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의 최고 정신적 지주로 출재가의 존경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인천 용화선원의 선원장 송담 스님(재단법인 법보선원 이사장)이 9월 12일 "조계종에 더 이상 희망이 없다"며 조계종을 탈종했다. 이에 따라 현존 최고 선지식의 탈종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은 조계종은 거센 송담 스님 탈종 후폭풍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송담 스님의 조계종 탈종은 12일 점심시간 쯤 전화로 조계종단 탈종의사를 제자들에게 전해오면서 공식 확인됐다.
이날 송담 스님은 조계종 탈종 선언과 함께 자신의 상좌들에 대해 은사의 탈종에 따라 불이익이 우려되거나 부담이 되는 자가 있다면 언제든 다른 스승을 찾아도 좋다는 뜻도 전해 탈종을 번복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송담 스님이 탈종 선언을 한 표면적인 배경은 송담 스님이 이끌고 있는 재단법인 법보선원이 조계종의 <법인관리및지원에관한법>에 따라 오는 9월 30일까지 종단에 법인인을 등록하라는 조계종의 공문을 접수한 이후 추석 다음 날인 지난 9일 이사회를 열어 종단의 법인관리법 등록여부를 논의한 결과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재단법인 법보선원 이사회는 조계종 법인관리법에 등록하지 않기로 결의한 바 있다. 송담 스님의 탈종 선언은 이사회 결의사항을 수용한 형식을 취한 것이지만 그 근원적인 배경은 용주사 주지선거에서 촉발됐다는 것이 교계의 중론이다.
용주사 주지 선출과정에서 전강문도회 최고 어른(문장)인 송담 스님은 '유시'를 통해 전강문도회의 화합과 안녕을 염원하고, 문중의 화합을 깨지 않도록 문중운영위원회가 차기 주지를 선출하길 바란다고 강조했었다. 그러나 문중운영위원회에서 추대한 성관 스님을 반대하는 성월 스님 지지자들 가운데 유시의 진위 여부에 대한 이의제기와 함께 공방이 이어지고 급기여 문중운영위원회에서 추대한 주지 후보가 낙선하는 사태가 벌어지자, 송담 스님이 크게 낙담했다는 후문이 돌았던 것이 사실이다.
문중의 화합을 위해 송담 스님이 내린 문중운영위원회 추대 후보 선출 유시가 세력에 의해 좌절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용주사 문장의 위상이 크게 저해된 것도 탈종의 직접적인 배경이 됐다는 것이다.
또한 주지 선거과정에서 일부 후보 지지승려들이 수원의 한 호텔에서 집단 투숙하며 술과 담배 등을 한 것이 지역일간지에 대서특필되면서 용주사 전강문도회의 이미지에 큰 타격을 끼친 것도 탈종 결심에 일정부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도(道)보다 '돈'이 더 큰 위세를 떨치는 조계종의 탁한 현실을 목도하면서 평생 참선수행을 하며 선사로서의 삶을 살아온 송담 스님이 받았을 충격은 생각 이상으로 컸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송담 스님은 전강 스님의 상수제자로 사실상 조계종에서 가장 큰 존경을 받아온 대표적인 선사다. 따라서 당연히 송담 스님을 존경하는 수좌와 재가불자들도 그 유지를 따를 가능성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송담 스님의 조계종 탈종 선언이 조계종이 미칠 파장은 섣불리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가능한 이유다.
용주사 주지 선거와 함께 조계종이 밀어붙이고 있는 법인관리법에 대한 수용 거부가 탈종선언으로까지 이어지면서 조계종 집행부가 받을 충격은 상당한 수준일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송담 스님의 탈종 선언은 선학원 등 조계종의 여러 법인들의 행보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한편 송담 스님은 전강 대선사가 1961년 인천 용화사(용화선원)를 창건한 법보선원을 중심으로 전강 대선사의 선사상을 대중에게 전파하고 간화선 수행의 대표적 요람으로 키워왔다. 송담 스님은 인천 용화선원에 이어 인제 용화선원과 경기도 광주 용화선원을 잇달아 창건해 간화선 수행의 대중화를 위해 힘써왔다. 송담 스님은 인천 용화선원을 비롯해 인제와 광주 용화선원, 용화사 어린이집 등을 기본재산으로 재단법인 법보선원을 설립해 운영해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