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송은 인생의 만년에 창조성이 풍부한 철학책을 써서 세상에 살다간 큰 흔적을 남겼다. 그는 우리나라 철학계의 거봉이었다.”
청송(聽松) 고형곤(高亨坤)의 제자인 소광희 서울대 명예교수의 평이다.
소 교수는 청송을 “동양적 사유의 결정체인 선사상과 서양철학의 회통을 추구하여 한국선사상을 철학적으로 규명한 한국 최초의 철학자”로 규정한다.
2004년 99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청송은 한국 철학계의 제1세대에 속하는 철학자이다. 경성제국대학 철학과를 졸업하고, 연희전문, 연세대, 서울대 철학과 교수로 재직했고, 한국철학회 초대회장, 전북대 총장을 역임했다.
청송(사진)은 박정희 군사정권에 반대하는 정치운동에 가담해 1962년 투옥됐고, 야당의 공천을 받아 고향인 전북 옥구군에서 제6대 국회의원(1963~67)이 됐다. 이 무렵 동국대 역경원의 역경 예산을 대폭 올려 도움을 준 것은 널리 알려진 일이다. 그런 인연과 불교 연구로 1970년 동국대 역경원 심사위원으로 초빙되기도 했다.
청송은 당시 선거구민들이 걷어 준 정치자금으로 장학회를 만들어 고향의 중고등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했다. 지금은 청송이 남긴 재산의 일부를 보탠 재단법인 청송장학회로 발전해 2007년부터 철학과 불교에 업적을 남긴 저술에 대해 큰 상을 수여하고 있다.
이 장학회를 만든 이는 청송의 셋째 아들 고건 전 국무총리다. 고등고시에 합격한 아들 고건에게 아버지 고형곤은 공무원으로 지켜야 할 3계명을 줬다. ‘줄서지 마라’ ‘돈 받지 마라’ ‘술 잘 먹는다는 소문을 내지 마라’.
<청송의 생애와 선철학>(운주사)은 소광희 서울대 명예교수가 청송의 생애와 사상을 정리한 것이다. 1부는 ‘생애’, 2부는 ‘철학’이다.
청송은 <선의 세계>라는 한 권의 명저를 통해 다양한 연구 성과들을 토해냈다. 그 속에는 한국선의 정신과 원류에 대한 천착뿐 아니라, 현대 서양철학의 사조들과 선사상의 비교 등이 실려 있다. 214쪽, 15,000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