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전 7첩 반상
성소은, 판미동
248쪽, 13,800원

각 종교는 저마다의 전통과 역사 속에 완성한 경전이 있다. 다양한 종교의 경전을 만나고 이해하는 것은 세상과 사람들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인문학의 바탕을 다지는 일이다. 나아가 ‘참된 나’를 체득하는 뛰어난 방편이기도 하다.

2013년 늦가을 몇 사람이모여 둘러앉아 독송을 시작했다. 지식협동조합 ‘경계 너머 아하!’의 일요경전모임이다. 여러 경전을 차례로 소리 내어 읽고, 가다듬고, 잠시 명상을 한다. 단순히 흐트러진 마음을 모아 읽고 새겼을 뿐인데 재미난 일들이 일어났다. 글자(文)를 소리(聲)로 불러내 속으로 만나니 파편처럼 작은 깨달음(覺)들이 움터 남의 말 아닌 내 언어로 ‘내 경전’을 고백하는 경험이 이어졌다. 다양한 경전들이 때론 한 뜻으로 꿰이기도 하고, 이 뜻을 알고 나니 저 뜻이 다가오고 비추듯 실로 중한 것이 무엇인지 선명해지곤 했다.

이러한 경전 읽기의 황홀한 기쁨, 은혜와 가피를 저자는 더 많은 이들과 나누고 싶었다. 이 책은 7가지의 경전으로 차린 생각밥상이자 마음밥상이다. 요리한 이의 손맛은 자랑할 수 없지만 식재료만큼은 최고 중의 최고라 단언한다.

먼저 <숫타니파타>는 수많은 불교 경전가운데 가장 초기에 이뤄져 담박한 맛이 일품이다. <도덕경>은 동양 문헌 가운데 가장 먼저 읽어야 할 책의 하나다. <도마복음>은 기독교를 새로운 차원으로 이끄는 선두마차다. <중용>은 여러 면에서 양 극단을 치닫는 우리 사회에서 가장 결여되고 그래서 무엇보다 간절한 정신을 담고 있다. <금강경>은 나뿐 아니라 너와 우리 모두의 대자유를 추구하는 대승의 중추이자 한국불교의 소의 경전이다. <바가바드기타>는 인도를 넘어 세계의 고전이 됐다. 그리고 <동경대전>은 자랑스럽게 우뚝 선 우리 종교·우리 정신·우리 철학, 동학 천도교의 경전이다.

지식협동조합 ‘경계 너머 아하!’ 이사장 오강남 교수는 추천사에서 경전읽기의 중요성을 이렇게 강조한다.

“ ‘경전을 읽는 것’은 단순히 경의 말씀을 문자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다. 그 경을 거울삼아 내 자신을 비추어 보는 것이다.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을 보며 옷깃을 여미고, 홀가분한 기분으로 새로운 삶을 살아감이다. (…) 이런 식의 읽기를 두고 구태여 이름을 붙인다면 ‘환기적 독법’이라 할까.”

정신없이 오가는 정보들을 잠시 놓아두고 경전 ‘한 줄’에 집중하며 스스로를 돌아보자. 어느 하나 흘릴 게 없는 천금 같은 문구를 『경전 7첩 반상』에서 만나보자.

저자 성소은(成昭恩)은?

서울에서 나고 일본에서 공부하며 어른이 되었다. 영국성공회 미션스쿨인 릿쿄(立敎)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했고, 동경대학 대학원 법학정치학연구과에서 국제정치를 공부했다. 한일 양국 정부, 국제기구 등 비영리기관에서 ‘세계 평화’, ‘인권’을 주문처럼 외우면서 일했다.

어느 날 벼락이 쳤다. 내 안에 평화가 없는 한 바깥세상의 평화는 요원하다고. ‘세계 평화’를 이루겠다고 나를 찾아 나섰다. 20년 넘게 예수님하고만 친하다가 2004년 11월 미국인 현각 스님을 통해 붓다를 만났다. 한눈에 반한 붓다와 여행을 하며 수많은 선지식들을 만났다. 태어날 때 스님이 지어주신 이름 덕분인가 참선수행하다 ‘빛나는[昭] 은혜[恩]’가 되겠다고 출가했다. 운문사 승가대학 울타리가 좁아 치문반 두 철을 끝으로 2007년 7월 환속했다.

2012년부터 인문, 사회, 종교, 과학, 문학, 신화 등 학문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서로 배우는 지식협동조합 [경계너머 아하!]를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 성공회 대학교 사회학과 박사과정에서 인간사회와 종교 관계를 관찰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그리스도교와 불교의 의미 있는 만남을 담은 구도적 고백서 『선방에서 만난 하나님』(2012년)과 경계 너머의 무한한 가능성을 담아 엮은 『종교 너머, 아하!』(2013년, 공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