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비구니회가 열린비구니모임에 운영위원회 참여를 통한 회칙 보완을 제안했으나 거절당했다. 전국비구니회(회장 명우 스님)와 열린비구니모임(공동대표 혜운·임대·정현·행법 스님, 이하 열린모임)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열린모임 소속 임대, 진명, 재범 스님 등 4명은 11월 6일 오후 1시 전국비구니회관에서 열린 제16차 운영위원회에 참관, 발언권을 얻어 임시총회를 소집해달라고 요구했다.

운영위원회는 57명의 운영위원 중 37명이 참석하고 10명이 위임장을 제출해 성원했다. 운영위원회는 운영위원이 아니면 참석할 수 없지만, 열린모임과 관련한 현안 문제에 당면한 만큼 열린모임 소속 스님 4명의 참관을 허용했다.

명우 스님은 인사말을 통해 비구니회를 둘러싼 소란이 모두 본인의 탓이라고 말했다. 스님은 “좋지 않은 파문이 일어난 것은 누구의 탓도 아니고 내가 회장을 잘 못 산 책임”이라며 “모든 것을 집요하게 밝히고 여러분들에게 알려드리기 위해 운영위원회를 소집했다”고 말했다.

운영위원장 계환 스님은 “어른을 잘 못 모신 참혹함을 느낀다”며 “지난번 15차 운영위원회에서 진행방법이나 종회의원 선출과정이나 취지에 대해 명확히 설명했다면 오해가 훨씬 줄었을 텐데 하는 후회도 했다. 참회한다”고 말했다. 또 “열린모임에서 오신 분들도 비구니회에 대한 관심과 애정 가지고 와주신 것으로 기꺼이 안다”며 “같이 화합된 모습으로 의논하자”고 했다.

운영위원회는 이날 ▲제16대 종회의원 선출에 대한 결과보고 ▲열린비구니모임(가칭)이 제기한 문제들에 대하여 ▲제16대 종회의원 인사 등의 안건을 비공개로 다뤘다.

명우 스님은 회의에서 최근 ‘명의 도용’ 의혹을 받은 원로 비구니 스님들의 성명서 문제에 대해 해명했다. ‘원로위원’이라고 명기한 부분에는 착오가 있음을 시인하되, 12명 원로 스님들에게 모두 직접 전화해 동의를 얻었음을 밝혔다.

명우 스님은 “열두 분 스님을 직접 찾아뵙고 말씀드려야 하는데 전화로 한 것은 잘못이다. 그러나 명의를 도용했다느니 하는 것 자체가 어른을 욕보이는 것”이라며 “내 이야기가 조금이라도 거짓말이 있다면 어른들 앞에 끌고 가도 좋다”고 말했다.

열린모임이 요구한 임시총회 소집에 대한 거수 표결 결과는 찬성 의견이 3표에 그쳐 부결됐다.

열린모임의 운영위원회 참관에 대한 두 당사자의 평가는 갈렸다. 전국비구니회는 ‘일보전진’으로, 열린모임은 ‘불통’으로 받아들였다.

계환 스님은 “그래도 일보진전”이라며 “일방적으로 매스컴을 통하지 않고 운영위원회에 참석해 의견제시를 한 것은 진전된 부분이고 우리도 최대한 대화하고 포용할 것이 있으면 하자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계환 스님은 임시총회 소집 부결에 대해 “소요가 없다면 임시총회를 해도 된다. 그러나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화시키는데 임시총회를 여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불만이 있다면 매스컴으로 먼저 떠들 게 아니라 어른이 계신 곳에 목소리를 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어 “소요사태에서 총회를 열어 회칙을 바꾸는 경우는 없다”며 “열린모임 스님들을 운영위원회에 수용하고 운영위원회를 통해 같이 고쳐가자고 했다”고 말했다.

본인의 거취 문제에 대해서는 “내가 원래 가야할 곳은 학교이다. 그러나 일방적인 몇 사람이 나가라고 해서 나가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한편 열린모임 측은 임시총회 소집이 부결된 직후 미리 준비한 임시총회 소집 재촉구 입장문을 배포했다. “안 될 걸 예상했다”고도 했다.

열린모임 공동대표 임대 스님은 “오늘 회의는 안건 상정도 없고 보도된 자료를 가지고 운영위원들에게 해명하는 걸로 끝났다”고 평가했다.

임대 스님은 운영위원회 참여를 통한 회칙 개선을 거부하고 임시총회만을 요구하는 이유에 대해 “총회를 열어서 우리 전체가 알아야 할 권리를 다 알자는 것”이라며 “독단적으로 하다보면 대중은 무시당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비구니회와 대화할 수 있는 열린 창구가 없다”고도 했다.

임대 스님은 “오늘 종회의원들의 얼굴을 보고 ‘저 사람들한테 맡겨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직능과 관계 없는 사람들이 들어가 있다. 교육, 복지, 포교에 관계도 없는 사람들이 앉아있으면 뭐라고 하겠느냐”고 말했다.

임대 스님은 또 계환 스님을 겨냥해 “드러내놓고 말 못하는 사안이 있다. 불씨를 가진 사람이 있고, 그걸 제거하는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밖에 있는 사람들의 여망”이라고 말했다.

운영위원회에 앞선 5일, 동학사승가대학·봉녕사승가대학·삼선승가대학·청암승가대학은 ‘동문회’ 명의로 열린비구니모임 지지 성명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