행동으로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 이것은 불교와 수행을 생활 속의 이야기로 전하고 싶은 내 작은 바람이면서, 내가 살고자 하는 목표이고 실천이기도 하다.”
그런데 왜 개가 아니라 고양이일까? 배 작가는 고양이가 지닌 특성이 더 수행자의 모습과 닮아 있다고 생각했다. 스스로 자신을 정갈하게 하는 습성, 고고한 자태와 순간 먼 곳을 응시하는 모습은 축생을 넘어 그 이전의 삶을 떠올리는 찰나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이러한 모습에 만화적 상상을 보태 육식을 멈추고 물고기와 공생하며 바른 삶을 추구하려는 ‘냥’이 탄생하게 됐다.
월호 스님은 “모든 사물을 정신과 물질의 두 가지로만 나누어 관찰하는 서구식 사고로는 참선을 이해하기 쉽지 않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독자들에게 화두를 던진다.
“ 플라톤의 고양이는 천국에 원본이 있다. 현실의 고양이는 사본에 불과하다. 하지만 참선의 고양이는 바로 지금 여기에 있다. 항상 귀중한 원본이다. 고양이를 살려낼 것인가, 죽일 것인가? 그대에게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