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학교 불교대학‧불교학생회 광주전남 동문회 일동은 9일 “더 이상 방관자적 자세로 있을 수 없다”면서 호소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학우들과 교수협의회 뜻과 정반대로 오직 불교대학 학생회와 교수들만이 편들기에 줄 서 있어 참담하고 실망스럽다”면서 “사리판단도 못하거나 이기심으로 줄서기 하는 집단이 동국대 수석대학이라 자부하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편법이 다시 발붙일 수 없도록 정의롭게 집행하고, 출가자를 우선시한다는 집단이기주의에 현혹되지 않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앞으로의 모교에서 불의가 정의를 무너뜨리는 상황을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하 호소문 전문.
민족동국 109년 역사에 바치는 졸업동문의 호소문
일본 제국주의의 한민족 말살정책에 따른 온갖 핍박과 외세에 의지해 민족의 문화적 동질성을 처음부터 깨뜨리며 들어온 서구종교에 쓸려가던 민족정신을 지켜보아야 했던 1906년도, 1,600여년이라는 장대한 역사를 이어오며 이미 우리의 불교는 민족 그 자체가 되어버렸지만 이 나라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 민족정기를 이어줄 교육사업을 벌여야만 한다는 뒤늦은 자각을 하게 된 불교계는 사찰의 정재를 끌어 모아 외세의 도움 하나 없이 순수민족자본만으로 우리의 자랑스러운 동국을 개교하였습니다.
일백주년이 넘는 오랜 역사 속에 만해 한용운 스님과 같은 민족의 지도자를 대선배님으로 모신다는 긍지와 민주화의 격동기에 앞장서서 온 몸으로 정의를 외쳤던 수많은 선배님들의 숨결이 깃들지 않는 곳이 없는, 어머니 품과 같은 모교에서 총장선출을 둘러싸고 흘러나오는 작금의 혼란스러움은 우리들의 이러한 긍지와 자존감을 송두리째 깨뜨리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은 시간이 갈수록 더 꼬여만 가고 있어 이제 더 이상 방관자적 자세로 있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음을 통감하며 지역동문들의 중의를 모아 이렇게 호소의 글을 올립니다.
어떤 판단을 하기 위해선 구체적인 사실과 결과를 갖고 해야 함은 당연할 것입니다. 이미 지난 3개월 동안의 총장선출과정을 통해서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는 언론을 통한 보도와 같이 한 치의 가림도 없이 모두에게 명료하게 드러났음에도 아직도 엉터리 같은 주장과 절차적 파행이 난무하고 있는 것은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판단하는 것과는 전혀 별개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음이 분명합니다. 집단이기주의라고 불려 마땅할 이해관계에 매몰되어 정치적인 선택에 따른 한쪽으로 몰아가는 일방적 편듬이라고 밖에는 달리 이해할 방법이 없습니다.
하지만 전체 학우들과 교수협의회의 뜻과는 정반대로 오직 불교대학 학생회와 교수들만이, 과정도 바르지 못하고 결과도 바르지 못할 편들기에 줄 서있음을 보는 우리 불교대학 동문들의 참담한 실망감을 불교대학에 지금 몸을 담고 있는 학우들과 교수들은 짐작이나 하실 런지요? 어쩌면 전혀 사리판단도 못하는 아둔한 사람들만, 아니면 철저하게 개인주의적 이기심으로 줄서기나 하는 집단이 동국대의 수석대학이라고 자부하는 불교대학의 현주소가 행여 아닌지요?
한 때 “불교대학을 바로 세움이 동국대를 바로 세움이요, 동국대를 바로 세움이 곧 이 민족을 바로 세움이다!”라고 외치며 “불교대학 바로세우기”를 위해 학내투쟁으로 애썼건만 당시 끝장을 보지 못하고 좌절하고 말았던 못난 선배들의 그늘에 치여서 이제는 그렇게 몸을 사리고 계시는가요? 아니면, 일신의 안위에 밥그릇 챙기기만 혈안이 되버린 더 못난 교수들의 부끄러운 실상들을 곁에서 늘 지켜보다 보니 이제는 스스로가 먼저 닮아버린 것입니까?
