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개원한 제16대 중앙종회 전반기 의장에 성문 스님이 선출됐다. 수석부의장은 자현 스님, 차석부의장은 오심 스님이 각각 맡았다.
조계종 중앙종회는 11일 오전 10시 30분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제200회 중앙종회 정기회를 개최했다.
중앙종회는 전반기 의장에 성문 스님(직능), 수석부의장에 자현 스님(월정사), 차석부의장에 오심 스님(통도사)을 각각 선출했다. 사무처장은 경우 스님이 유임했다.
임시의장 영담스님 신상발언에 큰 반발
원 구성은 순탄치 않았다. 이날 오전 의장석에는 모두 세 사람이 앉았다. 임시의장으로 선출된 영담 스님이 임시의장직을 사퇴하고 퇴장했고, 이어 지홍 스님이 임시의장으로 의장을 선출, 성문 스님이 의장석에 앉았다. 이 과정은 막말과 고성으로 얼룩졌다.
16대 종회의 첫 의정활동은 원을 구성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최다선(7선) 의원인 영담 스님이 임시의장으로 의장석에 앉았다.
영담 스님은 의장 선출에 앞서 임시의장으로서 16대 종회에 당부의 말을 전하는 신상발언을 자청했다. 영담 스님은 “듣기 거북한 말이 있더라도 끝까지 들어 달라”며 신상발언을 시작했다.
영담스님 “도박, 폭행, 술판…불제자의 도리 아니다”
영담 스님은 “백양사 도박사건 후 대국민 약속을 지키지 않아 신뢰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특히 자성과쇄신결사는 허울뿐, 16명에 대한 상습도박 폭로에 이어 종단 문제를 지적하는 사미를 경찰과 기자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국민들의 세금으로 만들어진 한국불교문화역사기념관에 납치 감금해 고문에 가까운 폭력을 행사해 관련자들이 징역형을 선고받기에 이르렀다. 밤샘술판을 벌이기도 했다. 이것이 자성과쇄신결사를 전면에 내세운 종단의 면면”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안을 제시해야 할 종회의원이 온갖 위법과 탈법을 동원해 당선됐다. 홍위병이 될 것이 자명하다. 소수야당이 무엇을 할 수 있겠나. 더 이상 침묵하는 것은 불제자로서의 도리가 아니”라고 말했다.
도박, 폭행, 술판 등 일부 종회의원과 연루된 범계 행위를 지적하는 영담 스님의 신상발언에 일부 의원들이 거세게 반발했다. ‘종회 모독’, ‘개판’, ‘막가자는 것’, ‘깽판’ 등의 발언이 잇따랐다.
먼저 정념 스님(신흥사)이 신상발언을 끊었다. 정념 스님은 “의사일정에 맞지 않다. 왜 종회를 모독하느냐”고 따졌다. 만당 스님은 “7선 다선의원이면 후배 스님들에게 모범을 보이라”고 했고, 함결 스님은 “영담 스님이 종회 질서를 문란케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의원은 임시의장 교체를 동의하기도 했다.
이에 영담 스님은 “원구성을 원만하게 하기 위해 선출 전에 임시의장으로서 신상발언을 하는 것이다. 내 말이 잘 못 됐으면 질책하고 그렇지 않다면 그대로 진행하면 된다”며 “임시의장으로서 신상발언을 하고 있는데 말을 뚝뚝잘라 여기저기서 발언하고 그러다보니까 잊어버리고 그렇게 만들어서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개판’ ‘깽판’…막말·고성에 얼룩진 16대 첫 종회
반발은 계속 됐다. 정인 스님은 “종회를 문란하게 하면 쓰겠습니까. 종회 개판 만들자는 거예요 뭐야. 막가자는 것이지, 종회를 망치자는 것인데 뭔 일이야”라고 말했다. 주경 스님은 “양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고 했고, 정념 스님은 “우리 불교사에 임시의장이 나와 불교를 모독하고 폄하하는 것은 처음이다. 개탄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초선인 성무 스님은 “깽판 치면 때려주라는 법은 없느냐”고 말했다.
영담 스님이 “사전에 거북해도 들어달라고 했는데 마치 죄인같이, 무슨 말로 마무리하려는지 모르면서, 종회를 화합되게 잘 이끌어 가자는 취지인데 들어보지도 않고 왜 그러느냐”고 항변했지만 고성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심지어 임시의장을 단상에서 끌어내리려는 움직임도 감지됐다. 각림 스님은 “신상발언은 모든 스님들이 다 알고 있는 일이고 뜻은 전달된 것 같다. 제가모시고 갈 테니까 그만 좀 했으면 좋겠다”며 의석에서 일어나 단상을 향해 가다가 종회사무처에 의해 제지당했다.
영담 스님은 결국 의사봉을 놓았다. 영담 스님은 “문제점도 지적하고 그걸 우리가 귀감을 삼아서 새롭게 출발하는 종회에서 다짐을 하자는 내용이다. 종회의원을 선출하는 과정에서 몇몇 사람의 문제를 지적하는 것이다. 근데 그게 마치 여기 있는 모두가 그런 것처럼 왜곡시키는 것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다”며 “임시의장으로서 여러 발언들을 들었다. 임시의장으로서 목탁을 칠 수는 없다고 사료되어 의사봉을 놓겠다. 최다선 의원으로서 책임 통감하고 참회에 돌입하겠다. 일부 비불교적인 언사가 있었다면 이해해달라”고 말한 후 퇴장했다.
영담 스님은 퇴장 직후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1층 로비에 좌복을 깔고 참회 정진을 했다.
의장 후보 명진스님 “인사치레 돈 오가는 것 수행자 집단이냐”
임시의장의 바통을 이어받은 지홍 스님이 회의를 재개했다. 의장 후보로 성문 스님과 명진 스님이 추천됐다.
명진 스님은 “제가 의장에 출마할 뜻이 있었던 것은 아니”라며 “어제 저녁 삼화도량 모임에 의장으로 내정된 성문 스님이 방문해 1,000만 원을 내놓고 갔다”고 공개 지적했다.
명진 스님은 “교육원장 스님도 인사치레로 200만 원을 가져왔다. 총무원장 스님이 당연직 주지인 직할사암(직영사찰)도 인사치레로 몇 백만 원의 돈을 가져왔다”고 덧붙였다.
명진 스님은 “종단이 사회적으로 지탄받는데 공양금이란 명목으로, 인사치레란 이름으로 돈이 오가는 것이 수행자 집단이냐”며 “자리가 돈에 의해 거래되고, 직능을 떠나 직선에서 선출된 스님들도 돈으로부터 자유로운 스님이 있는 지 묻고 싶다. 무기명 비밀투표를 제안한다”고 했다.
회의는 정회 후 속개했다. 명진 스님이 동료 의원에게 의장 후보 사의를 표명하고 입장하지 않아 무기명 비밀투표는 무산됐으며, 성문 스님이 만장일치로 선출됐다.
부회장은 자현, 오심 스님이 추천돼 선출됐다. 수·차석 부의장 자리를 놓고 설왕설래가 오갔지만, 자현 스님이 세납이 높다는 이유로 수석 부의장이 됐다.
정기회는 16대 종회 임원진과 상임분과위원회 배정 및 위원장 선출을 마치고 정회했다. 정기회는 오후 3시 속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