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인사 방장후보 선출을 두고 ‘무효다’, ‘아니다’란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무효라고 주장하는 측에서는 무자격자가 참여했기에 방장후보 선출은 무효라고 주장하고 있고, 반대 측은 선거법이 아닌 산중총회법에 따라 선출이 진행됐기에 종법에 위배사항이 없으며 이의신청도 없었다고 반박하고 있다.
해인사 성공․향록․수안 스님은 3월 12일 오후 1시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1층 나무찻집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선거인 명부에 무자격자가 들어가는 등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이들 스님이 ‘무효’라고 주장하는 ‘선거’는 지난 3월 7일 해인사 산중총회의 방장 선출 건을 지칭한다. 앞서 해인총림 구성원은 방장후보로 나온 원각 스님과 대원 스님 후보 가운데 선거를 통해 다득표자를 만장일치로 추대하자는 합의에 따라 10표 앞선 원각 스님을 추천한 바 있다.
성공․향록․수안 스님은 (재)해인동문장학회는 조계종단 종헌 9조3항, 종법 ‘법인관리 및 지원에 관한법’ 제10조(신고 및 승인) 제22조(권리 제한) 및 부칙 제2조를 어겨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제한받아야 함에도 중앙선관위에서 이 단체 소속 임직원과 도제 16명에게 선거권을 줘 형평성에 어긋나며 명백한 종헌 종법의 위배 사항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오늘 사회복지법인 금강에도 선거권이 없는 분들을 확인했다”면서 이분들까지 합치면 약 40명에 달하는 인원이 선거권이 없음에도 선거를 해 “근본적으로 선거가 잘못돼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열람과 이의 신청에 대해서는 “그런 기간이 없었다. 개인이 확인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또 선거권 제한이 선학원 도제들에 한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하나의 종법이 특정 집단에만 적용한다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 종단 내 같은 법을 적용함에 차별받지 않도록 처리하라”고 강조했다.
이어 교구선관위와 중앙선관위에 이의제기를 한 상태라면서 이들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사회법에 제소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12일 기자간담회를 연 해인사 성공․향록․수안 스님.
제12교구 선거관리위원회도 3월 11일 오후 조계종 중앙종회에 해인사 산중총회 결과에 대한 이의를 신청했다.
하지만 12일 벽산당원각큰스님 해인총림방장추천위원회(공동대표 원학 스님, 이하 벽산당추진위)는 중앙선관위와 중앙종회에 ‘반박의견서’를 제출하며 이 같은 주장에 정면 반박했다.
벽산당 추진위는 의견서에서 “해인사 방장후보를 선출하는 종단 절차는 선거법에 의한 투표로써 뽑는 것이 아니라 산중총회법 제8조에 따라 회의절차를 통해서 선출하므로 선거소청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참석자의 무기명 투표로 지지의사를 물어 다수지지자를 만장일치로 방장후보롤 선출한다’고 합의했기 때문에 원각 스님은 해인사 산중총회의 만장일치의 후보로 선출됐다”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총무원에서 ‘법인법’에 의한 권리제한을 선학원에 국한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으나, 대원 스님 측과 원각 스님 측 양쪽이 다 받아들이고 명부열람기간과 산중총회가 종료할 때까지 어떠한 이의제기를 하지 않았다는 점, 산중총회 당시 ‘법인법’에 의한 등록대상 법인으로서 종단등록을 완료하지 않은 각종 법인이 89개 이르러 해당법인의 임원과 도제파악 자체가 총무원에서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는 점 등을 근거로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산중총회 구성원의 일부에 대해 자격을 문제 삼고 있으나, 3월 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심사결과 이상 없다고 확정한 최종명부”라면서 사전열람용 명부를 총무원에서 해인사 교구선관위(이의신청인)에 내려 보내 3일간 해인사 종무소에서 사전열람 했으나 이의신청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벽산당 추진위는 대원 스님 측에 대해 “이상과 같이 구성원 명부에 대해서도 자신들에게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다가 산중총회의 회의절차를 통해 선출되지 못하자 치졸하게 이의 제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12일 열린 조계종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제301차 회의.
이에 조계종 중앙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 범여 스님, 선관위)는 12일 오후 2시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2층 중앙종회 분과회의실에서 제301차 회의를 열고, ‘해인사 산중총회 결과 이의 신청’ 건을 기타 안건으로 상정하고, 회의를 전개해나갔다.
위원 9명 중 6명이 참석해 성원된 이날 회의에서 범여 스님은 왜 이 같은 일이 벌어졌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총무부 직원을 소집했다. 이석심 총무차장은 회의에 출석해 “문제가 된 해인장학동문회는 저희도 법인인지도 몰랐다”면서 “2월까지 법인 등록을 완료해야 하는 상황에서 법인 등록이 쏟아졌고 100% 법인 파악이 안 된 것이 사실이며, 대신 선학원은 확실하게 적용할 수 있도록 업데이트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그런 상황에서 종법을 적용해도 문제, 적용하지 않아도 문제였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선관위는 자세한 내용을 파악해 3월 15일 오후 4시에 열리는 다음 회의에 이 건을 안건으로 상정해 심도 있는 논의를 펼치겠다고 밝혔다.
한편 ‘법인 등록’ 문제로 거론된 사회복지법인 금강(이사장 원행 스님)은 12일 백련불교문화재단(이사장 원택 스님)과 함께 한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 2월 28일 우편으로 법인 등록하려고 했으나 토요일이어서 월요일(3월 2일)에 서류를 종단 총무부로 발송해 관례적으로 문제가 없다”면서 “종단의 법인법에 적극 찬성하고 앞으로도 종단의 방침에 협조할 방침인데 현응 스님이 일부 언론에서 의도적으로 종단 등록을 안 하다 해인사 산중총회가 다가오자 마지못해 종단에 등록을 한 것처럼 진실을 호도했다”며 유감을 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