무아의 정신과 무소유의 삶으로 상징되는 가사와 발우 한 벌로 평생을 길 위에서 구도자와 보살의 삶을 살으셨던 우리들의 위없는 스승, 석가모니 부처님의 출가정신에는 비록 못 미치더라도 동국대가 있어 교계의 자부심이라 늘 칭송하던 승단의 원로님들은 지금 어디에 계신다는 말입니까? 불의가 정의를 농락하고 있는 작금의 현실에 침묵으로 일관하는, 교단의 한 축인 “종회”와 “자정과 쇄신위원회”는 그 긴 침묵이 곧, 수적 우세를 점한 쪽을 인정하는 결과를 빚어 스스로가 지극히 권력지향적이고 정치적인 집단임을 자임해버리고 있음을 알고는 있는지요?
대한민국에 태어나 동국대와 인연이 되어 불교를 만나게 되었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세상의 의지처로 삼아 당당하게 삶을 살아갈 수 있는 불법의 은혜를 입은 우리들, 이제 세월 속에 불교대학과 불교학생회의 선배라는 자리에 서고 보니 독립지사이자 대선각자이셨던 용성큰스님 같으신 스승님들의 철저한 무소유의 정신과 위법망구의 사자후가 참으로 그립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습니다. 그리고 “통함을 구함이 오히려 막히는 것이니라” 라는 보왕삼매론의 말씀이 오늘 동국이 처한 역경에서 어떻게 하면 우리가 주인정신을 갖추고 주인노릇을 잘하여 슬기롭게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인가를 옛 조사님들이 우리 곁에 다가와 일러주시는 것만 같아 삼가 두 손 모으게 합니다.
이에 우리는 동국대학교 졸업동문의 일원으로서 아래와 같이 호소하오니 부디 제불보살님들과 호법신장님들은 저희들의 모교사랑, 불교사랑의 정성에 감응하시어 행여 불의와 삿됨이 있거든 파사현정의 창검으로 그들을 깨뜨려 먼저 절복하시옵고 그 위에 정의와 평화, 그리고 불보살님의 자비광명이 온전히 드러날 수 있도록 두루 섭수하시옵소서!
(불교대학 불교학생회 졸업동문 일동의 호소)
1) 절차적 공정성을 확보하지 못한 모든 편법들이 다시는 발붙일 수 없도록 모든 사항들을 한 치도 어긋남이 없이 정의롭게 집행하라.
2) 동국대학교는 불교정신의 구현을 건학이념으로 삼고 있기에 이를 실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이라면 출재가의 구분이 따로 있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교대학을 위한다는 미명 하에 출가자를 우선시 해야 한다는 그럴 듯한 집단이기주의에 현혹됨은 우리의 불교와 동국대를 그르치게 하는 첩경이 될 뿐임을 불교대학을 졸업한 동문선배들이 오늘의 교계현실 속에서 몸으로 체득한 지혜임을 강력히 주장한다.
3) 만약, 불의가 정의를 무너뜨리게 되는 일들이 우리의 모교에서 또 다시 벌어지게 된다면 우리 동문들은 더 이상 못난 선배로 남지 않기 위하여, 앞으로는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임을 천명한다. 그 동안의 오랜 방관자적 자세를 떨치고 일어선 우리 불교대학과 불교학생회 동문들은 빠른 시일 내에 지역별 조직과 연락망을 갖추어 그 동안 어렵게 일궈놓은 동국대와 불교의 대외적 위상이 실추되지 않도록 때로는 일치된 목소리로, 때로는 하나 된 몸짓으로 모교를 지키고 외호하기 위하여 신명을 다할 것임을 삼보 전에 서원 드린다.
불기 2559(15)년 3월 8일
동국대학교 불교대학‧불교학생회 광주전남 동문회 일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