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는 우리사회가 이미 사람의 목숨보다 돈을 중시하고 있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들은 이 세상을 그대로 두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김병권 세월호참사가족대책위원장이 서울 조계사 대웅전에 마련된 세월호 희생영가를 위한 영단 앞에 서서 이렇게 말했다. 김병권 위원장은 돈보다는 사람의 생명이 우선시되는 사회로 돌아가야 한다고, 그것을 위해서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은 ‘진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말하고 실천하며 살아가겠노라고 사부대중 앞에 다짐했다. 여객선 세월호 참사로 꽃 같은 아이들이 수장된 지 100일째 되는 날이었다.
한국불교종단협의회(회장 자승 스님)는 세월호 참사 100일을 맞아 7월 24일 오전 11시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위령재’를 봉행했다. 희생자의 극락왕생을 기리고 그들을 잊지 않겠다는 약속에 다름 아니었다.
이날 위령재에는 세월호 희생자 가족 10명이 참석했다. 이 가운데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11일째 단식농성을 하고 있는 유가족 8명도 포함됐다. 한국불교종단협의회 회장인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을 비롯해 회원 종단 스님들과 불자,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 안철수 대표 등 사부대중 100여 명도 자리를 함께 했다.
김병권 위원장은 “저희 가족들은 일반인들이다. 지금까지 기자회견은 고사하고 집회에 참석하는 것도 정말 남의 일로만 여기고 살았던 사람들”이었다며 “그런데 지금은 집회 참가는 물론이고 전국 순회를 하며 서명전을 벌이고, 국회에서 농성하며 이제는 단식까지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우리들이 너무 하는 것인지 아니면 세상이 너무한 것이냐”고 물었다.
김병권 위원장은 “참사를 당한 후 알게 된 것들 중 대표적인 것이 사람의 생명보다 돈을 더 귀하게 여기는 세상에서는 사람들이 안전할 수 없다는 것”이라며 “종교, 특히 불교는 물질적 가치보다 생명을 더 소중히 여긴다고 알고 있다. 불교계가 보여준 위로와 지지, 이 따뜻함을 힘 삼아 이 세상을 살아아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세상을 돈보다는 사람의 목숨을 더 소중하게 여기는 곳으로 만들어가겠다”고 서원했다.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추도사를 통해 희생자의 왕생극락을 기원하는 한편 세월호 특별법 제정 및 생명가치가 우선인 세상을 구현하는데 적극 나서겠다고 했다.
자승 스님은 “세월호 특별법은 유가족들과 국민 다수가 납득하는 방향으로 제정되어야 함을 간절히 희망하고 있다”며 “정부 당국과 국회는 한시 바삐 이 책무에 매진하고, 사회 각계와 종교계, 특히 불교계는 사람과 생명가치가 우선인 세상을 구현하는데 그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을 다시 한 번 약속한다”고 말했다.
이어 “원인을 명백하게 밝히고 재발방지시스템을 갖추어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드는 것만이 저 차가운 바다에서 숨져간 희생자들을 위로하고 편안히 광명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하는 길이며, 희생자 가족과 생존자들의 아픔은 물론 국민의 불안을 달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자승 스님은 희생 영가들에게 “아미타불 계시는 연화장바다에 왕생하기를 바란다”며 “속세에 얽혔던 응어리진 마음은 모두 내려놓고 아미타불 구품연지에서 곱게 피어난 연꽃으로 화생하시라”고 했다.
선정 스님의 화청이 이어졌다. 세월호 49재 추모재에 이은 선정 스님의 가슴 절절한 화청에 참석자들의 눈시울이 붉게 물들었다.
무한경쟁 승자독식 공부만이 전부라고
새벽등교 영시수업 자율학습 학원과외
맛난것도 못해주고 견뎌보자 이겨내자
품어주고 안아주고 사랑한다 고맙구나
이젠모두 할수없네 너희빈방 그냥있고
의류신발 흔적온기 따뜻한데
우리아들 우리공주 아주갔나 영영갔나
엄마아빠 바다보기 두렵구나 하늘보기
서럽구나 이생에서 부귀영화 저생에서
극락천당 너도나도 약속하며 믿어봐라
기다려라 못믿겠네 안믿겠네
감투쓰고 호령하는 정승판서 포졸나장
야속하고 원통하다 이말저말 갈라치고
몰아치며 덮으려나 묻으려나 쓸데없네
자발없네 악업구업 그맛짓고 부처님전
참회하고 영가님전 용서구해 년년봄에
우리맘에 사랑으로 희망으로 잊지않고
피어나고 잊지말고 기억하세
한편 위령재에서 유가족들은 영단에 헌화를, 자승 스님을 비롯한 한국불교종단협의회 소속 스님들은 분향을 했다. 위령재는 조계종 의례위원장 인묵 스님이 집전한 애혼 고혼의 넋을 달래는 천도재를 끝으로 회향했다.
김병권 세월호참사가족대책위원장이 세월호 희생자 영단에 헌화하고 있다.
종단협 회장이자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이 분향을 하고 있다.
세월호 유가족 일동이 헌화를 하고 있다.
위령재에서는 세월호 희생 영가를 추모하는 천도의식이 펼쳐졌다.
김병권 가족대책위원장의 추모사를 듣고 있는 사부대중.
위령재에는 새정치연합 김한길, 안철수 대표도 참석했다.
